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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Jan 28. 2019

아날로그의 감성, 포르투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여행자


"여행은 언어로 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야. 언어는 단지 도구일 뿐이지"

여행은 무엇일까? 나는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해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그곳에 가고 싶어 갔을 뿐이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 불편한 점은 있지만 불안하진 않았던 거 같다. 다만 그로 인해 손과 발을 이용한 표현력이 늘었다 뿐이랄까? 나는 그저 그 도시가 알고 싶고 내가 사는 곳이랑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늦었다고 해야 하나? 스무 살 끝에 나는 처음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그저 호기만 있었던 나는, 일단 출발하면 어떻게 되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 한거 같다. 그 안에는 현재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도 한몫했고 그저 이번에 안 가면 못 갈 거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기에 그냥 무작정 티켓부터 예매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나에게 또 다른 용기를 주어 새로운 곳에 갔을 때에도 두려움을 잊게 해주는 밑거름이 된 거 같다. 아직 여행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도착


리스본에서 마지막 여행지인 포르투행 열차를 탔다. 이른 아침 시간 열차 안은 조용했고 나도 이내 자리에 앉아 모자란 잠을 청했다. 그렇게 열차는 한참을 달렸는지 사람들의 밝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소리에 나도 눈을 떴고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순간 나는 영화 해리포터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이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향하는 열차를 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본 광경 중 단연 제일 환상적이었다고 느껴질 만큼의 인상을 주었다.


한참을 감탄하다 보니 어느덧 나는 포르투에 도착했다. 열차에 내려 숙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던 찰나에 두 명의 한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둘은 자매였는데 웃는 모습이 참으로 선해 보이고 따뜻해 보였다. 우린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면서 각자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역에서 나와서 바라본 포르투의 첫 느낌은 안개 속의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비가 와서 안개가 살짝 낀듯한 느낌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배낭을 메고 숙소로 곧장 향했다. 아침에 출발했지만,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가 되었기에 나는 오늘은 푹 쉬기로 했다.





공간의 향기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밖을 보니 밤사이 비가 내린 거 같았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오늘은 도루강 근처를 둘러 보기로 한다. *포르투는 포르투갈 건국의 기원이 된 도시이자 대항해 시대에는 해양 무역의 거점이 된 도시이며, 포르투의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르투 포도주의 주 생산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도루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위키백과 참조)


카메라를 둘러메고 밖에 나와 도루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도를 참고하지 않고 대충 눈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낡고 오래된 벽에는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그라피티로 채워져 있었다. 마치 걸어 다니는 미술관 같은 느낌이랄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만약 동네 주민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된다. 큰 길이 나올 때 즘에 눈앞에는 커다란 다리가 보였다. 이게 바로 포르투와 빌라노바드가이아를 잇고 있는 동 루이스 1세 다리였다. 다리는 아치형으로 상층부와 하층부로 나뉘는데 상층부에는 지하철과 보행자 전용이고 하층부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직접 눈으로 보니 그 규모가 실감이 났다. 더욱이 이 다리가 1800년대 후반에 지어졌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거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리를 걷는다. 많은 사람이 다리에 서서 도시의 풍경들을 감상한다. 나도 그렇게 잠시 서서 도시의 전경을 구경했다. 하늘엔 아직 구름이 껴있었지만 사이사이 파란 하늘이 보이고 따뜻한 햇살이 조금씩 비춰오고 있었다. 강바람을 맞으면서 도시의 공기를 한껏 들이 마셔본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코끝이 찡긋 시려온다. 이 도시는 오래되었고, 낡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감성적이었다. 마치 시골집 사진첩에 켜켜이 쌓여 있는 필름 사진 같은 느낌이다.






아무것도


오늘 오전에는 와인투어를 진행했다. 그래도 와인의 도시이기에 한 번쯤 해봐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좋았던 점 하나가 정말 정말 맛있는 와인들이 정말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아무 마트에 가도 수십 가지 종류의 와인들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다 보니 여행 내내 매일 매일 좋은 와인을 경험할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강가 근처로 향했다. 강가 주변에는 많은 상점과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 강가 근처에 앉아 쉬기로 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이렇게 풍경만 바라보는 것만 해도 하루가 금방 갈 거 같다. 이 도시는 그냥 바라만 봐도 너무나 아름답다. 돌아가야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게 안타까울 정도로 첫날 이 도시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음에 온다면 최소 한 달은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이렇게 보낸다는 게 허무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냥 오늘은 이렇게 보내려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간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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