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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Jan 14. 2019

리스본, 미완성의 여행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인연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있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우리랑 가는 방향이 같은 거 같다. 그래서 다들 모여서 간략하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한국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도움을 요청했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내용을 들어보니 모로코 패키지로 2주 행을 왔는데, 3일 동안 거의 다 본 거 같다고 딱히 할 것도 없어서 고민하던 끝에 그냥 무작정 세비야로 넘어왔단다. 그리고 여기에 오면 지인이 나오기로 했는데 핸드폰이 안돼서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참 대단하시다…. 아직 젊은 우리도 무계획으로 오면 이것저것 어려운 일 투성인데 용기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다행히 지인분과 연락이 됐고, 숙소도 내가 머물던 터미널 가까운 곳으로 안내해 드렸더니 이내 안심하시고 정말 고맙단 말씀을 연신 하셨다. 우리는 버스 시간이 다되어 발길을 돌렸고 어머니들 얼굴에도 그늘이 걷히고 웃음이 다시 피어 있었다. 이렇게 도움 아닌 도움을 끝으로 세비야와는 작별을 고했다.


밤새 버스는 열심히 달려 새벽녘에 리스본에 도착했다. 마지막 정차 지점에서 우리는 내렸는데 이내 한국인 친구가 한 명 더 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까 같이 버스를 탔던 친구였는데 내리는 곳도 같을 줄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인연이라 생각하고 리스본 여행을 같이하기로 했다. 일단 각자 숙소로 가서 12시쯤 다시 만나기로 하고 발길을 옮겼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나보다. 숙소는 굳게 잠겨 있었고, 나는 멀뚱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옆에 아침을 파는 곳이 있어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와 빵을 시켜 먹었다. 해는 완전히 떠 분주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나도 숙소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그제서야 짐을 옮길 수 있었다.


대충 짐 정리를 하고 씻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여행할 곳은 보통 리스본 여행 시 많이들 하는 루트인데 신트라-호카곶-카스카이스이다. 원데이 패스권을 미리 끊어 놨기에 일정에 맞춰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날씨가 살짝 아쉽긴 했지만 예약을 해놓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숨은 보석


내가 그동안 해왔던 여행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장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여행이 되었다. 사실 사진도 많이 찍고 이것저것 많이 남기고 싶었지만,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눈으로만 보고 온 거 같았다. 사람들은 어딜 가나 많이 있었고 2월의 날씨였기에 약간의 삭막함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숲과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거 같다. 촉촉한 공기를 마시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늘 세 군데를 다 돌아보니 벌써 해가 지고 달빛이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배가 고파 근처에 들어가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여행지 맛집을 따로 알아 둔 것이 아니기에 일단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있는 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불빛들 사이를 누비던 그때 우리는 보기에 딱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서 그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겉에서는 별로 커 보이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엄청 넓은 공간이 나왔으면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공간이 꽉 차 있었다. 자리를 잡고 뭘 먹을까? 고민하다 피자와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시원한 맥주를 주문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을 구경했는데, 동양사람이라곤 우리밖에 없어 보였다. 아직 아시아권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집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찰나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비주얼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피자는 화덕에 바로 나와 바삭바삭 맛있는 향을 내뿜었으며 토마토 파스타는 그간 내가 한국에서 먹었던 통조림이 아니라 생토마토를 갈아서 만든 파스타였다. 설렘을 앉고 맥주 한 모금 한 후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는데…. 와…. 여태 살면서 먹었던 피자와 파스타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눈을 놀라고 입은 계속해서 먹고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팠는데 삽시간에 해치우고 또 다른 피자를 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참을 떠든 후에야 식당에서 나올 수 있었다. 식당을 나오자마자 이구동성으로 내일 여긴 다시 와야겠다! 말하며 아쉬움을 달래며 각자 숙소로 헤어졌다.



이튿날 아침


첫날 여행을 알차게 보낸 후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여행을 같이한 친구와 오늘도 만나서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그 친구는 오늘 저녁에 우리는 내일 아침에 떠나기로 했기에 오늘이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무언가 한 것도 없는데 벌써 떠난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 재미있게 보내려 한다. 오늘 아침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껴있다. 비 올 거 같은 날씨는 아니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움직인다. 리스본은 그동안 말로만 들었지 딱히 어딜 가야겠다고 생각한 곳도 없고 뭐가 있는 잘 몰라 일단 그래도 제일 유명한 곳인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향하기로 한다. 가는 도중 우리는 맛있는 냄새가 나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내부가 넓었는데 그곳에서는 에그타르트를 팔고 있었다. 바로 매장 한쪽에서는 에그타르트를 만드는 기계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방금 나온 타르트와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곳 리스본에는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사람도 많을 거 같기에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들른 곳에서 방금 나온 에그타르트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는 맥주를 친구들은 커피를 시켜 방금 나온 따뜻한 타르트와 함께 먹었다. 살면서 처음 먹어 본 타르는 입안에서 진짜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주문해서 먹기까지 했다. 그렇게 만족한 식사를 하고 광장으로 향했다.



조심해!


코메르시우 광장에 다다랐을 때 였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행 중 한 명이 급하게 부르는 것이었다. 이내 돌아보니 약간 떨고 있었기에 가까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계속 누가 가방(백팩)을 만지는 느낌이 들어서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봤는데 히잡을 쓴 여인이 자기 가방에서 손을 급하게 빼고 아무렇지 않게 그냥 나갔다는 것이다. 친구는 많이 놀란 듯 약간 얼어있었고 나도 여행 중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순간 너무 마음 편하게 다닌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게 되었다. 사실 광장에 가는 중간에 친구의 가방이 한번 열려있었는데 우리는 왜 열고 다니냐고 다시 가방 지퍼를 닫았는데 알고 보니 그때부터 우리는 쫓아왔던 것 같았다. 다른 친구와 나는 아이스크림 사는 걸 포기하고 얼른 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참 여행을 하니 이런저런 경우 다 생긴다더니 그게 우리에게 생길 줄이야!! 다행히 빠른 시간에 발견해서 그런지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다. 우리는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발걸음을 옮긴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 중간중간에 골목들이 나오는데 이곳은 트램도 함께 다닌다. 그냥 걷기에 힘든 오르막 구간들이 많아 이렇게 트램과 버스가 함께 운영된다. 그리고 리스본엔 유명한 트램이 있는데 그 트램이 가는 코스에서 바라보는 리스본 풍경과 골목 풍경이 이뻐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덧 광장에 다다랐나 보다 사람들의 북적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바람과 바램


코메르시우 광장은 리스본에서 제일 큰 광장이기도 한데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원래 이곳은 마누엘 1세의 리베이라 궁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인해 궁전이 파괴되고 또한 홍수도 함께 일어나 많은 리스본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그 후 폼발 후작의 도시계획에 의해 광장으로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광장 중앙에는 기마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가 바로 주제 1세이다.


바람이 생각보다 거칠게 불었다. 다행히 외투를 챙겨서 따뜻하게 다닐 수는 있었는데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더 거세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광장 안엔 사람들도 채워져 있었으며 아이들은 비눗방울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는 타구스강변으로 더 가까이 가본다. 길은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사람들은 산책을 하거나 강을 바라보고 앉아서 맥주를 마시거나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여념이 없었다. 나도 어느새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걷고 있었다. 처음에는 차갑게만 느껴졌지만 조금 걷기 시작한 후로는 머리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과 상황에 따라 똑같은 바람이어도 차갑게 느껴질 때도 또한, 시원하게 머리를 맑게 식혀주기도 하니 내가 참 변덕쟁이처럼 느껴졌다.


여행하면서 많은 감정을 몸으로 느낀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나의 마음들이 어떨 때는 바보 같다가도 또 다른 상황에서는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언젠가 한 번 깊이 고민 했던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여행 할 때마다 마음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기 때문이다. 늘 만족만을 주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상황에 따라 좋기도 싫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들 하나하나가 나에게 쌓여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되길 바래 본다..




낭만


광장을 빠져나와 우리들은 상조르제 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성은 중세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성이다. 성은 리스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기에 어디서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성 입구에서 우리는 입장권을 끊고 성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성벽 주변에는 공원과 함께 성이 있었는데 이곳의 최대의 장점이라 한다면 리스본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기에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 자체는 보통 알고 있는 느낌이어서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성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너무나 멋있게 다가왔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는데 노을빛에 반사된 강가의 모습과 건물들 사이사이에 찬란하게 비추던 빛들이 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냥 벤치에 앉아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다.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리스본을 눈에 담고 있었다. 각자의 생각과 감정들로 공간은 채워져 갔으며 그것만으로도 성에 오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던 장소이다.




미완성


내가 여행하면서 가장 아쉬운 장소를 꼽으라면 리스본을 말한 거 같다. 정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나는 그에 비해 십 분의 일도 못한 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날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무언가 첫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 도시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생각하기에 여행하기 좋은 6월쯤 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좀 더 알록달록하고 활기찬 모습의 리스본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어느덧 여행의 종착지인 포르투만 남겨두었다. 그간의 여행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했었기에 남은 포르투 역시 기대하게 된다. 무언가 아직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느낌이어서 그런지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틀 동안 함께 했던 친구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나 볼 수 있을 거 같아 아쉬움으로 남지만 돌아가 한국에서 마주할 때쯤에는 우리는 서로 여행의 추억으로 밤을 지새울 것 같다.

그렇게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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