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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Dec 30. 2018

따뜻한 햇살아래서의 평온,
세비야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한번 쯤


어제와 다른 날의 아침이 밝았다. 따뜻한 햇볕들이 골목골목을 비추니 사람들의 옷도 한결 가벼워졌다. 날씨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이 도시가 참으로 신비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관광과 함께 세비야 대성당을 둘러보기로 한다. 오전부터 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도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세비야 대성당은 스페인에서도 의미가 큰 성당중에 하나인데 그 규모는 스페인에서 제일 크고 전 세계적으로는 3번째로 큰 성당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워낙 많은 사람이 가기에 미리 예매하고 가는 것이 좋다.


사실 스페인에 와서 가장 많이 본 관광지 중 하나가 성당이기에 개인적으로 크게 기대감보다는 그래도 한 번쯤 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다녀오게 된 곳이다. 성당 내부에 들어선 순간 정말 넓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한 거 같다. 그리고 바로 보이는 4명의 사람이 묘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가까이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4명의 사람은 왕이었으며, 왕이 들고 있던 묘가 바로 콜럼버스의 묘였다. 근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앞의 두 왕은 얼굴을 꼿꼿이 들고 있지만, 뒤의 두 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앞의 두 왕은 콜럼버스의 항해를 지지한 왕이었고 뒤에 두 왕은 반대했던 왕이었다. 나는 우두커니 콜럼버스의 묘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햇살아래


종탑에 올라가기 전 잠깐 쉬기로 한다. 성당 의자에 앉아 잠깐 쉬고 있는데 여자아이가 아빠랑 장난치며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쉬는 동안에도 즐거움은 언제나 주변에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종탑으로 발걸음 옮긴다. 종탑은 높이가 상당이 있기에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올라가는 좁은 길목에서 많은 사람과 스쳐 지나간다. 잠깐 사이 생각한 것이 살면서 과연 얼마의 사람들과 스치고 만나며 인연으로 발전할까? 매번 여행에서 만나 돌아와서도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들에게 뜬금없지만 감사함을 느꼈다. 종탑의 정상에는 많은 사람이 세비야 전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나도 그들 틈 사이로 들어가 세비야를 한눈에 담고자 노력했다. 하늘은 맑고 청명했으며 햇볕은 따뜻하게 시내 전역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서서 바람을 맞으며 이렇게 관광으로 한 번쯤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탑을 내려와 이제 나가는 길목이었다. 그냥 생각엔 당연히 세비야 도시가 나올 줄 알았는데 오렌지 나무가 즐비한 후원 같은 곳으로 이어졌다. 넓은 공간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성당에 빠져나와 마지막 코스로 광장에서 햇살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간이 너무 이뻐 나도 어느새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언가 한낮의 느끼는 여유라는 게 이 공간에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균일하게 심겨 있는 오렌지 나무가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먹기만 해봤지 이렇게 관상용으로 쓰일 거라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없었기에 이곳 세비야가 약간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 졌을 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한참이나 앉아 있고서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는데, 문밖으로 나가면서도 좀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그 후원(정확한 표현이 맞는지 잘모르겠네요) 주는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평온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성당을 빠져나왔다. 오늘 남은 일정은 과달키비르강 다리를 건너에 있는 도시를 다녀볼 예정이다. 아마 세비야는 더 볼 것이 많이 있겠지만 그냥 발길 닫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움직이기로 한다. 강 건너편은 어떤 모습일지 느껴지는 건 그저 관광단지보다는 주택단지로 보이는 그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을 것 같은 느낌을 풍긴다. 설레는 마음을 앉고 다리를 건넌다. 다리 밑에서는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강을 채우고 있다. 그 안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마치 강 자체가 도시의 눈요기가 아닌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인상을 남았다.


어느새 다리 건너편에 와있다. 내 예상과 마찬가지로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주로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마치 내가 살고 있던 동네의 느낌을 주었다. 주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와 한 책을 즐기고 여유를 즐겼으며,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하는 둥 제법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그 안에는 개구쟁이 꼬맹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챙기는 부모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말을 안 듣는 꼬맹이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니깐.


한참 돌아다니다 목이 말라 마트에 들렀는데 오렌지를 즙을 내 바로 살 수 있는 것이 있어서 한번 호기심 삼아 구매했는데…. 정말!! 이런 게 오렌지주스 맛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존에 마트에서 파는 음료가 아닌 진짜 실제 오렌지의 달곰함과 새콤함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파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했는데 한번 가서 먹어야 봐야겠다 다만 그때 느꼈던 그 맛이 다시 느껴질지는 의문이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간다. 내가 느낀 시간은 얼마 안 된 거 같았는데…. 무언가 많은 아쉬움이 켜켜이 쌓이는 느낌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아쉬움일 수도 있고 좀 더 보고 싶은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속상함도 있는 거 같다. 오늘 밤 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 넘어가야 해서 그런지 더욱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이동


길지 않았던 스페인의 일정이 세비야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우연히 오게 된 스페인이기에 뭔가 더욱 뜻깊은 여행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그동안 여행했던 나라 중에 제일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장소를 여행한 곳이며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한 도시로 나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가고 싶은 장소가 너무나 많아 또 오고 싶기도 한. 밤의 불빛들이 황홀하게 비추고 언제든 여행자를 맞이할 줄 아는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짧게 오기보다는 장기 여행으로 와 나라 전체를 둘러보고 싶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렇게 수많은 아쉬움과 이야기를 뒤로하고 나는 새로운 설렘을 앉고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글들이 너무 띄엄띄엄 쓰는 거 같아 구독자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항상 가슴 한쪽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 연말에 많은 일이 있어 주기적으로 쓰지 못했던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여행지인 포르투갈만 남겨두었네요. 여행을 다녀온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위해 여행을 떠나야 할 때가 왔나 봐요 항상 설렘을 안고 여행하고 부족하게나마 구독자분들과 함께 공감하기 위해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구독자분들도 더욱더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고 늘 설렘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으면 합니다. 그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새해에 더욱더 따뜻한 여행기와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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