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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Feb 24. 2019

제주 사진집

제주를 걷다 : 포토 에세이



휴식


한라산에서 내려오니 눈은 그쳤고 바닥의 눈도 다 녹아 있었다. 눈 때문에 차를 갖고 오지 못했기에 다시 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무겁던 짐들을 차에 내 던지듯이 넣어 놓고 차갑게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차의 시동을 켰다. 나보다 먼저 출발했던 팀들은 아직 도착 전인지 차가 그대로 있었고, 오늘은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기에 나는 바로 출발했다. 차에 온기가 돌면서 몸도 스르르 녹아들었다. 차는 중산간 도로를 달렸는데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한적하니 드라이브하기 적당해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제주도의 중산간 도로를 좋아하는데 길도 이쁘고 차도 별로 없고 옆으로는 한라산이 보여 해안도로보다는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오늘 내가 예약한 숙소는 안덕면에 있는데 이곳은 안덕계곡이 유명해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이기도 했다.


제주도 여행 시 게스트하우스 이용을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로 고르는 기준은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을 주로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여러 군데를 찾다가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더욱 눈길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머물면서 다음에도 또 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사장님의 안내를 받고 방으로 이동을 했다. 아직 몸에 찬 기운이 남았는지 추위가 가시지 않아 바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는데, 급 피곤이 몰려와 버렸다. 잠깐 눈만 붙이자는 심산으로 침대에 누워 내 몸을 따뜻하게 해줄 전기장판의 전원을 켜고 눈을 감고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레트로 감성


얼마의 시간을 흘렀을까? 전기장판을 조금 세게 틀어놓았나 보다 몸이 뜨겁고 등에서 땀이 나는 것 같아 눈이 떠졌다. 잠깐이지만 정말 꿀잠을 잤다. 아니 기절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렇게 몸을 대충 추스르고 침대에서 바닥으로 발을 내딛는데….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역시나 내가 예상대로 무릎의 통증은 물론 종아리에도 알이 배긴 거 같았다. 역시 며칠간 나를 괴롭힐 고통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당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 길에 잠깐 하늘을 보았는데 별이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이 많이 있었다. 날씨가 안 좋았던 거 같았는데 이렇게 밤에 별을 보게 될 줄이야!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 같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휴게실 문을 열었는데 나를 제일 처음 반겨주는 건 커다란 래브라도 리트리버 세 마리였다. 처음엔 갑자기 달려오기에 약간 겁도 났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이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휴게실은 무언가 빈티지 카페를 연상시켰다. 과하지도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각자 제자리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그중 단연 내 눈을 사로잡았던 건 역시 사진과 카메라들이었다. 내가 여기 게스트 하우스에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공간은 기억을 머금은 듯이 나의 어릴 적 추억을 일깨워 주었다. 안에는 사장님과 스태프분이 계셨는데 두분의 밝은 인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넓지 않은 공간을 나는 요기조기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그중에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었다. 바로 오락실 게임기와 슬라이드 필름 그리고 그걸 볼 수 있는 환등기였다. 나는 슬라이드 필름을 유심히 보았으며 흡사 텔레비전처럼 생긴 환등기에도 자꾸 눈이 쏠렸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사장님한테 여쭤보았는데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도 있고, 텔레비전 모니터처럼도 확인할 수 있는 환등기라고 알려주셨다. 다만 쓸 수 있는 줄 알고 중고로 샀는데…. 화면으로 보이는 건 고장 나서 쓸 수 없다고 한다…. 무언가 그 말투에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 있어 보였다. 왜 안 그러겠는가? 나도 지금 보고 약간의 흥분과 설렘이 있었는데 결국 장식용으로밖에 사용 못 한다니 아쉽고 섭섭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많이 다녔었던 오락실의 게임기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요즘 방송에서도 많이 나오는 아이템을 여기서 볼 줄이야? 그냥 장식용으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 사용이 가능했다. 사장님은 요즘 KOF97에 빠져있는 듯했다. 오시는 게스트분들중에 혹시 하실 줄 아시는 분이 있으면 같이 해보자는 말씀을 건네셨는데 나는 잘하진 못해서 하지 않았었는데 마지막 날 밤에 다른 게스트분과 열정적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니 어렸을 적으로 돌아간 듯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게스트하우스의 남자 스태프분이셨다. 손님도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스태프분이랑 한판 붙었을 때에는 정말 상대가 안될 정도였다. 무언가 넘을수 없는 장벽이라는 말이 번뜩하고 떠올랐다.


흰 벽에는 말을 주제로 그려진 액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깔끔하고 심플하니 공간과 잘 맞아떨어졌다. 참고로 이 액자는 사장님이 직접 그린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오시는 손님마다 계속 물어보니 이것도 곤욕인지 벽에다가 '제가 그린 거 아닙니다'라고 안내를 적어 놓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하지만 그것조차 여유롭게 말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기억 하는 방법


내가 이곳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저녁 맥주 한잔을 하면서 사장님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서 부터 였던거 같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다음날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라고 정중히 요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간단히 나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사장님께서도 브런치에 대해 알고 있어서 그런지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다. 그렇게 첫날 숙소에서의 짧지 않은 밤을 보내고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같은 방에 있던 여행자분이 분주하다. 어제같이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직 대학생이고 건축학도라고 사진도 취미로 하고 있어 건축 사진을 주로 찍고 있다며 알려주었다. 오늘도 제주도에서 유명한 교회를 어렵사리 예약해서 시간 안에 가려면 부지런히 준비해서 출발해야 한다고…. 참 열정적인 여행자이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같이 아침을 먹기 위해 휴게실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 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우유와 토스트 그리고 컵라면을 먹으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사장님께서 휴게실 옆에 있는 작은 방에서 나오셨다. 그리고는 같이 있던 분에게 사진 언제 찍으실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다 먹는 대로 바로 찍겠다 했고 사장님은 이내 찍을 준비를 하러 다시 들어가셨다. 나는 궁금해서 밥을 먹으며 물어봤는데 여기서는 숙박하면 사진을 무료로 찍어 준다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예약할 때 선택하는 곳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무심히 지나쳤던 거 같다. 어차피 사진을 찍는 건 익숙해도 찍히는 건 낯설기에 찍지 않을 것이지만, 사장님의 이런 점이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한참 식사를 하는 도중 또 한 분의 남자분이 내려왔는데…? 참으로 신기했다. 분명 남자 숙소에는 우리 둘 밖에 없었는데 언제 오셨지?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분이 식사하러 옆 테이블 앉아 있을 때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젯밤에도 있었지만, 개와 함께 온 여행이어서 휴게실에는 내려올 수 없었다고 한다. 이곳 게스트하우스는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아마 그곳에서 숙박을 하셨던 거 같다. 참 반려동물과 제주도 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또한 작은 개가 아닌 중형견인 사모예드와 함께한다고 하니 다시 한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니 하나둘씩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촬영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두세 평 남짓 조그만 미니 스튜디오였다. 과하지 않은 최소한의 장비로 손님마다 개성을 살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전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들만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끌어내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이 꽤 숙련되어 보였다. 그렇게 건축학도와 반려견을 동반한 여행자는 사진으로써 그곳을 기억하게 되었다.


촬영하는 중간중간 나는 내부를 둘러 보았는데 작은 책상과 2층의 철제 침대가 눈에 띄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사장님의 개인 작업장이자 잠을 자는 공간이었다. 순간 개인적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게스트보다 더 게스트처럼 살고 계신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정성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만들어 가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편안함


창문으로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온다. 아침의 분주하던 손님들이 각자의 여행을 위해 떠났다. 나는 어제 사장님과의 약속으로 조금 더 있기로 했다. 어느새 스태프분들도 내려와 있었다. 이곳은 스태프가 두 분 계셨었는데 남자 스태프 한 분과 여자 스태프분이셨다. 남자 스태프분의 거의 1년 가까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와 같은 게스트로 왔다가 스태프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손님이 빠지니 고요함이 공간을 메웠는데 그것도 잠시, 적막함을 깨우는 이들이 있었는데 첫날 나를 격하게 반겨주었던 래트리버 세 마리였다. 요리조리 돌아다니면서 장난 아닌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까만색은 '깜별', 약간 갈색을 띤 아이는 '새별', 그리고 하얀 크림을 닮은 아이가 '귤'이다. 이들은 부모와 자식 관계로 깜별이와 새별이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바로 귤인 것이다. 귤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역시 대형견인가 보다. 성장하는 속도도 남다르다. 그리고 이 아이들 말고도 아주 작은 강아지들도 있었다 태어난 지는 두 달이 좀 안된 거 같은데 따로 격리해 놓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아이들이 한창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닐 때라서 그런 거 같았다. 스태프분께서 강아지들에게 밥을 주러 갈 때 같이 따라가서 보게 되었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곳은 마치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만큼 여유롭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게 아닌가 싶다. 손님이 빠져나간 시간대에는 이렇게 게스트 하우스 모든 식구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마치 가족들이 거실에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듯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손님이 없는 틈에 여자 스태프분이랑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연기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머리가 복잡하던 찰나에 이곳을 알게 되어 오게 되었다고, 그리고 얼마 후 자신도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며…. 그 말투에서 아쉬운 마음이 묻어 났다. 참 미소가 밝아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아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늘 용기 잃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산책


잠깐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점심을 향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아 식사는 좀 뒤로 미루기로 한다. 스태프 두 분이 외출준비를 하고 내려왔다. 오늘 클림트 전시가 있어 보러 다녀온다고 한다. 두 분 다 오랜만의 문화 활동에 약간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스태프분들은 외출을 하게 되었고, 나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은 선에서 근처를 산책하기로 하고 사장님에게 산책코스를 추천받았다.


대충 옷가지를 걸치고 카메라 하나를 매고 산책길을 나섰다. 바람은 약간 차가웠지만 오랜 시간 실내에만 있어서 그런지 꽤 상쾌하게 느껴졌다. 산책코스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사람들도 잘 몰라 사장님이 세 마리의 개들과 자주 산책을 다니는 코스라고 알려주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푸른 잎이 있을 때보다는 덜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산책하기에는 좋다고 알려주어 가게 되었다. 또한 가는 도중 돌담으로 된 곳에 구멍 하나가 있는데 딱 그 구멍에 얼굴만 빼꼼히 내민 강아지 한 마리가 보일 거라면서 알려주었다. 참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조그만 공간 안에서 그곳을 지키는 모습이 마음이 많이 쓰인다."고 말해주는데 순간 아차 싶은 마음도 들었다. 난 그저 웃음의 포인트로만 느껴졌던 점이 다른 시각으로 볼 때에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걸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었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전날 눈이 와서 그런지 공기가 맑게 느껴졌다. 뒷짐을 지고 공기를 최대한 깊게 들이마셨다. 시원한 공기가 가슴 깊숙이 들어와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없애려고 온 여행인데 걷다 보니 또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을 메운다. 다만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곳에서 생각은 그리 무겁지 않은 가볍게 웃어넘기는 정도의 무게라 나름 편안했던 거 같다. 알려준 대로 산책코스는 정말 일품이었다. 깎아질 듯한 절벽 아래로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며 짧지 않은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오직 들리는 소리라 하면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 정도랄까? 제대로 치유가 된 산책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출발 전 알려주었던 돌담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강아지 얼굴이 보이지 않아 구멍을 막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뒷걸음질했다. 그곳 돌담 구멍에는 진짜 얼굴만 빼꼼히 내민 강아지 한 마리가 나를 향해 격하게 짖고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그 모습이 귀여워 몇 장의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는데, 다만 아까 사장님과의 얘기가 마음에 남아서 그런지 오래 자리하진 못했다. 그 아이는 그곳을 지키려고 나에게 경계를 하고 있을 터인데 내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 계속 불편하게 있는 모습이 상상되니 미안한 감정에 자리를 피해주었다. 어느덧 제주는 봄이 한걸음 다가왔나보다 걷는 길옆에는 노란 유채꽃이 봄의 기운을 내 뿜고 있었다. 주변은 아직 겨울인데 이 유채꽃만이 계절을 앞서가는 느낌이었다. 제주에서 겨울과 봄을 동시에 만나니 무언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게스트 하우스 내부
게스트하우스 내부



제주 사진가


손님이 빠져나간 뒤 사장님과 짧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인터뷰보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었던 거 같다. 나는 사람이 궁금했기에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싶었었다. 그리고 삶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배우고 싶었다. 사장님은 제주에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사장님이라는 호칭 대신 작가님으로 바꾸기로 한다.


나는 처음 사진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제일 처음 물어봤던 거 같다. 작가님은 원래 미술을 전공했다고 한다. 사부님이 항상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다니셨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러던중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에는 카메라에 대해서 작동법도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한날은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한 대로 안 나와서 어떻게 하면 잘 찍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카메라의 기능을 하나씩 눌러보면서 익혔다고 한다. 그리고 피사체를 두고 이런저런 구도로 다양하게 찍었다고, 아마 이때부터 작가님은 카메라와 사진에 관해 관심을 가진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질문을 이어갔다.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회사에 다닐 때 답답하고,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휴가를 가게 되었는데 제주가 떠올랐고 마침 친구도 제주에 있었기에 알아보던 중 비행기 표도 생각보다 많이 저렴해서 바로 구매를 하고 제주로 오게 되었단다. 처음 제주도를 왔을 때에 너무나 좋았다고 한다. 무언가 해방되는 느낌, 살면서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한 번에 밀려왔다고…. 그게 제주와 작가님의 첫 만남이었다.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 자꾸 제주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달을 지내다가 이렇게는 안 될 거 같아 다시 제주도를 가기로 마음먹었고, 만약 이번에 가서도 살고 싶으면 미련 없이 다 정리하고 내려오자는 마음으로 후배와 함께 제주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협재에서의 그 황홀했던 일몰을 보면서 작가님은 후배에게 "나 제주도에서 살아야겠다"라는 말을 하고 그길로 제주도로 내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가진 게 많지 않았기에 비빌 언덕이었던 친구의 일을 도와주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고 한다. 다 쓰러져가는 집을 연세 100만 원을 주고 잠자는 곳에만 도배 및 장판 정도만 깔고 그렇게 생활했다고 하니 작가님한테 제주도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는 감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무수한 노력과 열정으로 제주에서 사진작가이자 '제주 사진집'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되었다. 처음 게스트하우스를 하기 전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스튜디오를 하기엔 운영 대한 위험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고민을 하다가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됐다고 아마 친구가 게스트하우스를 하기에 결정하는데 있어, 조금의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나는 한가지 궁금점이 있었다. 사진집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지에 대해서이다. 사실, 이 이름은 본인이 직접 지은 게 아니고 친구의 추천으로 지은 거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사진집이라고 하기 부끄럽기에 미루고 다른 이름으로 하려 했지만, 친구가 편하게 생각하면 된다고 중의적 의미로 보면 꽤 괜찮고 좋은 이름이라고 해서 짓게 되었단다.


사진에 관해 이야기 하던 중 작가님은 회상하듯이 제주 와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고…. 따로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전공자들과 비교하면 부족 할 수 있었던 사진 실력은 무수한 노력과 작업 그리고 배움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사진들을 보면서 작품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하지도 않으면서 차분하게 힘 있는 모습들이 그간의 시간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대화 중 작가님이 반대로 나에게 질문을 던져 왔다. 마지막에 찍고 싶은 사진은 무엇인가요? 라고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저는 동물 사진을 찍고 싶다고 아프리카 크루거 사파리에 다녀온 후 동물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으며, 인간의 욕망을 위해 우리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거에 대한 억압과 억제를 너무 쉽게 하는 것이 아닌가? 동물원의 동물들은 과연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 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그래서 나는 진짜 동물 사진을 한번 찍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가님의 마지막에 찍고 싶은 사진을 무엇인지 들을 수 있는데 바로 수중 사진이었다. 현재 스킨스쿠버도 하고 있고 조금씩 도전해 보려 한다면서 아직은 아주 어렵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찍고 싶다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 질문했는데... 올해는 깜별,새별,귤과 함께 제주도 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사진찍고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런치에 연재하면 괜찮을까요?라며 나에게 물어오길래 나는 말해 무얼하냐며 당연히 좋은 사진은 물론 글도 훌륭할꺼라고 말해주었다. 작가님이 이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깜별'이 때문이다. 이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작가님의 꿈과도 같은 아이였다. 작가님은 마당있는 집에 래브라도리트리버를 키우는게 꿈이었는데 이 깜별이가 작가님과 함께 제주도의 시작부터 함께 했던 아이였다. 그 쓰러져가는 방한칸에서 지낼때 부터 쭉 함께 동거동락해서 고생도 많이 한 아이라며 마음이 많이 쓰인다고 또한 한해 한해 나이들어가는 모습에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때부터 꼭 함께 여행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단다. 그리고 그 여행을 올해부터 시작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제주도 곳곳 강아지들과 함께 다니기 좋은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콘텐츠로 글을 쓴다면 아마 충분히 사람들이 사랑하는 글이 되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브런치 작가로 보고 싶다.

 




함께


마지막 날의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아마 다음날 바로 일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산책 후 휴게실에 들어오니 다른 여행자분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옆에 테이블에 앉아 인사를 건넸다. 여성분이었는데 남동생이랑 같이 왔다고 했다. 동생은 지금 남자 방에서 짐 정리하고 금방 오기로 했단다. 그러던 중 어제 한라산 등반했다는 나의 말에 그분의 친구분도 어제 한라산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머물렀던 곳을 알려드렸는데 그 친구분도 거기에서 숙박했다며 휴게실에서 단체여행객이 있었는데 그 안에 함께 있었다고 한다. 나는 혼자 앉아있었기에 나를 기억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인연이구나 생각을 하던 찰나에 동생분도 내려와서 얘기를 나누었다. 동생과는 나이 차이가 있어 약간 아들 같은 느낌도 있다면서 외출을 잘 안 하기에 이번에 함께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짤막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저녁 이야기가 나왔다. 차가 없기에 근처 돈가스를 먹으러 갈 예정인데 사장님에게 혹시 다른 맛집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질문을 던졌고 사장님이 알려주셨는데 그곳은 이미 영업시간이 끝나버렸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추천받았는데 여행자분께서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가자고 하여 같이 가게 되었다. 그렇게 동생분이랑 셋이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일 일행이 차를 렌트해 와서 조금은 수월한 여행이 될 거 같다며 두 분 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한 후 우리는 휴게실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여행 다녔던 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남매 중 누나분은 여행을 좋아해 많은 나라를 여행 한 듯했다. 제주도도 1년에 2~3번 정도 온다고 하니 내가 배울 것이 많은 여행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셋이서 여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제주도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정리


따뜻한 난로를 가운데 두고 작가님과 깜별, 새별,귤의 모습이 참으로 정감있게 다가왔다. 자연스럽고 온화한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곳이다. 게스트하우스를 다녀갔던 손님들의 사진들을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편집하는 그 모습과 함께 게스트하우스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사람들을 찍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작가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말투는 무뚝뚝하지만 정감 가는 어투이다. 투박하면서 그 안에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항상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많다고 한다. 본인이 많이 부족하지만, 옆에서 많이 도와주는 고마운 조력자들이라고 무언가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유대 같다.


아마 첫날 짧은 대화를 통해 이곳을 꼭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은 괜히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이틀 동안 있었지만 조금 더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한 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있는 스태프 두 명이 돌아가더라도 올해는 스태프를 뽑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일은 많아지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그걸 실행에 옮겨서 삶을 영위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러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막상 쉽지 않은 게 삶이다. 혹 혼자 살면 모르겠지만 가족이 있다면 그건 더욱더 어려운 선택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다시 한번 행복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참고로 2월까지 흑백사진 무료로 촬영해준다고 합니다.






제주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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