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 #인터뷰 #매력부자 #느리게걷기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2
인터뷰 전 저에게 서퍼는 마냥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였어요. 검게 그을린 피부에 서핑으로 다져진 단단한 근육~ 거기에 틀에 박히지 않은 스타일까지!
인터뷰 후 저에게 서퍼는 내면에 누구보다 단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자유로움으로 표출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혜윰의 서른한 번째 인터뷰엔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긴 머리 서퍼 김솔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단단한 내면을 가진 김솔님의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 )
제가 서핑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됐어요. 직장 동료의 권유로 가볍게 물놀이하듯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본업보다 훨씬 애정을 갖게 된 마음속 직업이 돼버렸네요.
저는 여수에서 컨테이너 트레일러 차량을 운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본업이 있다 보니 주말을 이용해서 서핑을 하는 편인데, 해가 긴 여름철엔 고흥 남열이라는 스폿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요.
우리나라에 3천 개의 섬 중에 2천 개가 넘는 섬이 제가 사는 전라남도에 밀집해 있거든요. 근데 딱 남열에만 파도를 막는 섬이 없어요. 올여름에도 출근 전에 남열에서 새벽 서핑을 하고 퇴근 후에는 길어진 해를 이용해 저녁 서핑을 타는 루틴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시작은 평범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무언가를 향해 이토록 열정적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서핑은 제 삶의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서핑이 정말 어려운 운동이라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 숙련되기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한데 서핑은 내가 연습할 준비가 됐어도 좋은 컨디션의 파도가 와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다른 운동을 연습할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좋은 파도라는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야 숙련될 수 있는 스포츠예요.
작년 도쿄올림픽 때 우리나라 해설 위원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서핑과 인생은 비슷하다. 똑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고 좋은 파도(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잘 캐치하여, 그 파도(기회)를 최선을 다해 끝까지 타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파도를 알아보는 눈과 그 파도를 잘 타기 위해선 서핑처럼 인생도 많은 연습과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보통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밀려와요. 물론 처음 배우시는 분들이라면 화창한 날 바다에 나가는 게 배우기도 편하고 사진도 예쁘게 찍힐 테지만요 : )
서핑을 할 때는 무엇보다 기립근의 힘이 중요해요. 보드 위에서 양손으로 물을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패들링(Paddling)이나, 보드 위에서 손바닥을 짚고 일어나는 테이크 오프 (Take off) 자세를 할 때 엎드린 상태에서 기립근의 힘을 이용해야 좋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특히 패들링 시 상체를 들어 등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누워서만 패들링을 하게 된다면 어깨나 목에 큰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돼요.
제가 생각했을 때 세상은 서핑을 하는 사람과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눠지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대학에 졸업하면 취직을 하고,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평범한 삶을 꿈꾸잖아요. 근데 서퍼들을 이런 그림에서 벗어난 삶을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주변에 30대 후반이 넘어서도 결혼 안 하고 혼자 인생을 즐기는 서퍼들이 정말 많거든요. 아무래도 연애나 결혼을 하게 되면 챙겨야 할 대상이 생기고, 마음 가는 대로 여기저기 떠날 수가 없잖아요. 보통 서퍼들이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요즘 호주에 가려고 준비 중이에요. 일단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서핑에 조금 더 가까워진 환경에서 서핑에 가까워지는 직업을 찾는 게 제 목표예요.
돌이켜 보면 엄청난 고민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기 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서핑이 제 삶에 녹아들면서 제가 그리는 미래의 그림도 변화된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하면 꾸준하게 이어가는 편이에요.
예전에 살이 쪄서 헬스를 시작했었는데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몸이 좋아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이런 경험들이 꾸준함이라는 제 생각에 힘을 불어넣어 준 것 같아요.
20대를 생산성 없이 보냈다는 생각에 30대부터는 소소하더라도 하나씩 이루어가는 삶을 살아보자 생각해서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망설임 없이 접해보고 있어요.
오래 해왔던 운동 말고도 정자체 손글씨를 혼자 연습 중인데 필체가 제법 봐줄 만해요.
느리더라도 꾸준히 행동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엔 어떤 형태로든 전보다 나아진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지금 걸어가는 길에서 내가 얼마나 앞서고 있는가 보다 중요한 건 이 길이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 맞는가에 확신 아닐까요?
인생은 빨리 걷기가 아닌 나의 방향을 찾아 꾸준히 걷는 거란 걸 깨달을 즈음이면 내게도 인생 내공이라는 게 차곡히 쌓여 있을 거예요.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괜히 걱정하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나다움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