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_매실(Prunus mume) / 삶을 나답게 가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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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고 짧게, 이것저것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제발 하나를 깊게 해라, 또 하나를 길게 못하지, 이건 얼마나 가나 보자. 보통 끈기와 지속력에 대한 핀잔이 섞여있죠.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생산적인 일로 만들지 못하고 그전에 그만두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얕고 짧게, 다양한 것을 하는 것이 과연 비생산적인 일일까요? 결과는 꼭 어떤 수치적이거나 시각적인 성과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걸까요?
당연히 모두 아니라고 말할 거예요. 만약 그런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본인 개인 가치관이 듬뿍 담겨 있겠네요. 타당한 이유를 가진 멋진 가치관일 거예요. 그러나 타인의 삶의 방식에 자신의 가치관을 담아 말하는 건 존중과 인정과는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해요.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모든 건 경험이잖아요. 상투적이지만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고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땐, 느리고 광범위하게 경험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을 사람이 아닐지 생각해봐야 해요. 물론 인륜적 · 객관적으로 아닌 길로 빠질 땐 붙잡아야겠지만요.
혹시 이 글을 읽고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은 그 답게,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끈기, 지속력, 꾸준함. 그것들의 기반은 나다움에서야 비로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내 속에서 우러나와야 자력으로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짧게 여러가지를 '해보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끈기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나다운 것을 찾지 못한 것. 그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저는 보라색, 원데이클래스, 온라인 테스트, 종합게임, 변덕스러운 결정, 상상도 못하게 기발하고 사소한 이슈 등으로 갖은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그 중 원데이클래스, 변덕스러운 결정은 짧고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새로운 별명을 생겨나게 합니다. 일부는 짧게 저를 머물다 사라졌지만 오래가는 것들도 있어요. 보라색, 유리공예, 민화, 즉흥여행, 전시, 게임 소모임 등. 그런 것들은 아직도 저를 표현하면서 꾸준히 그것들을 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들은 곧 저 자체를 이루며 저를 표현하는 매개이기도 해요. 너 답다, 딱 네 취향이네, 너랑 잘 맞잖아. 이런 말들은 얕고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과정 뒤에 오더라구요.
계속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 다양해지는 게 기대돼요.
5월엔 입하(立夏)와 소만(小滿)이 있어요. 여름이 되고 있는 봄의 끝자락. 변덕스러운 날씨와 일교차, 옷차림이 많이 가벼워지고 세상이 빠르게 여러 색을 입고 벗는 시기. 그리고 동식물이 성장하는 시기예요.
여러분은 어떤 옷을 입고 벗으며 얕고 두꺼운 이름을 가지실지 기대되지 않나요?
다양한 성장의 경험과 가벼운 이름들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