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설치미술 #아티스트 #세바시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3
인터뷰가 진행되는 1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촬영 중이란 사실도 잊은 채 저희 모두는 멍하니 인터뷰이 이야기에 빠져들었어요. 마치 저희만을 위한 세바시 강연을 듣는 느낌이랄까?
이번 인터뷰는 직장인 혹은 하고 싶은 일을 몰라 방황 중인 분들께 적극 추천해요! 그럼 직장인 아티스트 윤상훈 님의 서른일곱 번째 H인터뷰를 시작할게요.
저는 예술과는 1도 관련 없는.. 그저 제가 가진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예전엔 제가 가진 생각을 메시지로 전달하기 위해선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가령 언변이 탁월하게 뛰어나거나, 미술이나 음악 혹은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그런 사람들처럼요.
이런 제 생각이 변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3학년 때 부산 비엔날레에서 우연히 설치 미술 전시를 본 순간부터였어요. 그곳에선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가지나 그릇, 우산 등을 작품이라 얘기하고, 또 그걸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더라고요.
예술이라는 건 테크니컬 한 스킬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메시지만 있다면 이러한 방법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때부터 미술 전시를 보는 취미가 생겼고, 2017년 드디어 저의 첫 번째 전시를 열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미술은 표현의 양분이 되는 영감이나 자극이 필요하잖아요. 저에게 그 양분은 '직장생활' 이였어요. 멀리서 보면 직장 생활이 매일 똑같은 하루 같지만, 직장인 분들은 아실 거예요 그 속엔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고, 또 그들과 마주하는 새로운 순간들이 있다는 걸요.
노동이라는 과정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굉장히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란 걸 알게 되면서 저의 작품 주제는 자연스레 '직장생활'이 되었고, 서울과 대만에서 진행된 두 번의 전시 모두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메시지로 담아 선보이게 됐어요.
애매한 재능이 어떻게 무기가 될 수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이제는 어떤 재능이 결과를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에요.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개인이 주체가 되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아졌거든요.
예를 들어 과거엔 역사에 대해서 대중에게 이야기를 하려면 보편적으로 역사학 교육을 받고, 이를 수료하고 논문을 쓰는 등의 행위로 권위를 얻어 교단이나 강단에 서서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카메라를 켜고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돼요.
생각이나 정보를 선 보일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평준화되면서,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탁월하게 해내는가 보다 나만의 스타일로 얼마나 궁금하게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가치로 부상되는 시대가 왔어요.
이런 시대에서는 애매하다고 생각했던 재능도 내가 어떻게 표현하고 색깔을 녹이느냐에 따라 대중의 반응을 충분히 이끌어내고 이해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어요.
제 책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에는 이런 저의 주장과 그것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있어요.
윤상훈이라는 사람이 아티스트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제가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전시를 열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논리에 가장 기인하는 게 바로 저의 스토리 같아요.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N잡을 하고 계세요. 반면 막연한 불안감에 망설이는 분들도 많으실 걸 알아요. 그런 분들께 전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정해서 시작하라고 말씀드려요.
가령 '내가 유튜브 하겠다'라고 한다면 고가의 장비 먼저 구비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마이크 하나 사서 시작해 보는 거예요. 보통 어떤 일을 망설이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거든요. 내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규정하고 그 바운더리 안에서 시도를 해본다면 조금은 쉽게 N잡을 시도하실 수 있을 거예요.
10대를 방황기라 하지만 사실 인생에 있어 내가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제대로 알게 되는 건 꼭 나이에 국한된 고민이 아닐 거예요. 누구나 불안할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거는 막연한 상황에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를 알게 됐을 때 주저 없이 그걸 선택할 수 있게 내 바운더리를 넓혀 놓는 작업을 하는 거죠!
방황 자체에만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언제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만의 폭을 넓혀놓은 작업을 많이 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뇌과학자분 말씀이 뇌는 질문하지 않으면 반응을 하지 않는대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연습이 필요한데 저는 그 질문에 가장 좋은 방법이 책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어떤 면에서 명상하고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요. 오디오나 시각적인 콘텐츠는 내 템포에 맞춰 흐름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책은 내 흐름대로 상념이 들 때 잠시 끊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해 볼 수 있는 매체니 까요.
책은 단순히 좋은 지식을 습득한다의 개념을 넘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수단 같아요. 건축에 대한 책을 볼 때 우린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게 중요하지, 건축 자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게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독서는 누구나 공감하는 좋은 습관이지만, 이 좋은 행위를 습관화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방법이 필요해요.
보통 습관은 가급적 매일 꾸준히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물로 중요한 포인트지만, 매일 해야 된다는 강박 때문에 습관 자체를 더 어렵게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을 나만의 패턴으로 이어간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걸음이니, 습관에 대해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며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건, 인생의 큰 숙제를 마친 것과 다름없어요.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을 때 그 시작이 막연하지 않도록 오늘부터 전 다양한 경험을 하려 해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내년 이맘땐 지금보다 더 나다움으로 무장되어 있겠죠?
혹시 괜한 걱정에 망설여질 땐, 상훈님의 인터뷰를 돌려봐야겠어요.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 스피노자 Spinoza, Baruch 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