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들여다보거나, 쳐다보지도 못하거나
꽃보다 예쁜 다육이라지만, 세상에는 굉장한 모양을 한 다육이가 많다. 머릿속에서 흔히 그려지는 '식물'이라는 이미지와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어쩌면 징그럽다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지나쳐 보냈을 다육이가 어느 순간 당신의 머리 속에 떠돌아다닌다. 당신은 그 이상한 아름다움에 이미 현혹된 것이다!
공룡의 알이 있다면 이렇게 생겼지 않았을까? 돌처럼 생기기도 한 제옥은 가운데가 갈라지고 안에서 새로운 얼굴이 나오는 형식의 '탈피'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살아나간다. 여름에는 문자 그대로 '녹아내려' 죽기도 하는 조금은 까다로운 다육이. 자주색을 띨 경우에는 자제옥이라고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splitrock으로 통칭된다.
제옥帝玉 Pleiospilos nelii
자제옥滋帝玉 Pleiospilos nelii cv. Rubra
제옥과 비슷하면서도 가장 다른 부분은 매끈매끈한 얼굴. 지우개를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재미있는 이 다육이는 금영이다. 제옥처럼 입을 벌리고 새로운 얼굴이 나오며 기존의 얼굴은 껍질이 되어 떨어져 나간다. 제옥과 금영은 모두 화려한 색상의 꽃을 피운다. 도저히 자연적이지 않아 보이는 청량한 민트색이 볼 때마다 신기하다.
금영金鈴 Argyroderma
통통한 개구리 뒷다리를 닮은 금령전(천금장으로 불리기도 한다)은 마치 갓난아기처럼 빨간색의 새 잎을 출산한다. 햇빛을 잘 받으면 반점의 색이 짙어진다. 비슷한 모양으로 반점이 없이 물만두처럼 생긴 다육이가 있는데, 같은 종 중의 하나로 영락이라 한다.
금령전, 천금장 Adromischus cooperi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입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오히려 부드러울 정도인 반전 매력의 사해파는 탐스러운 노란색의 큰 꽃이 핀다. 어쩌면 다육이들은 험상궂을수록 더 예쁜 꽃을 피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해파四海波 Faucaria tigrina Schwantes
외계 생물이 있으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가지런한 모습일 때는 영락없이 아기들의 통통한 발가락을 닮아 외국에선 'babytoe'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꽃의 색에 따라 다른 이름들이 붙어 있다. 동그란 잎 끝에 색이 다른 부분이 햇빛을 받는 창의 역할을 한다. 사진의 다육이는 군옥으로, 일반적인 동향 베란다에서 길렀더니 처음의 가지런하고 예쁜 모습은 사라지고 자기주장이 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너무 강한 빛을 받으면 녹아버리고, 너무 많은 물을 먹으면 터져버리는, 굉장히 직관적인 다육이. (그러니 여름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오십령옥五十鈴玉 Fenestraria aurantiaca 노란 꽃
군옥群玉 Fenestraria rhopalohylla 흰 꽃
광옥光玉 Frithia pulchra 분홍(자주) 꽃
누가 봐도 귀여운 곰발바닥, 그래서 이름도 아기곰이라는 의미의 웅동자. 동물의 발바닥처럼 솜털이 덮여 있고, 앙증맞은 발톱은 햇빛을 많이 받으면 색이 진해진다. 심지어 냄새마저 동물의 그것과 같다! (이것만큼은 안 닮아도 되는데)
웅동자熊童子 Cotyledon tomentosa Harv.
또 다른 외계생명체st의 다육이는 루페스트리이다. 작은 탑을 층층이 쌓아 올린 모습인데, 희성, 무을녀와 비슷한 모양새라 종종 오해받는다. 실제로는 무을녀의 소형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탑을 쌓는 모습이 좀 더 그로테스크하다! 햇빛을 받으면 빨간색으로 변한다.
루페스트리 Crassula rupestris
이게 식물이야? 뭐가 이렇게 징그러워!
다육이 입문 시기에 리톱스를 보면 호불호가 확 나뉘는데 실제로 글쓴이 또한 처음 사진을 보자마자 굉장한 불쾌감에 사로잡힐 정도였다. 그런데 징그럽게만 보이던 리톱스가 점차 신기해 보이면서, 유일무이한 그 얼굴이 점점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하나둘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 말도 안 되는 얼굴을 한 리톱스의 세계는 굉장히 깊고 넓으므로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오늘 본 다육이들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면, 근처의 꽃시장을 찾아보자. 그동안 지나쳤던 다육이들이 눈에 꽂히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은 이미 현혹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