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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winkup Mar 28. 2017

다시 봄이 오는 소리

봄에 만나는 작은 나무, 소포라와 코로키아

도통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찬바람의 공격이 문득 힘을 잃었음을 느꼈다면, 그래도 봄이 왔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의 공격으로 파란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날이 더 많았고, 깔깔하게 차오르는 먼지에 연신 콜록거릴지언정, 분명히 이 세상에 봄의 기운은 차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확신하냐고요? 겨울나무에서 연둣빛 새 잎이 나고, 노랑노랑 봄꽃이 피어오르고 있는 걸 보고 왔거든요. 저희 집 베란다에서요.


소포라 Sophora prostrata


사진출처 https://en.wikipedia.org

뉴질랜드의 자생식물이며 국화라고는 하지만 생소한 이 자그마한 나무가 한국을 휩쓰는 데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 '남의 나라의 신기한 식물'정도로 구경할 수 있었던 소포라를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지요.


한국에 상륙한 소포라는 다소 왜소한 첫인상이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손 위에 올라갈만한 화분에 심겨있는 30cm가량의 가냘픈 나무였거든요.





멀고 먼 고향 땅을 떠나, 새 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기도 괜찮은 곳일까? 의심이 가득한 작은 손을 꼬물꼬물 펴고 있는 연두색의 이파리들과 인사를 나누는 첫 날입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이파리들은 훌쩍 덩치를 키웠습니다. 이 집이 꽤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요?


그리하여 따뜻해지는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신나게 일광욕을 하다 보면


창가로 스며든 오후 햇살이 작은 나뭇잎 끝에 하나둘 맺히기 시작합니다.

이때쯤이면 마냥 앙상한 듯하던 가지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느덧 온통 푸르러진, 작지만 예쁜 나무를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 참, 여기 또 다른 친구를 아직 선보이지 않았네요.


코로키아 Corokia cotoneaster


겨울동안 온통 은빛으로 빛나던 겨울나무 코로키아에서, 봄기운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꽃이네요, 그것도 여리여리한 노랑색의 봄꽃!


새로 나는 잎은 겨울빛을 버리고 봄의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겨울의 코로키아가 은빛의 엘사라면, 봄의 코로키아는 말괄량이 안나로 변신했달까요?


작은 나무 둘이 만나면 더 즐겁습니다. 가지가 가끔 엉켜서 살살 빼줘야 하는 것만 제외한다면요. 사이좋게 손을 잡고 이 봄을 만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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