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 호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 서비스의 장단점,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들
트립 호스트(Trip Host)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까지 미국, 벨기에,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게스트를 만났고, 호스트로서 에어비앤비 트립를 다루고자 한다. 트립을 등록하는 과정, 트립스의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끝으로 예상되는 변화를 짚을 것이다. 트립에 관한 소개는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트립을 등록하기까지
전체 과정은 트립 상세페이지를 제작하고, 트립 담당부서로부터 승인을 받고, 가능한 일정을 등록한 뒤 예약을 받는 것이다. 트립 페이지를 제작하는데 2일, 승인까지 8일, 첫 예약이 들어오기까지 4주 정도 걸렸다. 이전에 외국인 여행자들을 데려갔던 코스로 트립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틀 만에 페이지 작성을 마칠 수 있었다.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어떻게 내 트립을 매력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였다. 이미 나이트 러닝, 메이크업 클래스, 케이팝 댄스 등 매력적인 트립들이 많았기에, 궁궐을 걷고 함께 저녁을 먹는 필자의 트립 일정은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었다.
따라서 야간에도 입장이 가능한 덕수궁 일대를 걷는 일정으로 '미드나잇 스토리(Midnight Story)'라는 포인트를 강조했다. 통상 2주 정도 걸리는 승인도 비교적 빨리 마친 뒤 트립이 가능한 일정을 등록했다. '드디어 호스트를 해보는구나'라는 기대감은 점차 초조함(?)으로 바뀐 채 가장 애타는 시간이 이어졌다. 결국 첫 메시지를 받아보기까지 4주라는 기간이 필요했다.
초기 예약을 빨리 받을 수 있는 팁을 간단히 드리자면 1) 주변 지인에게 트립 예약을 부탁한 뒤 자체적으로 리뷰를 확보하는 것이다. 처음 호스트를 시작한 분들에게는 미리 예상치 못한 변수를 경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가장 추천드린다 2)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상품을 최저가로 낮추는 것이다. 아무래도 비슷한 내용의 트립들보다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리뷰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가격대를 점차적으로 올리는 것을 권한다.
트립스의 좋은 점
트립을 등록하는 상세페이지가 모바일에 굉장히 최적화되어있다. 크게 3가지 영역으로, 좌측에는 메뉴, 중앙에는 텍스트 박스, 우측에는 모바일 미리보기로 구성된다. 번거롭게 텍스트 작성과 미리보기를 오갈 필요가 없어 편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모바일이 트립스에서 갖는 중요함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사진 등록과정에서 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 모든 사진은 모바일 기준으로 가로보다 세로가 긴 비율로 등록해야 한다. 에어비앤비의 상품 조회와 예약수의 상당수가 모바일에서 발생하는 듯하다.
처음 호스트를 신청한 사람이 깔끔한 영문 소개를 작성하기는 쉽지 않다. 에어비앤비는 승인기간 중에 전문 에디터가 매끄러운 수정본을 제공하고, 호스트가 작성한 원문과 수정본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끔 한다. 호스트가 등록한 사진도 보정이 이루어진다. 호스트 숙소를 촬영해주는 포토그래피 서비스 도입 후 예약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던 일화가 생각나며, 에어비앤비가 상품 퀄리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호스트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들을 제공한다. 훌륭한 트립 페이지를 위한 가이드, 최고 별점의 훌륭한 트립을 선사하는 방법 등 트립 제작에서 홍보까지의 다양한 정보를 다룬다. 유사한 플랫폼을 운영했던 필자도 새롭게 배울만큼 내용도 알찼다. 트립 운영, 홍보, 법적 이슈 등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호스트 경쟁력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트립스의 아쉬운 점
상품 퀄리티를 중시하다 보니 사진을 교체하거나 예약일을 조정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호스트를 하다 보면 새롭게 추가하거나 삭제하려는 사진들이 생기는데, 담당부서를 거쳐야만 수정이 가능하다. 보통 가로가 길게 사진을 찍지만 트립의 사진은 세로가 길어야 한다. 따라서 사진이 어떻게 보일지 호스트가 직접 확인하며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약일 조정도 담당부서에게 상세 내용을 설명해야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투어 취소와 같이 불미스러운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임을 이해하면서도 조금 더 유연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트립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리뷰를 남기는 기능이 없다. 숙소와는 다르게 함께한 게스트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알리기가 어렵다. 또한 호스트가 먼저 작성한 리뷰를 빨리 확인하기 위해서는 게스트도 리뷰를 남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게스트의 리뷰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될 수 있기에 더욱 아쉽다.
트립에 따라서 참여한 여행인원에 따라 저렴한 가격 제공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필자의 트립을 보면 상품가에 호스트 저녁값을 포함시키다 보니 참여자가 1명일 때보다 2명 이상일 때 원가가 절감된다. (게스트가 2명이라고 필자가 혼자서 2인분을 시켜먹지 않기에..) 따라서 2명부터 트립 가격을 낮춰준다면 더 많은 게스트를 끌어올 수 있겠지만, 트립스는 탄력적인 요금 책정을 할 수 없다. 물론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 애매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여행자 A가 첫 번째 예약을 마치고, 여행자 B가 동일한 일정에 예약을 했을 때 트립 가격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
에어비앤비는 여행자가 어떤 장소에서도 '소속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브랜딩과 라이프스타일에 민감한 전 세계 고객을 확보한 여행서비스이다. 해외 고객을 확보해야 하거나 라이프스타일을 연계한 브랜딩이 필요한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제휴 파트너가 된다. 이전에도 국내외 기업들과의 협업 사례가 있었지만, 트립스를 통해 훨씬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에어비앤비는 소셜임팩트(Social Impact)라는 카테고리로 지역의 NGO 활동을 알리는 트립, 미국의 식재료 배달 스타트업인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과 함께 쿠킹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딩이 필요한 기업들과 제휴가 가능할 것이다. 작게는 부티크 호텔, 공연장 등 로컬 비즈니스들의 참여를 상상할 수 있다. 가령, 호텔 로비를 로컬 아티스트의 소규모 공연 트립으로 만들어, 단순히 잠만 자는 장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트립 론칭을 기점으로 숙소, 액티비티, 레스토랑 예약을 아우른 올인원(All-in-One) 여행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다. 당장 항공 예약으로 진출하지 않는 것을 염두하면, 자사의 브랜딩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로컬 트립 큐레이션 기능을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가족여행, 사업 출장 등의 여행 목적 또는 선호하는 분위기, 음식, 액티비티 등의 상세 성향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상품 추천과 예약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이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트립스에는 호스트 활동을 부업 또는 취미 수준으로 즐기는 사용자들이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트립스가 기존 투어가이드 시장에 위기감을 조성할 정도로 성장한다면, 자격요건에 관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자격증 유무는 그만큼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증명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플랫폼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호스트는 낮은 평점의 리뷰로 트립을 계속하기가 어렵게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에도 자격증 유무를 엄격히 적용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관광통역안내사로 등록된 호스트를 위한 혜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Plus Homes'와 같이 'Certified Guide'라는 인증 기능을 도입해 호스트로 본격적인 전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게끔 장려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앞선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에어비앤비는 새롭게 유입된 호스트들도 높은 퀄리티의 트립을 만들 수 있는데 많은 투자를 쏟고 있다. 올해 1,000개 여행지에 트립을 론칭할 계획으로 양질의 상품공급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겠지만, 향후에는 숙박과 식음료를 아우른 로컬 트립 큐레이션 서비스로의 확장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딩이 필요한 로컬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예상해본다. 짧은 호스트 경험 속에 정리한 생각이지만, 모쪼록 트립스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