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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워서갈비 Aug 24. 2021

매일 글쓰기를 하며 알게 된 다섯 가지

재미있는 글쓰기 생활을 위해 멈추어 갑니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34일이 되었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써서 총 23편의 글을 완성했다!

매일 쓰면서 알게 된, 그리고 느낀 것들을 정리했다.







첫째. 내 안에 수많은 글감들이 잠재되어 있다.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니 머리를 감거나 길을 걸을 때에도 머릿속에 글감이 퐁퐁 솟아났다.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문장이 통째로 떠오를 때도 있었다. 그럼 그걸 슉! 하고 놓치지 않았다. 잘 붙잡은 생각들이 달아나지 않도록 아무 곳에나 크로키처럼 휘갈겼다.


어째서 그렇게 자꾸 글감이 터져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몸과 마음이 글쓰기에 점점 최적화되기 때문이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동안 온 감각이 글쓰기를 향해 있었다. 그러자 글쓰기를 위한 섬세한 더듬이 같은 것이 점점 자라났다. 얇은 촉수로 글감을 수집하고 글로 잘 가공하는 즐거운 과정을 반복했다. 정세랑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스로를 이야기가 지나가는 파이프 정도로 여기"게 된 것도 같다.*


*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며 글감을 기록했다



둘째. 글쓰기 근육이 생긴다.


오늘은 진짜 못 쓸 것 같은 날이 있었다.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그래도 일단 썼다. 쓰기 시작하기만 하면 관성이 붙어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였다. 그 뒤로는 일단 못할 것 같아도 지레 포기하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았다.


글쓰기 근육을 키운다는 것이 이런 걸까? 자그마한 모터 하나를 달게 된 느낌이었다. 매일 글쓰기를 했던 동력이 앞으로 내게, 백지 앞에서 견디는 힘을 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셋째. 양질전화를 경험할 수 있다.


양질전화(量質轉化)란 양이 질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수많은 작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데에서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말 양적 팽창이 질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까? 오히려 많이 쓸수록 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매일 글쓰기를 시작할 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사실 글의 질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나마 수치들에서 힌트를 얻어 본다면, 메인 노출 비율이나 조회 수, 구독자 수, 댓글 등은 확연히 늘어났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썼을 때보다 매일 썼을 때 분명히 무언가 달라진 것이다.


특히 글을 감명 깊게 읽어주신 분들의 댓글이나 구독 신청은 그와 나 사이에 새롭고 작은 세계 하나를 만들 정도로 특별했다. 글에 대한 모든 반응은 정말 달콤한 초콜릿 같은 것이어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종종 꺼내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내 경우에는 많이 쓰는 것이 적어도 좋은 글이 나올 가능성 정도는 높여주었다.



넷째.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내가 쓴 글쓰기 주제들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하다. 육아, 회사생활, 완벽주의와 번아웃, 고양이, 글쓰기와 메시지, 데일리 라이프, 드로잉까지. 많은 것들을 잘 알아서라기보다는 하나만 쓰는 것이 너무 지겨워서였다. 그렇게 나에 대한 한 가지를 또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다른 것을 쓰는 걸 좋아하는 애구나.


그리고 매일 글쓰기를 하기 전에는, 나를 그냥 '이상한 애'인 줄로만 알았던 때도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고, 왜 그런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힘든 마음도 점점 나아졌다. 그렇게 또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아, 나는 감정의 세세한 결을 매일 짚어줘야 하는 애구나.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느끼지만 의외로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모르고 있다. 글을 쓰면 나도 몰랐던 놀라운 내 모습을 자꾸 만나게 된다.



다섯째. 좋은 쪽으로 변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글을 써 놓고 보면 참 웃길 때가 많다. 그리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괜찮게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서다. 대부분의 글이 내가 에피소드를 겪고, 책을 읽고, 그 후에 느낀 점을 기록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에서는 앞으로 변하고 싶은 내 모습들이 강조된다. 실상은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다.


그래도 글을 써 놓으면 좋은 쪽으로 변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부딪히고 깨져도, 내 말에 책임을 지고 싶어 진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게 된다.






매일 글쓰기는 정말 매력 있는 작업이다.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를 진작 믿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하지만 이 많은 매력들에도 불구하고 '챌린지스럽게 매일' 쓰는 일은 이제 멈추려 한다. 그저 브런치에 편안하게 자주 글을 올리려 한다.


어느 순간 재미보다는 의무적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글쓰기인데 재미를 잃는다면 그건 멈춰야 한다는 신호다. 내가  글에 내가 질려버리면  이상  나가기란 어렵다. 소모되는 것이다. 지금 글쓰기보다 다른 글을 소비하는  조금  재미있다면, 다시 나를 채워 시간이  것이다.



글쓰기의 재미와 의무가 역전되는 지점이 있다 (출처 : Pixabay를 수정함)



아직도 쓰고 싶은 글들이 많이 놓여 있다.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매일 짧은 글은 계속 기록해 나갈 생각이다. 늘 예민하게 움직이는 촉수를 따라가면서, 무엇보다도 '재미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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