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ardecer en TangerTangier at dusk. Enrique Simonet. 1914.
어느 날 평화로운 오후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빌도르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속삭이는 창이 말했다. 실리콘 헤이븐 66거리를 산책 삼아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속삭이는 창은 속삭이며 말했다. "가보면 알 것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빌도르는 66거리로 향했다. 시끌벅적한 상인들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상인과 다를 바 없는 옷을 입고 있는 빌도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사과 파는 과일점, 신발점, 채소가게, 고깃집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햄버거 가게 앞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 한 소년 앞으로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소년은 울음 소리는 그치고 훌쩍이는 소리는 남았다.
"얘야, 무슨 일이 있느냐?"
소년은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저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훌쩍) 배달을 가는 중이었는데, 동네 얘들이 제게 오더니 '가난뱅이'라고 놀리면서 밀쳤어요. 저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데,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가난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그런데 놀림을 받으니까 억울하고 슬퍼요. 이게 억울하고 슬픈 일인지 생각하니 그게 더 부끄러워요.“
빌도르는 소년의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네 할아버지는 너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신단다. 네가 하는 일을 되레 큰 기회라고 생각하고 계실거야!”
"우리 할아버지를 아세요?"
"네 할아버지는 나의 친구란다. 너와 같은 나이 때, 나도 할아버지와 함께 일을 했지.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고, 일을 마치면 할아버지와 저녁을 같이 먹곤 했단다. 그때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어.
'어떤 일이든 힘든 것은 있지만, 힘든 것으로 끝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구. 어떤 일이든 '기회'를 찾아야 해. 안 그런가 친구라고 말이야. 할아버지의 그 말을 듣고 나는 새로운 것을 깨달았지.
'기회'는 반드시 내게 찾아온다고 말이야. 지금 네가 햄버거 배달을 하는 것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를 위한 위대한 준비란다. 너는 내 친구 할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손자이자 무궁무진한 기회를 갖고 있는 부자인 셈이지!"
"정말요? 저를 자랑스러워하신다는 말씀이죠!“
"그럼. 할아버지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계신단다. 네가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거든.”
소년은 빌도르의 말을 듣고 힘이 나는 듯 보였다.
"네,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이제 놀림 따위 무섭지 않아요. 할아버지 말씀처럼 '기회'를 찾아보겠습니다."
소년은 빌도르의 말을 듣고 자부심을 되찾았다. 속삭이는 창이 왜 66거리에 가보라고 한 지를 알고 빌도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았다.
그로부터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속삭이는 창이 다시 한번 빌도르에게 66거리에 가 보라고 속삭였다. 이번에는 왕의 신분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빌도르는 그렇지 않아도 그때 만났던 그 소년이 궁금했다.
그때 그 햄버거 가게 앞에 다다르자 한 손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햄버거를 든 소년의 마네킹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빌도르는 햄버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왕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햄버거 가게 주인은 허리를 숙여 빌도르를 맞이했다. 할아버지와 소년이었다.
얘기인즉 어느 현자가 울고 있는 소년 앞에 나타나 '어떤 힘든 일을 할지라도 기회를 찾으라는 말을 듣고 소년은 용기를 내 열심히 일하던 중 햄버거 가게를 팔려고 직방을 붙이려던 것을 소년이 낚아 채 할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할아버지는 '때가 됐구나' 하면서 햄버거 가게를 샀고, 할아버지 손을 잡고 있는 소년의 마네킹을 만들어 새 단장을 하고 장사를 시작한 첫날이라는 것이었다.
"울고 있던 손자에게 '기회'라는 용기를 준 어느 현자의 말이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현자의 말이 아니었으면 장사를 하는 내내 손자는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배달하면서 매일 부끄러워했을 겁니다."라고 할아버지는 빌도르에게 정중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