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에집중하라] 마음 읽어 주는 인친 님

by 한봉규 PHILIP
조미진 작가. 2020. facebook.com/mijin1203


청계천로는 여느 겨울과 같았고, 점심시간 역시 10여 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구두는 달랐다. 패션이 10년 주기로 돌아온다고는 했지만, 다시 돌아온 패션은 저마다 뽐내는 격이 모두 부러운 대상이다.


어떤 이는 0과 1사이를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하고는 디지털 시대 패션은 바로 나야라고 자부하는 듯 보였다. 한 곳에 자리 잡고 차를 마시며 눈에 들어온 광경은 이것만은 아니었다. 마천루 경쟁을 잠시 미룬 은빛 빌딩이 즐비하다. 이 역시 10여 년 전과는 다름이다.


건물 사이사이 힘겹게 빠져나온 바람이 쇳소리를 낸다. 해 저물려면 서너 시간 족히 남았는데, 고된 게로구나 어깨를 다독이려는 데 휑하니 사라졌다. 바람마저 이리 바쁜데 사람은 오죽할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10년 동안 내 기억은 변한 것이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쇳소리 휑한 것은 내 마음이 내는 소리였구나! 349. 




인스타에 글을 게시하고 한두 시간 뒤 한 분이 내게 남겨 준 글이다. '내가 기억하는 10년이 곧 뜨거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것이다. '쇳소리'에 마음 뒀던 탓일까. 쇳소리가 잦아들더니 그 자리에 뜨거운 눈물이 솟구치는 듯했다. 위로를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작은 나비 짓이 내 마음을 다독인다. 내 마음도 모르고 지나칠뻔한 일을 한 분이 길을 멈추고는 내 마음 한곳에 쌓아 둔 어리숙함을 털어 내 준 셈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이런 삶이었다. 내가 미처 살지 못한 삶이었고, 내가 살아 나가야 할 삶이란 사실도 새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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