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UNY] 봄이로소이다

Leon Wyczółkowski(1852-1936, 폴란드)

by 한봉규 PHILIP
Leon Wyczółkowski.jpeg Spring: the Interior of an Artist's Atelier, 1933 .


삼월 삼짇날이면 강남 간 제비는 온다는데, 소식 하나 없는 새벽은 공명뿐이다. 그 날 이후 그러니까 더는 내 마음을 퍼다나르는 자격을 빼앗긴 날로부터 말이다. 하루 한번 즘 그 사람이 응시했을 법 한 하늘 어느 한 곳, 보물찾듯 그곳을 찾는 일은 내 오랜 일과 중 하나이다. 그 시간 모아 둔 걸 들춰보니 어느 페친이 들였다던 주먹만 한 길냥이가 어느덧 집사를 맘껏 부리며 의기냥냥하게 자랐다.


숱한 시간 무심히 보내고 들어차면 또 보내는 일도 매일 하는 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함께 한 첫 식사가 냉면이었고, 생선구이 가시를 발라줄 줄 알았는데 앞접시에 그냥 놔주더라 내게 말한 날도 생각나고, 내 최애 음식이 돈가스라고 하니 초딩 입맛이라고 놀린 날도 있었고, 진미채를 해 봤다고 해서 언제 줄 건지를 물었더니 '곧'이라고만 말한 뒤로는 지금껏 소식이 없다.


제비가 물어갔으니 삼짇날에는 가져오겠지 싶어 해 뜨자마자 제비 오는 길목에서 제비 주둥이만 빤히 쳐다보다가도 이게 뭔 오리 궁둥이 걷어찰 일인가 싶다가도 제비 한 마리 보이면 방금 전 한심하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나한테 줄 박씨 같은 진미채 내 놓거라 한바탕 으름장을 놓고 나면, 봄이 내 어깨를 잡아 채고는 말한다. 아무래도 저 제비 놈이 오다 먹어치었던가 깜빡 잊고 두고 왔던가 날아오다 떨어트린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참 야속한 놈일쎄, 내게 전할 말이 그것 말고는 없더냐 성질을 냈더니 나는 봄이로소이다 한다. 527.



*올 삼짇날은 3월 26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