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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06. 2020

[삼삼한] 쿠엔틴 타란티노

송강호 · 쿠엔틴 타란티노 · 봉준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2019년 개봉작이다. 영화 줄거리는 ‘라떼는 말이야’ 배우로 전락 중인 닉 달튼(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겪는 일상을 따라간다. 이 과정에는 닉의 대역 배우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가 있다. 부스는 닉이 겪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고, 상담하는 동반자이고, 극 말미에는 쿠엔틴 감독의 사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할이다.


쿠엔틴 감독은 1969년 찰스 맨슨의 묻지 마 테러로 생을 마감한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를 아름답고 인정 많은 여배우로, 상냥한 이웃으로 기억하기를 바라는 사심을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선택했다. 그 방법이 샤론 테이트가 겪은 사건을 닉 달튼이 겪게 한다. 해결은 클리프다.


사고 현장 한가운데에 닉이 서 있다. 경찰차 경광등 소리가 잦아들 즘, 이웃집 샤론이 닉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메시지를 인터폰으로 전한다. 기가 막힌 미장센이다. 이는 마치 실제 하지 않은 샤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인터폰을 쓰다니, 어린 시절 우주인을 만나겠다고 밤 하늘로 매일 빛을 쐈을 때, 우주인이 응답하는 방식으로 상상했을 법한 일을 쿠엔틴이 이 영화에 옮긴 듯했다. 천재 쿠엔틴을 외칠만한 장면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샤론은 대문을 열었다. 닉을 집안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앞 마당까지 맨발로 뛰어나온 샤론은 닉을 안아 준다. 쿠엔틴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 이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샤론이 현실 속의 닉을 안아주는 것, 그 장면은 닉이 곧 겪을 황혼을 동트는 새벽으로 바꿔주는 위로였다. 우리 마음속에 그렇게 샤론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쿠엔틴의 특별한 샤론 부심이었다. 이전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연출 방식이기도 했다. 쿠엔틴에게 따듯한 포옹이라니.


당대 최고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이고, 뜨는 별 샤론 테이트가 퇴물 취급받는 한 배우를 성심을 다해 포옹하는 모습은 할리우드는 의외로 온정이 배어 있는 곳이고,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친절한 샤론 테이트와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쿠엔틴은 말하고 있는 듯싶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영화 제목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자막을 닉과 샤론이 집안으로 들어간 후 장면으로 쓴 점이다. '옛날 할리우드는 그랬다'라고 읽으니 다시 한번 쿠엔틴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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