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UNY] 그날 그 밤을 탐하다

Pol Ledent

by 한봉규 PHILIP
글탐.그날그밤탐.jpg Summerwalk in poppies. oil on canvas 80 x 80 cm.


바람 한 무더기 없는 하늘이다. 붙어먹기로 유난 짜한 구름도 한 점 한 점 섬처럼 떠 있다. 그 섬 한 귀퉁이에 앉은 나는 움직임을 잊은 채 뭍에서 건너올 소식을 기다린다. 조금 움직이면 부정 탈까 싶어 옴짝달싹 않는다.


불길한 일은 꿈속에서 먼저 일었다. 낭랑한 웃음은 자주 안개에 묻혔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발걸음은 이삼 보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날은 열풍이 분다. 얼굴이 뜨겁고, 마음은 불안불안, 내 몸을 똘똘 말아 감은 뱀이 있었다. 몸뚱어리가 으스러져 가는 것이 이건 분명 실제는 아닌데, 당장 죽을 것만 같았다. 악에 받쳐 마지막 소원은 들어 달라고 애원했다.


혀를 날름날름이는 뱀은 내 코 끝을 넘보고는 어서 말해 보라 한다. 그 사람 한 번 보고 싶다 말했다. 피부를 긁은 내 손톱에 눈물이 고였던 그 밤 그 사람에게로 나를 데려다 달라 했다.


부질없는 일이다. 한때 불편한 감정을 네가 달래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행복했다. 하지만 그날 그 밤 그 사람 눈물은 예정된 너의 미래였다. 더는 탐하지 말라 한다. 그리움도 불편하다. 시절 인연이란 너에게도 그이에게도 더는 없다. 그 섬에서 네 발로 헤쳐 나오는 것이 사랑이다. 그 소원만 들어 준다고 해 밤새도록 끙끙 앓았다.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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