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진 작가. 2019. facebook.com/mijin1203
'술 하면 소주, 소주라면 진로, 여기 진로 하나요!'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막 회사원이 된 선배는 진로 예찬자였다. "내가 말이야 술이란 술은 다 먹어봤는데, 진로만 한 것이 없어!"하며 시작한 첫 잔은 새벽이 돼서도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술에 얽힌 이런 얘기는 술이 물 같다는 슬프고 모진 얘기, 술이 다디단 복에 겨운 얘기라면 여기까지가 딱 좋다. 더 나아가면 그때부터 전설이고, 결론이 없다. 그것이 '술맛이지~'라고는 하지만 문제해결도 이런 술맛이 있어 하는 말이다.
술은 '문화'를 화두 삼을 때 자주 쓰는 비유다. '막걸리와 소주' '소주와 포도주'로 구분하며 '국민성'을 질타하거나 우수한 점을 내세운다. 삶에 빗댈 때도 있다. 막걸리는 가난한 시절 고단함을 달래주던 흥(興)과 낙(樂)으로, 소주는 서민들 노(怒)와 애(哀)를 들어주는 친구로 말이다. 하지만 포도주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룬 찬사를 받는다. 막걸리와 소주와는 다른 대접을 한다. 왜 그럴까.
그 차이는 '제조 과정' 때문이다.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다. 해결 방식 차이에 따라 대접이 다르다. 포도주는 '종자' '토양' '기후' 변수를 사람이 '언제' '어떻게' 개입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샤또 디캠' 한 병이 7만 5000파운드(약 1억 3000만 원)에 팔렸다. 2011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1811년 산이라고 하니 지난 200여 년 동안 묵힌 얘기를 시작하면 다시 200년쯤 걸릴 듯하다. 하지만 200여 년산이라고 비싼 것일까. 아니다. 장기 숙성이 불가능한 백포도주 류를 온전한 고품질 포도주 샤또 디캠으로 완성한 점을 주목한 것이다.
당시 뉴스에선 "높은 설탕 함량이 포도의 산성분과 자연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포도주의 변수를 다스리려는 사람 개입을 적절히 차단시켰다는 말로 풀이된다. 포도에 대한 이해와 좋은 포도주를 만드는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이룬 쾌거인 셈이다. 잘 한 문제해결 역시 이런 '이해와 원칙'이 있다. 이를 벗어난 문제 대부분은 실패한다는 것이 피터 드러커 조언이다.
하지만 납득하지 못하는 한 부분이 있다고 문제해결자들은 말한다. 이를테면 '자연 숙성 시점'을 어떻게 문제해결과 연결 지어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있다. '자연'을 '생각'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생각 숙성 시점'이 된다. 요컨대 문제해결을 스스로 잘하고 싶다면 '생각 숙성 시점'을 어떻게 얼마만큼 가져야 하는지 '촉(觸)'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촉'을 기르는 힘은 당연히 '이해와 원칙'이다. 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