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교회 건축가들에겐 고르디우스 매듭 같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하나님 임재(臨在· presence) 상징인 '빛'과 구원인 '십자가'를 가장 성스럽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빛을 충만히 하면 십자가가, 십자가가 중심이면 빛이 제한되었다. 두 개 상징을 다양한 형태로 구성할 순 있어도 양립시킬 수는 없었다.
<좌: Fedele Fischetti (1732~1792), Alexander Cutting The Gordian Knot, oil on Canvas. 우: 플라잉버트레스 설계도>
고르디우스 매듭은 알렉산드로스가 프리기아 수도 고르디움을 지나다 전차에 묶인 매듭을 단칼에 베어낸 전설이다. '대담한 방법을 써야 풀 수 있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
교회 건축 양식 중 고딕 양식은 단칼에 고르디우스 매듭을 푼 것에 비유할 만하다. 플라잉버트레스 구조기법 때문이다.
플라잉버트레스는 교회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체를 건물 바깥으로 빼낸 것을 말한다. 플라잉버트레스 덕분으로 고딕 양식 교회 벽은 넓은 창문을 가질 수 있었다. 교회 안 곳곳에 하나님 성령이 빛으로 가득 찰 수 있게 된 것이다.
'빛'과 '십자가'가 완전 합일체를 이룬 것은 공교롭게도 기독교인이 인구 1% 내외인 일본에서였다. 독학으로 건축을 익힌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5) 작품 '빛의 교회'다. 오감으로 공감을 체험하는 것이 진정한 건축이라고 믿은 그는 대담한 방법으로 빛과 십자가를 합쳤다.
콘크리트 박스 형태인 '빛의 교회'는 여느 교회처럼 십자가가 없다. 빛이 들어오는 창도 없다. 빛이 십자가를 만들고 십자가는 곧 빛이다. 콘크리트 벽면을 십자가 모양으로 파내는 방법으로 빛과 십자가 합치를 완성했다.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눈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 그림자를 뛰어넘어야 한다"라는 그의 신념이 기독교인 2000년 숙원을 해결한 듯 보인다.
#해결에_집중하는 일은 이처럼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것과 같다. 플라잉버트레스를 고안한 중세 교회 건축가의 순수한 집념, 자기 삶의 그림자를 건축으로 빛을 일군 안도 다다오의 거침없음. 이들이 만들어낸 대담한 건축물을 보며 완성도 높은 문제해결을 앙망(仰望) 하는 이들이 갖춰야 할 건 '대담한 행동'이다. 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