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에집중하라] 냉장고를 어떻게 팔까? 알래스카에서

by 한봉규 PHILIP
조미진 작가. facebook.com/mijin1203. 2019.


인류 발명품은 '우연일까'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찰스 램의 수필 ‘돼지구이의 논함’에는 돼지를 구워 먹기 위해서는 석쇠나 쇠꼬챙이가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구운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집 한 채를 통째로 태우는 일이 많아지자 로크(John Locke, 1632~1704)가 내놓은 방안였다. 구운 돼지고기를 먹게 된 것은 우연이지만 석쇠나 쇠꼬챙이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로크가 해결한 셈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1784년 윌리엄 컬린(William Cullen, 1710~1790)은 땀이 식으면 피부가 시원한 점에 착안해 낮은 온도에서도 기화하는 액체가 있다면 ‘섭씨 0도씨 이하 온도’를 얻겠다 싶었다. 의도를 갖고 가설을 꾸민 것이다. 자연 현상 원리를 밝히면 이로운 점이 있다고 마음먹고 작정한 것이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컬린은 에테르를 냉매로 하여 작은 얼음을 만들었다. 0도씨 이하 온도 정체가 얼음으로 밝혀진 순간이다. 컬린은 만세를 불렀다. 인류 질병과 식생활·도시 형태까지 바꾸는 만세였다. 컬린이 밝힌 것은 냉장고 기본 원리다.


1855년 제임스 해리슨(James Harrison, 1816~1893)은 공업용 냉장고를 생산해 국제 박람회에 첫선을 보였다. 특히 맥주업체와 육류 업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증기선과 냉장고가 합체되면서 식민지는 수탈이 훨씬 수월해졌다.


1922년 동아일보는 군산에 있는 '동경갈원냉장'이란 회사가 냉장 시설을 당시 돈 칠십만 원을 들여 만든다고 알렸다. 냉장 시설이 식민지 수탈에 그만큼 중요한 병참 기지였다는 방증이 아닐까. 1924년 조선 총독 사이토가 지방 순시 때 들른다는 기사까지 난 걸 보면 당시 냉장시설은 조선 수탁 계획 한 부분였음도 알 수 있다.


냉장고가 대중화된 것은 1931년 듀폰(Dupont)이 프레온 가스를 개발하면서부터다. 당시 냉매로 썼던 암모니아는 고약한 냄새와 중독으로 간간이 사고를 일으켰다. 이를 프레온 가스로 바꾸면서 제너럴 일렉트릭(GE)은 1가구 1냉장고 시대를 주도했다.


냉장고가 가정에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거 형태다. 이를테면 도심지 시장 근처에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일주일 치 식료품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 이 때문일까. 사람들은 마당 넓은 도시 근교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필수가 됐고, 마트가 시장을 대신했고, 대형화·체인화됐다. 냉장 기술이 월마트를 탄생시킨 셈이다.


역 중심였던 도시는 방사형으로 변했다. 고속도로가 등장하자 시간은 도시 발전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비행접시가 도심지 중앙에서 사방으로 빨대를 꽂아 사람들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도시는 발전했다. 자연현상을 밝히던 과학이 시간을 다투는 기술로 전환기를 맞이한 셈이다.


냉장고에 얽힌 사건에서 빠지지 않는 얘기가 있다. 알래스카에 사는 이누이트인(人)들에게 어떻게 냉장고를 팔았을까.


이 질문에는 냉장고를 둘러싼 논쟁점이 있다. ‘냉장고는 식품 신선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일까’ 아니면 ‘유통기간을 연장시켜 주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신선 대 보관'이다. 이 논쟁점은 마케팅 차별점으로 자주 활용된다. 이누이트인(人)들에게 냉장고를 판 힌트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마사이 족에게 신발도 팔 수 있다.


그러고보면 자연은 우리에게 문을 열어줬다. 의도가 있는 것일까. 우연히 열린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뭘 몰라 '우연히 발명한 것'이라 말하는 걸까. 하지만 자연에게 우리는 마음을 연 적은 있을까.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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