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화 작가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혼자 걷고 있었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축축한 땅으로부터 기어올라오는 기운이 끝을 알 수 없는 길이로 꼬물거리는 양이 칼날 같아서 몇 번이고 발바닥을 들어 올렸다.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칼날은 급기야 내 목을 겨눴다.
어째서 여기까지 온 것일까. 어째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심장은 퉁퉁 부어올라 말이 뱉어지지 않았다. 더는 애달파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고서야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만큼 지난 것일까. 눈을 떴을 때 어느 숲에 내가 있었다. 한 발 디디자 푹하고 쳐들어 올 법했던 칼날 기세는 빛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얼굴 들고 하늘을 보는 1초·2초·3초 시간이 무거웠던 날이 수일였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척척한 땅으로 내리 꽂히는 빛이 동무처럼 내 팔을 잡고 등을 밀면서 저기까지 가 보라 한다. 얼마나 속닥거리는지 “잔소리 그만해!”라고 말할 뻔했다.
하늘은 전에 없던 비취색을 뽐내며 환영했고, 하얀 팔을 벌린 나무는 자기에게 오라 한다. 망설일 일 아니었다. 그곳으로 가는 땅이 푹신푹신하다. 한 걸음 떼기가 괴로운 시절이 사라지고 시원하다. 상처를 찾아낸 유록빛은 자작나무에게 조근조근 그날 내 얘기를 한다. 나도 같이 들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자작나무가 방긋 웃는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여기와 좀 쉬며 기다려라. 그 사람 멀리 있지 않다.”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