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에집중하라] 일을 하면 돈버는 사람이 '나'여야
by 한봉규 PHILIP Dec 24. 2019
조미진 작가. 2019. facebook.com/mijin1203
'저기 줄 서 있는 데 이쪽 계산대로 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케이크를 주문하신 분을 먼저 드려야 할 의무가 제게 있어요.'
'의무요?'
'네!'
빵집 직원과 이 짧은 대화는 꽤 오래시간 내게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 까닭 역시 잘 모르겠다. 해서 한 번은 내 입장을 온전히 대변도 해보고, 또 한 번은 직원 입장에 서 보기도 했다. 내 입장에 서서 본 느낌은 대화를 하는 중에 순간 땅이 푹 꺼져 블랙 홀로 빨려 가는 것만 같았다. 반면에 직원 입장에서 섰을 때는 '당신이 뭔데 내게 지적질이야!' 정도로 정리하려니 이건 또 다른 문제처럼 느꼈다. 특히 '의무'라는 낱말을 쓴 의도는 도무지 모르겠다.
이 얘길 후배에게 들려줬고, 후배는 '알바생!'이라고 운을 뗐다. '알바생'이라는 말을 듣고서 한편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고, 업주에게 향해야 할 컴플레인 방향을 잘 못 쓴 것 같아 되레 미안했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온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점이 있어 얘길 더 이어갔다. 후배에게 '만약 이 대화가 직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팀 리더인 나와 팀원(알바생 또는 직원) 간 대화라면, 지금 팀 리더가 겪고 있는 문제는···.' 차마 말을 맺지 못했다.
후배 대답은 흥미로웠다. 우선 빵집 상황을 먼저 돌아보면 알바생 대응 논리는 '시키는 데로 했을 뿐'이라는 점이고, 컴플레인을 적극 해결한다고 한들 알바생인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이 없기 때문에 굳이 고객 입장을 헤아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후배 해석을 듣는 순간 내가 한 행동은 '갑질'였고, '꼰대'였다. 직원 입장에 섰을 때 어렴풋하게 느꼈던 감이 사실로 드러난 듯해 창피했다.
얘기는 계속되었다. 후배는 만약 이 일이 직장 내라면, 문제의식이 있는 팀 리더라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현실과 타협할 것이고, 문제의식조차 없는 리더라면 요즘 얘들이 그렇지라며 자조하고 각자도생 할 것이라는 진단을 냈다. 간혹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끼고 불편함은 있겠지만 조직 생활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해결보다는 적응하는 것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직장인 트렌드 중 '살롱 문화'가 있다. 시작은 온라인 대화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공통 관심사 별로 모여 대화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후배 말을 듣고 '살롱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은 배경에 후배 의 평과 진단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직장 내에서 자주 목격한 현상이 지금은 직장 밖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듯 싶었다. 이 새로움을 주도하는 이들이 내가 만난 빵집 알바생(또는 직원)이라면 조직 위계는 재편해야 하고, 리더십은 새로 써야 한다. 지금까지 익혀 온 리더십은 깡그리 태워 버려야 한다. 배려하는 것만으로는 이 새로움을 견디기에는 조직은 너무 낡았다.
자칫 조직은 고독사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점점 섬이 되고 있는 조직을 살려야 한다면 연락선 몇 척 시간 맞춰 띄우고 필요한 물품 몇몇 가지 공급하는 것만으로 턱도 없다. 일의 본질은 물론 기업의 본질까지 갈아엎지 않으면 미래는 없어 보였다. 수사를 끌어다 쓰는 혁신으로도 안된다. 더 센 혁신만이 새 길이다.
후배가 내게 한 말 중에 '결국 돈 버는 사람은 사장'이라는 말이 힌트다. '사장' 자리에 '나'라는 말이 자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을 하면 결국 돈 버는 사람이 나'라는 명제를 출발점 삼고, 더 센 혁신을 일구는 리더십 역시 새롭고 센 것이야 한다. 조직을 이대로 방치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포기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