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작가
어린 날은 채송화 봉숭아가 꽃의 전부였어요. 채송화는 꽃씨 터는 재미에 봉숭아는 잎을 빻아 손가락에 물 들이는 꽃이었습니다. 텃밭이든 화단이든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은 학교 미화부 몫이었지요. 꽃을 가꾸는 것은 제게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귀찮은 일이 늘어나면서 꽃은 털고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속 끓는 마음은 장미로 대신 전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카네이션으로, 국화는 애도를 대신해서 하는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겪는 미묘하고 멜랑꼴리한 일인데, 꽃이 나서서 뒤탈 없이 정리해 주었습니다. 꽃을 가꾸는 일은 늘 타인이었고, 저는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일 하나가 떠 올랐습니다. 쑥을 뜯어 손바닥으로 막 비비던 이가 제 코앞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쑥 향이 코끝에서 시작해서 온몸으로 퍼지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죠. 쑥을 태울 때와는 다른 느낌의 향이었습니다. 그 사람 마음이 나를 안아주고 나를 다독여 줍니다. 누군가 일부러 키운 흔적도 없는 쑥으로 향을 만들어 마음을 달래주는 데, 고운 볕은 받고 비바람은 막으며 향을 내는 꽃을 거래 대상으로만 여긴 어린 날이 창피합니다.
김민정 화가 작품에서 꽃을 봤습니다. '맨드라미'라고 일러 주신 분이 계셨고, '어린 날의 맨드라미' 일화는 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꽃 화음과 Jerek Puczel의 그림까지 한 데 모아져 맨드라미는 그림에 향을 더했습니다. 거래만 하며 살았다면 몰랐을 일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며 사는 일에 꽃을 가꾸는 일 하나를 더해야겠습니다.
이 글에 소설가 박신영 선생님이 제게 남겨 주신 글입니다.
사람은 곁에서 누군가가 함께 있어야 심신이 건강해지는 존재다
함께 밥을 먹는다든지 함께 얘기를 한다든지, 또는 함께 잠을 잔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자주 아프고 서글퍼져
몸과 마음에 구멍이 생긴다
서로 목표나 생각이 조금씩 달라도
세상에는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알았다는 기쁨이야말로
가치 있는 사람의 감정이며 또다른 나와의 만남이 될 수 있다.
한 선생님의 글 을 읽으며 지나간 시간들의 수확이 참으로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잠들어 있던 것들이 깨어나며 도란 거리는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