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진 작가. 엉겅퀴.
윤수진 작가, <41> 번째 페이스 북 글은 '비자금' 얘기다. 비자금이 필요한 이유와 조성 방법, 관리 요령까지 낱낱이 밝히고 있다. '남편의 역습'이라 부를만한 대목은 꽃의 절정이랄만 하다. 윤 화가가 두 번째 비자금을 만들려고 했을 때, 생활비를 줄이는 방안을 남편이 검토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아들 군 입대가 명분이었다. 허를 찔린 남편 역습에 그 간 애써 모은 비자금도 탄로날 까 노심초사하는 윤 화가 마음은 명랑 만화를 보는 듯했다. 이도 저도 아닌 밤에 이런 명랑 만화는 무거운 갈증을 한 방에 날려 주는 청량제다.
청량제를 마신 이는 나뿐만은 아니었다. 윤 화가 '페친'들이 남편 역습에 대적할 만한 비법을 하나씩 제시했다. "한꺼번에 줄래? 나눠줄래?"하는 벼랑 끝 전술부터 '당당하게 생활비 인상을 요구'하라는 격려 글, '물가 인상 분을 생활비에 반영하라'라는 합리적인 협상 안까지 쏠쏠하고 유쾌하다. 작가의 페이스북 애깃거리는 이것말고도 또 있다. 이번에 눈길 끈 작품은 엉겅퀴다. '기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 슬리는 저 능선// 함부로 폈다/ 목 놓아진다'라는 박용래 시인 시 '엉겅퀴'를 떠오르게 하는 그림이다.
길가에 들밭에 흔하게 피는 엉겅퀴는 번식력이 뛰어난 잡초다. 하지만 뿌리는 우엉을 닮아 '산우엉'으로 불리며 '식용'과 '지혈제'로 요긴하게 쓰인다. 6~8월 경 꽃이 피는 데 하얀 머리털이 서로 엉켜 있는 모습 때문에 '엉겅퀴'로 불렀다고 한다. 꽃이 피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그림이 윤 수진 화가의 '엉겅퀴'라면, 그냥저냥 보냈을 마땅치 않은 하루를 보랏 빛으로 흐드러지게 흥분시킨 꽃이 박용래 시인 '엉겅퀴'다. 잡초로 태어났어도 사랑을 준비한 자리이기에 핀 꽃이다. 그러니 함부로 사는 삶은 없다. 함부로 주어진 삶 또한 없다. 목 놓아 지는 사랑 역시 없다. 목 놓아 피는 사랑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