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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Dec 27. 2020

[삼삼한] 엉겅퀴

윤수진 작가. 엉겅퀴.

윤수진 화가. 엉겅퀴. 72.7x60.6


윤수진 작가, <41> 번째 페이스  글은 '비자금얘기다비자금이 필요한 이유와 조성 방법관리 요령까지 낱낱이 밝히고 있다. '남편의 역습'이라 부를만한 대목은 꽃의 절정이랄만 하다. 윤 화가가 두 번째 비자금을 만들려고 했을 생활비를 줄이는 방안을 남편이 검토하자고 했다는 것이다아들  입대가 명분이었다. 허를 찔린 남편 역습에   애써 모은 비자금도 탄로날  노심초사하는  화가 마음은 명랑 만화를 보는 듯했다이도 저도 아닌 밤에 이런 명랑 만화는 무거운 갈증을  방에 날려 주는 청량제다


청량제를 마신 이는 나뿐만은 아니었다. 윤 화가 '페친'들이 남편 역습에 대적할 만한 비법을 하나씩 제시했다. "한꺼번에 줄래? 나눠줄래?"하는 벼랑 끝 전술부터 '당당하게 생활비 인상을 요구'하라는 격려 글, '물가 인상 분을 생활비에 반영하라'라는 합리적인 협상 안까지 쏠쏠하고 유쾌하다. 작가의 페이스북 애깃거리는 이것말고도 또 있다. 이번에 눈길 끈 작품은 엉겅퀴다. '기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 슬리는 저 능선// 함부로 폈다/ 목 놓아진다'라는 박용래 시인 시 '엉겅퀴'를 떠오르게 하는 그림이다.


길가에 들밭에 흔하게 피는 엉겅퀴는 번식력이 뛰어난 잡초다. 하지만 뿌리는 우엉을 닮아 '산우엉'으로 불리며 '식용'과 '지혈제'로 요긴하게 쓰인다. 6~8월 경 꽃이 피는 데 하얀 머리털이 서로 엉켜 있는 모습 때문에 '엉겅퀴'로 불렀다고 한다. 꽃이 피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그림이 윤 수진 화가의 '엉겅퀴'라면, 그냥저냥 보냈을 마땅치 않은 하루를 보랏 빛으로 흐드러지게 흥분시킨 꽃이 박용래 시인 '엉겅퀴'다. 잡초로 태어났어도 사랑을 준비한 자리이기에 핀 꽃이다. 그러니 함부로 사는 삶은 없다. 함부로 주어진 삶 또한 없다. 목 놓아 지는 사랑 역시 없다. 목 놓아 피는 사랑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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