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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Feb 26. 2021

[H갤러리] Émile Friant

(1863 - 1932, 프랑스)

La Discussion politique. 1889.

Wikipedia Art



2월 컬렉션. 그림 보는 순간.



그림 보는 순간 인물 면면이 그 날 혹은 어느 날 내 모습 같았다. Émile Friant(1863 - 1932, 프랑스) 작품 La Discussion politique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개 돌린 채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이 팔뚝을 잡고 내 말 좀 들어달라는 제스처를 연신 뿜는 저 모습이 내 모습 같은 날이 있었고, 뺨을 괸 채 측은하게 바라보는 이 모습이 나 같기도 한 날도 있었다. 벙거지를 쓴 채로 안타까운 얼굴 표정도 나 같았다. 그렇게 여러 표정으로 시간을 보냈고 시쳇말로 1시간만 늦었으면 위험할 뻔했는데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는 드라마 대사 같은 날을 맞이하고서야 편안한 숨을 내쉬었다. 그런 칼바람 같은 날을 보낸 내게 에밀 프리앙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이런 작품 향연을 펼쳐 준다. 후기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인물 간 표정으로 속사정을 읽는 재미가 삼삼하다. 배경보다는 전경 묘사가 뛰어난 점이 박하사탕 맛이다. 특히 인물 간 시선을 자로 그어 따라가면 정교하고 세밀한 것이 감탄이 절로 난다. 특히 인물 간 눈초리는 작품 긴장감을 놓지 못할 만큼 탄탄하다. 그나저나 저 이는 무슨 얘길 들었길래 저리 토라졌는가 싶다. 그래도 정겹다. 살며시 웃음도 돈다. 자릴 뜨질 않고 있어 그렇다. 팔뚝 잡은 이가 양보 좀 한다면 고갤 금세 돌리고 술 한 순배 돌려 희희낙락할 듯도 싶다. 한 동네에서 낳고 자라는 동안 산전수전 함께 겪은 동무 간에만 풍기는 닳고 닳은 빛이 되레 꽤 정겹다. 그림 보는 순간 내 몸이 그 빛에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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