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갤러리] Jeremy Miranda

by 한봉규 PHI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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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컬렉션. 인연.



종일 노닥노닥이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서 알짱이는데도 말이다. 이리저리 뒹굴뒹굴하며 창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따라다니도 한다. 여러 날 중 하루는 이래도 좋은 일이다. 잠깐잠깐 문밖으로 아까 그 햇볕을 쫓다가 들어오기도 한다. 흙먼지 냄새나는 바람을 털어 내는 시늉으로 마치 오랜만에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 행세도 해 본다. 사양이 뒤처진 노트북 전원을 켜고 클릭질도 한다. 이 자료가 여기 있었네라며 놀랄 일 없어도 헤진 좌판 키를 보면 한때나마 내 분신처럼 나를 따라 준 일이 떠오른다. 눈을 감고 양손을 좌판에 올렸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으면 좌판 키가 기억하고 있는 글을 쫓아가려 했지만 맹랑하게도 아무 반응이 없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굳이 끄집어 내 시간이 멈춘 듯한 이날을 헤집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칠흑 같은 주변 어둠 속에서 노랑 병아리 심장이 숨을 고르는 빛 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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