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sign) 용으로 선물 받은 라미펜0.9는 본래 캘리그래피 용이다. 사인 용도 외에 어떻게 쓸까 고심하던 중 독자분이 소개하는 한 줄 평을 써 보기로 했다. 스삭스삭 글씨 쓰는 재미도 재미지만 한 줄로 저자 의도를 꿰뚫고, 저자인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척척 골라 써준 일이 신기했다.
의외로 '손인사' '눈인사'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은 정선태 교수(국민대학교 글로벌 인문 지역 대학원 장) 님이 김용민 브리핑 #오늘을 읽는 책에서 소개한 독서법이다. 교수 님 말씀 덕을 내가 보는 듯싶어 송구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두 번째는 '몰입감'이라는 평을 쓰신 분이 두 분이다. 집필을 할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이 '어려워 읽다 팽개치면 어쩌지!'라는 염려였다. 하지만 두 분이 써 주신 '몰입감'이란 낱말이 큰 위로였다.
세 번째는 '수려하다'라는 평이다. 이 평을 읽고 있을 때 온몸에 전기가 들어온 듯 찌릿했다. 3년여간 글쓰기 연습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는 저자인 내가 입이 귀에 걸리는 모습이 보고 싶으신 독자가 분명하다. 이런 짓궂음은 언제든 환영이다.
네 번째는 '외전'이다. 본문 외 꼭 넣고 싶은 글을 '외전'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중 '유실장의 5WHY'를 가장 먼저 읽어 보시라고 권한다. #문제해결연구회 연구원으로 그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생전 그가 남긴 글을 손봐 실었다. 이 글은 따로 출력한 후 그의 영전에 올리려고 한다.
다섯 번째는 '백과사전'이다. 서문에서도 밝혀듯이 이 책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또는 자기 일을 보다 한 수준 높이고 싶은 욕심이 들 때 쓰면 이롭다는 저자인 내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한 평이다.
5개 핵심어로 요약할 수 있는 독자 반응을 두고 출판사가 쓴 거 아니냐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두는 이도 있다. 나 역시 그렇겠네 싶어 출판사에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그런 적 없다는 것이다. 책 홍보를 위해 한 모임 구성원 모두에게 선물로 증정한 적이 있는 데, 그에 대한 감사 표시일 수도 있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이 정도 핵심어는 적어도 2/3 만큼은 읽어야 나올 수 있는 평이다.
여하튼 간에 '라미펜0.9' 용도를 캘리그래피 용으로 쓰는 기회로 확장한 것이 의미 깊다. 그나저나 이 책을 읽는 독자 수준이 너무 높아 집필할 때 너무 쉽게 쓴 것은 아닌가도 싶다. 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