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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Jan 03. 2022

[H갤러리] 마르크 샤갈 · On Sunday

Marc Chagall (1887 - 1985, 러시아)

1954. On Sunday

artsy.net


1월 컬렉션. Marc Chagall(1887 ~ 1985, 러시아)



어느 일요일 한낮, 샤갈은 지난 9개월 여 동안 푹 젖은 마음 축 처진 어깨를 말리러 파리 중심가로 나섰다. 샤갈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아름다운 도시 정경과 풍광만이 아니었다. 곳곳 명소에서 사랑을 밀어하는 연인을 보며 아니나 다를까 벨라를 추억한다. 벨라가 살아생전 보지 못한 달라진 에펠탑이며 개선문 · 노트르담 대성당 · 몽마르트르 언덕과 퐁네프 다리 위에서 꽃다발을 벨라에게 안기며 결혼 30주년을 축하하는 샤갈의 모습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그런 샤갈의 사랑이 벨라의 볼을 발그스레 만든다. 차갑게 식어가던 벨라의 두 뺨을 샤갈은 이 작품을 빌어 생기를 불어 넣고 온기를 담은 듯싶다. 사랑은 샤갈처럼 추억하는 것이로구나. 아뿔싸 내 가슴이 미어진다. 그사람을 추억할 만한 에펠탑 같은 개선문을 지난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곳이 내겐 없는 일이 몇 해를 지나지도 않았는데 쓰라릴 일일 줄이야. 몽마르트르 언덕 비슷한 꽃이 천지로 내려앉은 비탈진 언덕배기가 유일한 기억이라니 애절한 이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까 싶다. 어쩌면 샤갈도 지금 내 심정 같아서 일부러 파리 곳곳을 누비고 다닌 것일 것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을 감은 채 벨라에게 뭇 연인처럼 사랑을 고백했을 것이고, 그 정표가 이 작품 On Sunday 이지 않을까. 이 작품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배경 색상이 온통 밝고 환하고 비로소 숨을 고르고 편히 쉬는 샤갈의 모습이기에 더욱 그렇다. 1944년 벨라가 죽고 1년 여 만에 붓을 든 작품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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