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를 여행하며, 음식을 맛보며

중국, 베이징

by 여행작가 Q

그 나라 수도를 여행하는 여행


베이징이 궁금했다. 한 나라의 수도라는 이유만으로. 여행을 앞두고 일주일 전에 도서관에서 <베이징 특파원 중국 문화를 말하다>라는 책을 읽으며 혼자서 중국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사전 지식 탐방 시간을 가졌다. 그 책을 읽은 후 나는 중국과 여행에 대해 몇몇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걸 알게 되었으며, 한 나라를 알기 위해서 경제나 정치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문화나 생활면을 아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기대에 한껏 부풀었던 건 아니었지만, 점차 여행일이 다가올수록 새로운 문화권을 경험한다는 생각에 들떴다. 그렇게 칭다오보다 베이징 여행을 조금 더 기대했던 것 같다.


3박 4일간 둘러본 베이징 여행은 특별했다. 온전히 우리가 계획한 대로 다니는 자유여행의 매력을 확실히 누렸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걸어서 숙소로 가고, 현지 음식을 먹고, 우리만의 계획으로 돌아다니는 여행. 싼리툰 시내에서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도로를 정비하는 인부들을 보며 '중국은 낮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밤에 정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침에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따라 현지 아주머니 표 찌엔빙과 쇼좌빙을 아침으로 먹고, KFC에는 빵이 아니라 밥류도 판다는 걸 알게 되고, 숙소 돌아가는 시내버스 막차로 20원짜리 야경투어를 하는 여행. 이 여행은 중국에서 살았던 친구 덕분에 속속들이 알게 된 부분이 더 크다. 고마워 친구야.


수도는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가장 가깝게 서울만 해도 600년 역사가 이어지는 장소다. 그러면서 또 현대의 모든 문화가 집합되어 있는 곳. 베이징도 그랬다. 자금성, 북해공원, 이화원, 만리장성, 천단공원 등은 역사의 한 부분을 보여주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싼리툰, 왕푸징 거리 등은 최근에 생겨난 공간이었다. 다른 두 색깔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고 새로웠다.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 순간을 겹쳐 살아가는 것도 좋았다. 3박 4일간의 여행객이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순간이다. 일상과 여행의 순간이 겹치는 경험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수도에서 그 경험은,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억이 된다.




CAM00660.jpg 2012, 여름, 베이징 싼리툰 골목길에서


새로운 미각의 여행


베이징 카오야, 마라촨, 찌엔빙, 쇼좌빙, 미씨엔, 탕후루... 첫 해외여행인 중국 여행은 내게 새로운 미각을 경험하게 해 준 여행이었다. 여행지에서 직접 먹는 그 나라 음식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외국 요리 음식점이 많이 생겨서 마음먹으면 최대한 그 나라 맛에 가까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2012년엔 지금보다 덜 그랬다. 그런 시기에 베이징에서 맛 본 음식들은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남았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건 약간의 즐거운 도전의식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다. 친구를 따라 하나씩 새롭게 경험해보는 미각의 즐거움은, 앞으로의 여행에서 명확한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거라 확신했다.


"혹시, 저기 앉아서 한 번 먹어볼래?"


싼리툰을 구경하다 들어선 골목 양 옆에는 코를 자극하는 향이 전해졌다. 음식 골목인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처럼 사람들이 낮은 의자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공간을 따라 몇 걸음 더 걸어갔다. 그중 우리나라 어묵 꼬치처럼 보이는 꼬치가 촘촘하게 모여있던 곳에 시선이 꽂혔다. 중국 향신료가 더해져 향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호기심을 자극했고 뜻밖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우리는 코너 두 자리에 앉았다. 각양각색의 꼬치가 뜨거운 국물 속에 담겨 있는 길거리 음식, 마라촨이었다.


친구는 내가 낯선 음식을 거부할까 걱정했지만 난 맛있게 먹었다. '마라'라는 향신료가 이국적인 맛을 내주었다. 겨울에 뜨거운 어묵을 먹는 건 익숙하지만, 여름에 뜨거운 마라촨을 먹는 건 새로웠다. 중국 사람들 옆에 앉아 길거리 음식을 먹는 건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 내 여행은,

이렇게 그들 속에 들어가 음식을 맛보는 여행이 되겠노라고.


여행 중에 한식 음식을 찾지 않았고 현지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내게 음식은 하나의 문화였다. 음식 맛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는 순간의 분위기, 생각, 이야기까지 추억으로 남아있다. 더 많은 미각 여행을 하고 싶다. 새로운 맛과 추억을 경험하고 싶다. 그 마음은 중국 여행 싼리툰 어느 골목 마라촨 가게 의자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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