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초콜릿 상자를 떠올리며

홍콩

by 여행작가 Q

초콜릿 상자 포장지를 따라가는 여행


홍콩은 호주로 가는 여정에서 거쳤던 여행지였다. 두 번의 경유로 각각 12시간, 8시간 동안 홍콩을 만났다. 비행기 표를 끊을 때 처음에는 홍콩 국제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무척 길어 조금 당황했지만, 생각을 전환하니 그 시간은 전부 여행의 시간이 되었다. 그 여행은 '덤으로 얻게 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이라는 선물 안에 작은 상자가 한 개 더 있는 기분이었다.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해 두세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지만 그 시간이 선물이 된다고 생각하니 좀 멋졌다.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친구들이 있는 것도 좋았다.


홍콩에 대해 내가 떠올리는 것은 사실, 2000년대 초반 아빠가 그곳에서 사 온 초콜릿 상자였다. 정확히 말하면, 초콜릿 상자를 감싸는 멋진 야경이 프린트된 풍경의 이미지였다. 그 풍경은 꽤 이국적인 새로움을 선사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귀여운 미키·미니마우스 인형을 선물로 주었는데, 내게 기억에 좀 더 오래 남은 것은 가족을 위해 사 온 초콜릿이었다. 바로 포장지에 담긴 그곳의 야경 풍경이었다. 나는 그 밤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언젠가 홍콩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때로는 어떤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여행지와 그곳을 직접 보는 시간을 그려본다. 처음 만난 이미지가 마음에 오래 남을 때 그건 하나의 연결이 된다.


밤이 가장 기대가 되었으나 홍콩의 낮도 멋졌다. 홍콩에서 우리는 홍콩 시내의 큰 거리와 작은 골목을 자유롭게 걸어 다녔고, 책자에 나온 맛집을 찾아가서 실패를 했고, 지도를 들고 처음 들어보는 곳에 가서 살짝 감동적인 사진을 찍고, 유명한 디저트 가게에 가서 가장 유명하지 않은 메뉴를 시키고, 그 옆의 공원을 조금 거닐었다. 여행책과 지도와 사람들과 두 다리를 이용한 여행이었다. 그러다 일몰이 찾아오고, 여행 중에 자연스럽게 홍콩의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도심에 있던 우리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야경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여기저기 움직이는 빛과 고정되어 있는 빛이 서로 어우러져서 눈을 간지럽혔다. 화려한 조명으로 이어진 밤이었다. 처음 만난 홍콩의 밤이었다.


두 번째 홍콩의 밤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났다. 저녁에 홍콩 공항에 도착하여 또 다른 야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번에 보지 못한 풍경을 보기 위해서. 저번 12시간 덤 여행에선 침사추이에서 바다 건너 야경을 바라봤다면, 이번 8시간 덤 여행에선 그때 침사추이에서 봤던 건너편 야경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설 연휴에 방문한 피크트램 승강장에서 인내심을 시험할 뻔한 줄을 만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수록 순수하게 설레는 마음이 커졌다.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은 경사의 피크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 길,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어딘가, 조금씩, 떠오르는 이미지가 생긴다.


바로, 홍콩에서 온 초콜릿 상자!


어쩌면 아빠는 그때 여행 중에 보았던, 가장 좋았던 풍경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우리 가족 중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에서, 화질이 한참 좋지 않은 애니콜 폴더폰으로 찍기엔 아쉬웠던 풍경을 대신해 어느 전문 사진가가 찍은 멋진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풍경이 담긴 엽서만 사기엔 달달한 초콜릿을 좋아하는 남매가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을 것이다. 홍콩을 여행하며 초콜릿을 사왔던 아빠의 마음은 약 10년이 지나 딸의 여행으로 이어졌다. 아빠가 선물했던 이미지를 따라가는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마음에 새겨본다. 아빠가 그 초콜릿 상자의 이미지를 다시 보고 싶어할 때 그 여행에 함께하겠다고. 이왕이면 우리 가족 다 같이 그 이미지를 따라 여행하면 좋겠다고.

이전 02화수도를 여행하며, 음식을 맛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