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학교 내 일상과 학교 밖 여행이 눈부시게 즐거웠던 한 달 여행
싱가포르 NTU에서 한 달간 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들었다. 싱가포르에서의 한 달은 사실 계획된 도전은 아니었다. 결정을 고민하던 때 친구의 말로 힘을 얻었다. "우리가 일을 하게 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외국에서 한 달간 지내게 되는 자유를 쉽게 누릴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지금,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자." 친구의 말처럼 한 달간 외국에서 공부하며 생활했던 경험은 이때가 마지막이 되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돌아온 지 한 달만에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점심시간을 기준으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진행되는 수업을 일주일에 네 번, 다른 국가에서 온 17명의 친구들과 함께 들었다. 수업이 없던 수요일과 주말은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었고, 나는 이 시간을 그 순간 내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로 유쾌하게 보냈다. 그래서일까 싱가포르를 생각하면 한 달 내내 즐겼다는 생각만이 든다.
같은 층 기숙사에 살았던 호주 친구 로웨나와 같은 수업을 들으며 친해져 학교 생활과 학교 밖 여행을 함께 했다. 여행을 앞둔 하루 전에 기숙사 휴게실에서 만나 지도를 펴서 서로 가고 싶은 곳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그곳을 시작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헐렁한 일정을 짰다. 그렇게 지도 하나 들고 자유롭게 걷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멈추고, 또 다른 곳을 향해 걷고 사진 찍고, 그렇게 같이 기숙사까지 돌아오는 하루가 이어졌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웃을 일이 많은 편안한 친구였다. 또 같이 사는 룸메이트 은별과 마음이 잘 맞아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하거나 놀이공원으로 떠났다. 수업 후 기숙사에 오면 편안한 안정감을 주었고 서로 수업이 쉬는 날이면 같이 계획해 밖을 구경 나갔다. 16개의 기숙사 중 16번째로 지은 기숙사에 묵으며 엄청 큰 학교 내부를 지도 들고 탐방하거나, 수업 후 가방만 기숙사에 두고 저녁에 수영을 하러 가는 나른한 여름날이 이어졌다.
학교 안 캔틴(교내 식당)을 투어 하며 한 번도 겹치지 않은 음식을 탐험했다. 어떤 날은 음식 취향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할 정도로 입맛에 딱 맞았고, 또 어떤 날은 음식 취향을 공고히 할 정도로 어색한 식사를 했다. 음식 취향이 입에 맞지 않았던 때면 조금 더 달콤한 디저트로 나를 달랬다. 매일 내가 가진 금액으로 새롭고 다양한 음식에 도전하는 하루하루였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나갈 때 운 좋게 2층 버스에 앉게 되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온종일 싱가포르 어느 지역에서 재미있게 발로 걸으며 누비고 온 하루 끝에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안전하게 기숙사로 돌아오는 시간이 지유로웠고 재미있었다. 7월 싱가포르 날씨가 너무 습해 머리를 위로 높게 묶고 선글라스를 끼고 가지고 있는 지도로 힘껏 부채질을 하며 거리를 걸어도, 어느 빌딩에 들어가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식히면 사르르 마음이 녹는 그런 얼렁뚱땅한 즐거움이 여행에 있었다.
기숙사 복도에서 손바닥 정도 크기의 투명한 도마뱀을 우연히 만나도 "우와, 살면서 도마뱀 처음 봤어!"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알고 보니 내가 뜨거운 물 작동법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약 3주 내내 기숙사 샤워실에 찬 물밖에 나오지 않아도 싱가포르는 더운 나라라서 그런가 보다 하며 단순하게 땀을 씻어냈고, 새벽에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칠 때도 '다음날은 날씨가 좋겠지'하며 잠이 들었다. 외국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학교에서 제공한 활동에 참여하여 싱가포르 안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고, 자유롭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며 오늘 하루에 충실한 하루를 보냈다. 한 달 중 어느 하루도 기숙사에 머무르며 보내지 않았고, 밖으로 나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탐방하고 돌아다녔다. 어느 때보다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낸 활발하고 활기찬 한 달이었다. 진정한 여름 나라에서 잊지 못할 여름날이었다.
매일을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갈색머리를 높게 올백으로 묶고 그 아래 고무줄로 하나 더 묶은 머리, 호주 때부터 함께 해 온 자잘하게 흠집 난 갈색 선글라스, 너무 더워 나시를 겹쳐 입고도 짧은 반바지를 입은 옷차림, 많이 걸어야 하니 튼튼한 운동화, 단순한 디자인의 빨간 백팩과 고등학교 때 선물 받은 커다란 빨간 플라스틱 투명 물병, 늘 차고 다니는 은색 손목시계와 리틀 인디아에 가서 했던 지워지는 손목 위 꽃 모양 헤나, 여러 번 접은 싱가포르 종이 지도.
너무 더우면 그늘 아래에서 쉬거나 커다란 빌딩 안으로 들어가 에어컨을 쐬며 땀을 식히고, 가방에 가득 채워 온 물병의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배가 고프면 지나가다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거나, 큰 쇼핑몰 안에 있는 푸드코트에 들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서 테이블에서 만난다. 다 먹고 나면 그 음식은 쇼핑몰 직원이 가져가 정리한다. 지나가다가 보이는 야자수는 이제 더 이상 감탄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다. 아무리 습하고 더워도 하늘은 맑고 청명하다. 바람도 조금 시원한 것 같다. 해가 질 때가 되면 주황색 하늘이 참 예쁘게 담긴다.
매일 이런 마음으로 일상을 여행하며 산다면. 매일 이런 마음으로 여행을 일상처럼 산다면. 어깨에 튼튼한 가방 하나 매고 커다란 물병 하나 챙기고 옷은 가볍게 입고 운동화 끈 꽉 조이고, 선글라스 머리 위에 걸치고, 음식 걱정이나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한다면. 더워하며 거리를 걷다가도 해질녘 하늘에 기분 좋아지는 그런 긴 여름날. 자유로운 여름을 기다리며. 지난여름 여행을 차곡차곡 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