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연말과 새해를 처음으로 외국에서 보내는 여행
"대만에 언제 놀러 올 거야?"
우리끼리도 이야기하지만 대민 친구 야루와 나는 참 재미있는 인연이다. 우린 미국에서 처음 만났다. 베일리라는 친구를 통해 처음 만났을 때는 둘 다 교환학생 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날 날로부터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을 무렵이다. 알고 보니 같은 기숙사에 살고 있어 행사 후 같이 돌아온 우리는 바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그녀 방에서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우린 그 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그렇게 대화가 잘 통할 수가 없었다. 이후 야루는 나보다 먼저 기숙사 체크아웃을 했지만 다음날 나에게 인사하러 다시 기숙사를 방문할 정도로 우리의 우정은 단기간에 가까워졌다. 나는 한국으로, 그녀는 대만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우리의 연락은 이어졌다. 그녀는 8월 말과 10월 초에 나를 두 번이나 대만에 놀러오라며 초대했지만 사정이 있어 가지 못했다가, 드디어 연말연초에 여행이 이루어졌다. 여행보다도 우리가 다시 만나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즐거운 느낌이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대만에 도착했다. 날 위해 하루 연차를 쓴 야루를 만나 그녀 집으로 가서 캐리어를 두고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가 계획한 아기자기한 일정을 따라 여행을 시작했을 때가 이미 오후 5시였다. 장제스 기념관을 둘러보았고, 타이베이 101을 올랐고, 그 주변을 거닐며 여행했다. 대기번호가 100번을 넘어가는 유명한 음식점에서 샤오롱바오와 우육면을 시켜 함께 나눠 먹었고, 크리스마스 여파로 반짝반짝 빛나는 거리를 걸으며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걸을수록 대만이 한국처럼 편하게 느껴졌던 건 전부 야루 덕분이었다. 첫날에 밤 11시까지 돌아다녔지만 피곤하지 않았고 앞으로 펼쳐질 대만이 더욱 기대되었다. 친구는 일을 하고 있어서 평일에 출근을 할 때면 혼자서 여행하다 퇴근한 이후 같이 여행했고, 일을 쉬는 주말이면 같이 교외로 여행을 떠났다. 그녀를 따라 진짜 현지음식을 많이 먹었다. 줄 서서 사 먹는 집 근처 아침식사, 스린야시장에서 아주머니가 조물조물 양념으로 비벼준 고기 채소무침, 각종 간식과 과일 등은 나의 호기심을 기분 좋게 자극했고, 함께 한 여행은 예측할 수 없어서 더욱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우리의 여행이 연말과 연초에 이어져서 특별히 기대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새해 카운트다운!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친구의 생각은 이 곳에서 하는 불꽃놀이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보낸다는 게 일 년 중 큰 의미로 다가오는데, 새로운 공간 대만에서 친구들과 함께 그 의미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무척 기대되었다. 우리는 타이베이 101에서 하는 새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를 어디서 보면 좋을지 사전 답사와 인터넷 검색을 많이 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장소는 멀리서 잘 보이는 레인보우 리버사이드 공원이었다. 불꽃 스틱을 준비한 센스 있는 야루와 마셜 커플과 야루의 홈스테이 친구와 같이 한 해 마지막 식사를 함께 한 후 따뜻한 옷을 챙겨서 공원으로 갔다. 좋은 자리를 선점해 앉아 0시에 펼쳐질 불꽃놀이 시간까지 우리가 가져온 미니 불꽃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 해가 간다. 그러다 한국 시간으로 0시(대만시간으로 11시)에 한국어로 새해를 축하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친구들은 저 말을 정확히 발음하고 외워보려고 노력했다. 새해를 맞고 있을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했다. 그러고 이 곳 시간으로 새해가 넘어갈 때가 왔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이 술렁이는 것으로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우리도 곧 자리를 일어나 각자의 카메라를 꺼냈다. 5, 4, 3, 2,1, HAPPY NEW YEAR! 죽순처럼 생긴 타이베이 101 빌딩에서 각 모서리마다 파닥파닥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긴 불꽃놀이가 끝난 후 우리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한 번 더) 한국어로 2015년의 새해를 맘껏 축하했다. 앞으로 펼쳐질 새해가 불꽃이 터지듯 맘껏 반짝반짝거리기를! 우리의 우정도 반짝반짝 이어지기를!
아주머니와 둘이서 함께 했던 마지막 식사가 재밌었던 여행
오후 비행기로 떠나는 날 아침, 혼자서 친구네 집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거주 지역의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정도 둘러본 후 친구가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맛보라고 했던 '아이스크림이 있는 블랙티 (Black tea with ice cream)'를 사며 아주머니와 아주머니 남동생께 드릴 블랙티를 두 잔 테이크 아웃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에 남동생은 가셨지만, 아주머니께서는 내가 사 온 블랙티를 냉장고에 넣어 나중에 아저씨랑 같이 마시겠다고 했다. 조금 쉬다가 조금 일찍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 나를 향해 아주머니는 "벌써 가려고 하니? 지금 가면 너무 이르니 나와 같이 동네 구경하자."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시간을 쪼개 아주머니와 같이 두 번째 동네 투어를 하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이미 내게 많은 따뜻한 환대를 해주셨지만 마지막까지 나의 여행을 알차게 만들어주셨다.
아까 너무 멀까 봐 사진만 찍고 온 쇼핑몰을 아주머니와 함께 둘러보았고, 든든하게 먹이고 보내고 싶어 하는 아주머니를 따라 동네 맛집에 같이 들어갔다. 우리가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는데 아주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메뉴가 끝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앞엔 총 일곱 가지의 요리가 하나씩 펼쳐졌다. 거위 고기 국수를 비롯해 각종 채소와 두부 등으로 만든 맛있는 요리가 조리되어 나왔다. 아주머니의 음식 소개를 들으며 요리를 먹으니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어떻게 다 먹을까 싶었지만 게눈 감추듯 싹싹 맛있게 먹었다. 정말 진정한 대만 전통 가정식 요리였다. 그동안 아주머니 표 소고기 국수와 녹두죽도 맛있게 먹었는데, 아주머니가 선택한 요리도 내 입에 딱 맞았다. 그렇게 아주머니가 나를 공항버스까지 바래다주셨다. 아주머니는 내게 친구 야루가 없더라도 놀러 오라고 하셨다. 아직 그 말을 지키지 못했지만 꼭 또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