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난
아슬아슬했지만 자신감을 두 배로 얻어온 자전거 여행
2박 3일 타이난 여행은 친구가 계획하고 추진했던 여행이었다. 타이베이 한 곳만 둘러보면 아쉬울 것 같다며 여행지로 많이 가는 남쪽의 '타이난'이란 도시를 가보자고 했다. 타이난은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시대가 느껴지는 거리나 시장, 이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등이 유명하다고 한다. 교통, 숙소, 계획 모두 그녀가 솔선수범해서 담당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세세하게 수고해준 그녀에게 참 고맙다. 한눈에 다른 문화권의 건축이라는 게 느껴지는 오래된 템플을 구경해보았고 탐방해볼 수 있는 음식 범위가 넓었던 시장을 둘러보았다. 땅 속에 있어야 할 나무뿌리가 벽면에 붙은 창문까지 차고 올라 온 신기한 자연환경도 보았다. 그중 2박 3일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단연코 '자전거 타고 일몰 보기'가 되겠다.
자전거 타고 일몰 보러 가는 건 당일에 알게 된 계획이었다. 안핑 요새를 둘러본 후 근처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일몰이 멋진 바다 위광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계획. 세 명은 자전거가 아주 익숙한 친구들이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의 자전거 이야기로 잠깐 들어가 보자. 난 자전거를 스무 살 때 배웠다. 어렸을 때 네 발 자전거는 수준급으로(?) 잘 탔는데 이상하게 두 발 자전거로 넘어가질 못했다. 부모님께 물어봐도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나 빼고 부모님과 동생은 자전거 선수처럼 잘 탄다). 내가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스스로 마음먹은 건 스무 살 여름에 떠난 내일로 여행 때문이었다. 담양에 갔을 때 친구와 나는 자전거를 타고 쌩쌩 신나게 지나가는 내일러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없었기 때문인데, 나 때문에 자전거를 못 타게 된 친구에게 너무나 미안했고 나도 매우 아쉬웠다. 그 여행 이후 열심히 자전거를 배우기로 했다. 자전거 선생님은 아빠였다. 나의 의지에 더해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일까 한 달도 되지 않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안전이 확보된 공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일몰 보러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얼마나 걸리는데?"
"1시간 정도 걸릴 거야. 정말 재밌을 거야!"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러 간다고 했을 때, 당연히 자전거 도로를 달릴 줄 알았다. 안전함이 확보된 도로겠지. 그런데 놀랍게도, 아니었다. 다들 택시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그곳을 젊은 우리가 자전거를 빌려 타 가는 것이었다. 그것도 거의 한 시간이나 걸린다고 했다. 고민했다. 자전거를 탈 수 있긴 하지만 이 정도 난이도로는 해본 적이 없어 무리라고 말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자전거를 빌리러 가는 길에 말하려 했다. 그런데 자전거 탈 생각에 눈이 반짝반짝한 친구들을 보니 그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은 이미 자전거 대여점에 와서 내 몫의 자전거를 빌리고 있었다. 타보지도 않고 못 탄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아주 조금은 나도 한 번 타고 싶었다. 이래나 저래나 내가 '탈 수 있다'는 건 맞으니까. 모르겠다, 일단 부딪혀보자!
자전거 안장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올라타자마자 처음부터 비틀거렸다. 곧바로 안장을 낮추고 균형을 잡았지만, 그 모습에 내가 초보자에 가깝다는 걸 바로 눈치챈 친구들이 안전요원을 자처했다. 내 뒤에서 따라오고 앞에서 이끌어주며 우여곡절 끝에 아슬아슬하게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길에 자전거 도로는 없었다. 사람이 오는 도로를 지나가거나, 오토바이나 차가 지나가는 도로를 따라 달렸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지도는 '태양'이었다. 우리는 저 태양이 내려가는 일몰을 보러 바다에 간다. Let's go!
앞서 가는 친구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가지지 못했다. 그렇지만 조금씩 주변 빛이 바뀌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잠시 길을 찾기 위해 다 같이 멈출 때 비로소 숨을 돌리며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고 사진을 남겼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것 같다. 안전을 위해 비교적 느린 속도로 가고 있지만 목적지가 뚜렷하게 있기에 많이 지체할 수 없었다. 조금 쉬고 방향과 길이 확보되면 다시 달렸다. 그렇게 아슬아슬 시끌벅적 불안 불안하게 달려 그곳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에게 붉게 빛나는 태양이 보였다. 절묘하게 도착했다. 해가 지기 직전에! 한 번에 온 게 아니라 한참을 달려 긴 시간 끝에 도착한 곳이라 감회가 달랐다. 특히 내게는 '도전의 대성공'이었다. 자전거 타기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앞으로 '탈 수 있다'가 아니라 '꽤 잘 탄다'라고 해도 되겠구나!'란 생각을 혼자서 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온 만큼의 거리를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번엔 해 진 거리를.
그렇지만 자신감의 존재는 위력이 컸다. 여기까지 잘 왔고, 출발지까지도 잘 돌아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까 온 위험한 도로가 아니라 이번엔 호수를 끼고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차가 많지 않은 도로를 택했다. 올 때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자신감이 생겨서일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 등 마음이 가벼워졌다. 마지막까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안전하게 네 자전거가 반납대로 향했다. 우리에게 자전거를 빌려주었던 아저씨가 반가워하는 얼굴이 보였다. 다 반납한 후 친구들에게 말했다. 사실 나 이렇게 오랫동안 자전거 타 본 적 처음이라고. 20살 때 배운 후로 자전거 도로가 아닌 길을 처음 달려보았다고. 요즘도 야루는 말한다. 그때 왜 더 일찍 말 안 했냐고. 그렇지만 내겐 이때의 경험이 자전거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 날 이후로 자전거는 내게 더욱 친숙해졌다. 그리고 하나를 깨달았다. 한 번 부딪혀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물론, 안전이 담보되는 상황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