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
마음 가는 대로 걷는 즐거움을 느낀 베른 여행
자연을 은은하게 느꼈던 루체른 여행을 마치고 인터라켄으로 이동했다.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다닐 것 같은 들판과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자연이었다. 인터라켄에 도착한 날, 우리는 튠 호수를 둘러본 후 스위스 수도 베른으로 깜짝 여행을 다녀왔다. 베른 여행 결정은 인터라켄 튠 호수 위 유람선에서 이루어졌다. 왕복 유람선이 튠 호수를 가로질렀다가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 길, 우리는 이대로 숙소로 가서 쉬긴 아쉽다며 스위스 패스를 이용해서 또 다른 곳을 더 여행해보기로 했다. 어제부터 개시한 스위스 패스 3일권을 알차게 잘 활용하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여행인 만큼 목적지는 여기에서 기차로 가장 가까운 도시여야 했고, 그곳은 스위스 베른이었다.
베른은 수도답게 큰 규모의 중앙역과 많은 사람들의 인파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조용한 도시를 여행했다가 이 곳에 오니 또 색달랐다. 중앙역 안에 있는 마트도 구경하고 싶을 만큼 컸고, 전광판에 떠있는 기차 시간도 확연히 촘촘해지고 많아졌다.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역 구경은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차차 하기로 하고 우리는 역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러곤 역시나 역에서 가장 가깝다고 하는 베른 동물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렸는데 동물원이 보이지 않았다. 길도 못 찾겠고 동물원을 꼭 보고 싶었던 마음도 아니어서, 내린 김에 우리만의 방식으로 베른을 여행하기로 했다.
한여름의 늦은 오후 햇살은 다니기에 더없이 좋았다. 마침 그 시간에 맞춰 베른 거리를 걸어 모든 풍경이 다 평온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 곳에 다녀온 후 일기장에는 '런던의 향기가 났던 도시'라고 인상을 적어두었다. 그렇지만 건물마다 스위스 국기가 많이 걸려 있었고, 아담한 조형물과 높은 성당, 거대한 시계탑 등은 이 곳만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이어진 거리를 자갈자갈 돌길을 걸으며 구경했다. 궁금한 상점에는 잠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잠시 분수대에 걸터앉아 보며 이 공간을 향유했다. 구시가지 전체가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곳이라던데 와보길 참 잘했다.
저녁 여덟 시에 다다르는데도 이곳 하늘은 아직 밝았다. 기차에 여유롭게 올라타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는 칸 빈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스위스 기차는 마주 보는 자리 사이에 테이블이 있어 글을 쓰거나 사진을 보거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에 딱 좋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도착한 인터라켄. 이곳의 시내버스는 이미 끊긴 지 오래였다. 다행히 숙소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아 지도 보면서 차근차근 거리를 따라 걸었다. 우리끼리 음악을 들으며 조용하고 한적한 거리를 걸었다. 해가 다 사라지기 전에 안전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세 시간 동안의 도시 여행을 마치고 다시 작은 마을로 돌아온 우리.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하루가 이어질 때 재미있는 추억이 된다. 내일도 그러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