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방법으로 스위스를 즐겼던 시간

스위스, 인터라켄

by 여행작가 Q

스위스를 경험하는 마을 인터라켄 여행 - 첫 번째 이야기


스위스 인터라켄은 여러 색깔로 여행객을 끌어당기는 아담하고 신기한 마을이었다.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을 끈 건 무언가를 하고 있는 능동적인 여행자였다. 점심때쯤 도착했을 때 역과 거리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숙소에 도착해서도 직원 말고는 투숙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웬 하늘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낙하산과 글라이더의 장점을 합친 액티비티, 패러글라이딩의 마을이었던 것이다. 날씨가 좋다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김없이 형형색색의 패러 글라이딩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너무나 잘 보였고, 그들의 존재가 우리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결국, 숙소 리셉션에 문의해 당장 다음날 10시 30분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살면서 한 번도 패러글라이딩을 해 본 적 없고 살짝 고소공포증도 있는 내가,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스위스 여행에서의 충동 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예약을 한 후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이 곳의 튠 호수를 구경하러 갔다. 튠 호수의 빛과 색은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물감에서 에메랄드 색깔을 톡 떼어 호수를 그리면 딱 비슷하다고 할까. 살면서 이런 색깔의 물을 처음 보았고, 지금까지도 비슷한 물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자연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개인 요트를 시원하게 운전하며 달리는 할아버지, 유람선 갑판대에서 비스듬히 누워 선글라스 끼고 태양을 느끼고 있는 노부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조용히 호수를 내려보는 소녀 등은 우리와 다른 모습으로 시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 순간이 참 비현실적이었다. 튠 호수의 물 색깔처럼. 튠 호수를 여행한 후 유람선에 머물렀던 시간만큼 베른 깜짝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와 이 곳 도미토리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 펼쳐질 여행을 즐겁게 기대하며.


SAM_1244.JPG 스위스 인터라켄, 튠 호수 유람선 위에서


스위스를 경험하는 마을 인터라켄 여행 - 두 번째 이야기


어제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 나와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갔다.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는 승합차 안에서 여행객이 각각 함께 탈 패러글라이딩 가이드를 정하는 제비뽑기를 했다. 나는 바로 맞은편에 앉은 메이키와 짝이 되었다. 메이키는 우리 팀에서 유일한 여성 글라이더였다. 하늘을 날기 전까지 조용하고 얌전해서 시끌벅적한 글라이더들과 대조되었지만, 하늘 위에서는 용감하고 다정한 최고의 글라이더 파트너였다. 우린 하늘에서 더 친해졌다. 그녀는 너무 하고 싶었던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인터라켄으로 왔고 9년째 아주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메이키가 몸집만큼 큰 가방을 들고 그 안에 든 장비들을 분해할 때 나는 내 몫의 장비를 준비하며 보조를 맞췄다. 그리고 모든 장비가 안전하게 연결되었을 때 메이키가 시키는 대로 무작정 들판을 향해 뛰었다. 뛰다 보니 어느새 내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었다.


어, 이렇게 하늘로?


느끼기론 갑자기 내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이거,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내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두둥실 천천히. 말도 안 되는 높이에 있는 것이고 심지어 발이 지면에 닿은 것도 아닌데, 놀랍게도 내 마음이 평온했다! 바로 뒤에서 안내해주는 메이키의 안정감 있는 패러글라이딩 조종 능력 덕분이었을까. 그 날 일기를 보면 '하늘 위 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라고 적어두었다. 나의 패러글라이딩은 느리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살짝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거나, 두둥실 두둥실 구름처럼 움직였다. 그러면서 시야 바로 앞에 펼쳐지는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조금 시야를 낮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야에서 고개를 돌리면 우리와 같이 출발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사이에 저쪽에서 먼저 출발한 친구가 허공에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메이키, 여기 물 색깔은 왜 이렇게 에메랄드빛이 도는 거야?"

"하하 신기하지? 알프스에서 흘러나온 물이라 그래."


메이키는 섬세한 사람답게 우리 시선에 닿는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산 이름이나, 저긴 무슨 마을이라는 등 친절한 설명 덕분에 이 곳이 더욱 친숙해졌다.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나에게 우리 패러글라이딩을 조종할(!) 기회를 선물해주었다. 양쪽 손잡이를 내게 전해주고 자기가 'Left'라고 말하면 왼쪽을, 'right'라고 하면 오른쪽을 당기라고 했다. 덜덜 떨면서 손잡이를 이어받았는데, 그녀 말대로 움직였을 때 정말로 살짝 방향을 돌리는 패러글라이딩 날개가 너무나 신기했다. 그녀의 허락 아래 손목에 고리를 끼울 수 있는 손바닥만 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타서 내 몫의 사진도 용감하게 남겼다. 내 발도 찍고, 보는 시야도 찍고, 심지어 허공에서 나와 메이키의 셀카도 찍었다! 잠시 내가 하늘에 있다는 걸 잊어먹은 건 아니었을까. 눈부신 태양 아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24분을 오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메이키가 사전 안내를 해주었고 정말 몇 분 안에 지면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25분 만에 밟는 땅의 촉감이 괜히 더 새로웠다. 패러글라이딩 하는 동안 그녀는 장비에 부착된 카메라로 우리 사진과 동영상을 열심히 찍었다. 하늘 위에서 카메라 렌즈를 성실히 잘 본 덕분에 찍힌 사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선물로 주는 건 줄 알았지만 그럴 리가. 구입을 물었을 때 나 역시 그녀만큼 허공에서 내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었기에 거절하려고 했지만, 사진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사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우리 팀 모두 구매를 했다고 하더라. 지금까지도 사진을 보며 추억한다. 우리도 누군가에겐 인터라켄 하늘 위에서 날았던 누군가였을 것이다. 생애 첫 패러글라이딩을 스위스에서 해서 특별했다. 높은 스위스 물가에 패러글라이딩 지출로 더욱더 우린 주체적으로 밥값을 포기했지만, 배고픔은 짧고 추억은 길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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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인터라켄, 내 인생 첫 패러글라이딩




스위스를 경험하는 마을 인터라켄 여행 - 세 번째 이야기


패러글라이딩을 마친 후 우리는 알프스를 올라가 보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쉴트호른. 드디어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눈이 살짝 덮인 알프스를 보러 간다. 그곳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그 높은 알프스 산에 설치한 케이블카라 그런지 상당히 아찔했다. 산의 높이만큼 오래 올라갔기 때문에 아래를 바라보며 느끼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더욱 지속되었다.


확실히 올라오니 날씨가 추워졌다. 아까 올라올 때만 해도 한여름이었는데 이 곳은 한겨울이다. 우리는 오후 늦게 이 곳에 올라가게 되어 사람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아 정말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쉴트호른이 문 닫는 시간까지 있다가 나오게 되어, 종업원들과 같이 마지막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숙소로 돌아와 슈퍼에서 산 한국 봉지 라면을 끓어먹었다. 알프스의 얼음을 눈으로 보고 느꼈던 하루의 마무리는 뜨거운 라면 국물이었다.


스위스에서의 5일. 알프스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영롱한 에메랄드빛 물이 넘실거리는 튠 호수, 하늘 위에서 바라본 이 곳의 모든 풍경과 패러글라이딩 경험, 눈이 살짝 덮인 쉴트호른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나누며 이 곳의 밤을 마무리했다. 5일이 10일 같았던 이 곳에서의 여행도 끝이 났다. 이제 이탈리아로!


SAM_1292.JPG 스위스 인터라켄, 쉴트호른 올라가는 아찔한 경사의 케이블카
SAM_1302.JPG 스위스 인터라켄, 쉴트 호른 전망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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