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도착, 아름다운 수상 도시 베네치아

이탈리아, 베네치아

by 여행작가 Q

하루 종일 기차와 길 위에서 보낸 여행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넘어오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우리가 이용하고 머물렀던 기차역만 자그마치 여섯 개. 정확하게 스위스 기차역 세 개, 이탈리아 기차역 세 개였다. 우리처럼 이동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젊다는 자신감에 저효율을 감안하고 저비용 방법을 택했다. 장점은 있었다. 점점 이탈리아로 가까워질 때마다 역에서 만나는 직원들의 외모와 억양, 날씨, 공기에서 작은 변화를 읽어낼 수 있었고 새로운 나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긴 기차 여행을 거쳐 드디어 10일간 여행할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베네치아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출렁대는 물과, 그 물 위를 떠다니는 수상버스 바포레토가 보였다. 바포레토 위에서 한참 이곳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한여름 유럽은 해가 늦게 져서 베네치아에 도착해서도 톤 다운된 밝은 파스텔로 그려진 하늘이 우릴 반겨주었다. 이때만 해도 계획한 대로 야경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깜깜한 하늘 아래 별과 함께 짐을 풀 수 있었다. 꽁꽁 숨어 있는 숙소를 찾느라 두 시간가량을 길 위에서 보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와이파이와 종이지도만 가지고 여행을 했지만, 지금까지 숙소를 찾느라 헤맨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베네치아는 가도 가도 똑같은 건물이었고 간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려고 말을 걸어도 그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었다. 정말 최초로 거리에서 노숙을 해야 하나 싶었을 때 기적처럼 간판 없는 우리의 숙소를 찾았다. 숙소 주인에게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한 후,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내일 얼마나 멋진 풍경을 보여주려고 그러는 걸까!




도시의 색깔이 독보적인 베네치아 여행


오늘은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근처 슈퍼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사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곧장 거리를 걸으며 여행을 시작했다. 바로 본섬 구경을 하려고 하다가 오전에 바포레토를 타고 한 시간 달려 알록달록한 부라노섬에 도착했다. 이 곳은 핑크색, 주황색, 하늘색, 파란색, 노란색, 연보라색, 에메랄드색 건물이 사이좋게 붙어있는 형형색색의 마을이었다. 집집마다 커다란 창이 있었고 그 창에는 잘 키운 꽃화분이 물기를 머금어 싱그럽게 걸려 있었다. 핑크색 건물 집주인은 벽색깔과 잘 어울리는 연핑크와 흰색이 섞인 커튼을 달아두었고, 노란 벽에는 잘 어울리는 남색 창문이 앙증맞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에메랄드 집 앞에 나란히 놓여있는 벽과 같은 색 자전거 두 대. 그들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며 거리를 걸었다.


다시 돌아온 베네치아 본섬에선 태양이 아주 뜨겁게 내리쬐는 정오 무렵의 산 마르코 광장을 걸었다. 강렬한 태양 아래엔 여행객보다 비둘기가 더 많았다. 우리는 밤에 다시 오기로 하고 골목길로 이동해 리알토 다리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바로 아래에 부드럽게 움직이는 물을 보았고, 그 위를 지그재그로 연결한 다리와 골목길을 숨바꼭질하듯 걸었다. 어제 우리를 절망케 했던 이 곳의 미로가 오늘 보니 비밀스럽고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다. 베네치아는 약 4000개의 다리로 이어져있다던데 우리가 걸었던 다리는 40개쯤 되었으려나. 물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베네치아는 그 자체로 아주 신선하고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화덕피자와 알리오 올리오로 점심을 먹고 또 한 번 이어지는 골목길을 걸었다. 수십 가지 되는 다양한 파스타 모양을 구경하고 중간에 젤리도 사고 공예품 가게도 들르다, 이번엔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이 곳에선 거리를 천천히 거닐고 앉아서 이야기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해가 살짝 기울어졌을 때쯤 다시 베네치아 본섬에 들어왔다. 오전에도 보고 낮에도 본 풍경이지만 또 늦은 오후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대의 빛을 받은 풍경은 느낌이 또 달랐다. 한결 여유로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베네치아는 어디를 찍어도 엽서 속 그림 같았다. 더 많아진 사람들 사이를 거닐며 곤돌라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가, 다시 광장으로 갔다가, 어느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조각피자집 앞에 멈췄다. 손바닥 한 뼘보다 큰 조각피자를 골라서 앉아 먹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다 먹은 후 아까 걸었던 광장과 곤돌라 타는 곳에 다시 갔다. 여름밤, 서늘한 바람이 남색 하늘 아래에 시원하게 불었다. 하루 종일 물과 가까워 습하고 찐득한 공기였지만 이 순간은 시원하고 청량했다. 베네치아 지도처럼 우리도 미로 같은 하루를 보냈다. 헤매고 또 헤맸던 하루를 웃으면서 추억한다. 베네치아는 이 곳의 풍경을 온몸으로 담았을 때 더 아름다움이 느껴졌던 곳이었다.


SAM_1376.JPG 이탈리아 베네치아, 곳곳에 숨어있는 다리 그리고 수상 도시
SAM_1334.JPG 이탈리아 베네치아, 오전에 둘러본 부라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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