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사
피사의 사탑을 가진 도시 여행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떠나 조금 더 아래에 있는 도시 피렌체로 왔다. 피렌체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전에 근교 도시 피사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이탈리아에서 보고 싶었던 것 중,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봤던 살짝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이 있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실험을 하기도 했던 피사의 사탑. 실제로 얼마나 기울어졌나 보기 위해 피렌체에 도착한 날 바로 피사 왕복 티켓을 구입해 다녀왔다. 피사의 사탑은 피사 대성당 옆에 있는 종탑이다. 우리는 역에서 걸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본능적인 뚜벅이 여행자로서 우리는 걸어가는 길을 택했다. 걸으면서 도시의 모습을 천천히 느껴보았다. 점점 피사의 사탑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어, 진짜 많이 기울었네!"
얼마나 기울었을지 두 눈으로 보고 온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기울기가 정말 신기했다. 피사의 사탑이 잘 보이는 잔디밭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저마다의 포즈를 개성 있게 취하며 이 곳의 주인공과 함께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나도 그 어딘가 자리를 잡아 착시효과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보고, 사탑 면에 두 손을 가지런히 대고 밀어 보기도 하고, 손을 위로 뻗어 사탑의 두께를 재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쪽 발로 탑을 슬쩍 건드려보는 어설픈 흉내를 내보기도 했는데, 탑이 높아 내 발 끝은 가장 아래층에 밖에 가닿지 못했다. 사람들의 포즈는 각양각색 기발해 우리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웠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8층 종탑, 싱그러운 초록색 잔디가 잘 어우러져 선명한 장면을 선사했다.
한참을 햇빛 아래에서 피사의 사탑과 사진을 남기다 이내 근처를 천천히 걸어보았다. 그러다 바로 옆 피사 대성당 근처 그늘에 앉아 여러 여행객들 옆에 자리 잡아 사탑을 바라보았다. 1173년에 착공되어 1372년까지 200년 동안 지은 탑이 내 눈앞에 있다. 건물을 짓는 와중에 기울어짐을 알았지만 이 현상이 지속되었고, 그 사탑은 640여 년 이후가 지난 어느 날에 한국에서 온 여행자가 보고 있다. 실제로 보니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이 기울어져 있었고 정말 더 기울어져버릴 것 같은데, 1990년 이후 재건공사를 통해 기울기를 제한하고 올라가는 입장객을 제한하며 사탑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탑 앞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어른들이 손부채질을 하며 열기를 식히고 있는 모습 속에서 가만히 앉아 이 공간을 느껴보았다. 한참을 그늘 아래에서 앉아 쉬다가 다시 한번 더 이 공간을 둘러본 후, 왔던 곳을 되돌아 걸어가 피사 역에 도착했다. 하루 만에 둘러본 피사였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이 곳의 건축을 더 많이 보고 느끼자는 마음을 한 번 더 새기고 피렌체로 돌아왔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