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묻어있는 낭만, 마법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

by 여행작가 Q

낭만이 곳곳에 묻어있는 도시 피렌체 여행


아침부터 두근거렸다. 이곳에서 만날 두오모, 지오토의 종탑, 베키오 다리, 미켈란젤로 언덕 등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기록해둔 노트를 한 번 더 꼼꼼히 보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 갈 때 입었던 민소매 카라 원피스를 꺼내 입고 하루를 시작했다. 피렌체 중앙역 근처에서 중심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눈앞에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 선물처럼 나타났다. 회백색의 거대한 두오모 성당과 지오토의 종탑은 카메라 한 프레임에 담을 수도 없었다. 아래를 포기하고 꼭대기 끝까지 찍거나, 꼭대기를 포기하고 시야에 잡히는 외벽을 선택해 찍는 식이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떻게 하더라도 이 풍경을 카메라가 다 담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사진을 찍더라도 그보다 최대한 내 마음과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외벽에 정교한 건축 형상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피렌체에 오면 꼭 위에서 이 도시를 전체로 바라봐야 한다. 두오모를 보기 위해 지오토의 종탑에 올라갔다. 옛 건물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계단이 만만치 않았다. 그때 그 시절 이 좁고 높은 계단을 힘겹게 올랐을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여행자인 우리는 멋진 풍경을 마주할 생각에 열심히 좁은 계단을 올라갔지만. 드디어 도착한 곳. 내 시야에 들어온 피렌체는 단 하나의 색깔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모든 건물의 지붕이 같은 색이었다. 저 멀리 산이 포근하게 이 곳을 품어주고 있었고 고개를 돌리면 반짝이는 강이 보였다. 낮은 건물들에 대조되는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은 두오모였다. 같은 눈높이에 보이는 두오모의 지붕은 만지면 오돌토돌할 것 같은 표면에 안정감 있게 둥근 지붕이었다. 지오토의 종탑 전망대에 철사로 듬성듬성 만든 창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멋진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아, 피렌체는 지금까지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그림 같았다. 도시 전체가 미술 작품 같았다.


두오모에서 내려온 후 시뇨리아 광장과 베키오 궁전을 거쳐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서 유명하다던 곱창버거 파는 집에 줄을 서서 버거를 산 후 자리에 앉았다. 여러 언어가 들리고 오가는 시끌벅적한 식당에 앉아 점심을 먹으니 여행 온 기분이 더 들었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이번엔 두오모 위를 올라가 보기로 했다. 보통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는 두 다리를 믿었다. 아까처럼 20분간 좁은 계단만 다시 오르는 과정은 두 번 해도 쉽지 않았지만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잊힐 거라 생각했다. 두오모의 옥상에는 고맙게도 아무런 가림막이 없어 시원하게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아까 갔었던 높고 길쭉한 지오토의 종탑도 보고, 그 뒤로 펼쳐진 도시를 다시 한번 더 보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 곳을 더 폭넓게 담아보았다. 적갈색의 도시, 아름다운 피렌체.


다시 내려와서는 발길 닿는 대로 피렌체를 누볐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고 우피치 미술관 근처에 가고 피티 궁전까지 걸어가 보았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들려오는 기타 연주 소리를 들었다. 한낮은 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때 잠시 쉬는 시간은 엄청난 재충전을 선물했다. 가고 싶었던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하는 길에 두오모 광장을 다시 들렀다. 오후 5시경의 햇살을 받아 회백색이 아니라 초록빛이 도는 베이지색 두오모 모습이 또 한 번 신선했다. 걸어서 베키오 다리를 건너고 그 위에서 잊을 수 없는 클래식 버스킹을 들었으며, 최종 목적지인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가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에 일몰과 야경을 보았다. 야경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해가 지고 불빛이 들어오고 그라데이션 하늘이 펼쳐지고 이내 어둠이 깔리는 피렌체를 전부 담을 수 있었다. 까만 하늘의 야경까지 본 후 내려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장에선 서커스가 한창이었다. 피렌체는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단단히 잡아두는 곳이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도시, 피렌체에는 일부러 찾을 필요도 없이 곳곳에 낭만이 묻어있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을 마주했던 여행


여행을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지금 보고 있는 풍경에 마음의 리본이 풀어지듯 깊은 곳에서부터 '좋다'란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그 감정은 이내 '행복하다'로 바뀌고, '잊을 수 없다'라고 새겨진다. 그때의 마음이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는다. 자꾸만 떠오른다. 자꾸만 생각난다.


여행을 하면서 '이 순간이 멈춰도 좋을 것 같아.'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피렌체 베키오 다리 위에서 클래식 버스킹을 듣고 있었던 순간이다.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기타로 <Over the Rainbow>를 감미롭게 연주하고 있었던 그들. 마침 그들 뒤로 저 멀리서 해가 천천히 지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에겐 사람들의 머리 사이로 해가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우리처럼 가만히 서서 이 연주를 듣는 사람도 있었고, 이 연주를 배경음 삼아 저 멀리 보이는 일몰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들 앞을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 모든 사람들의 풍경이 조화로웠다. 이 느리고 천천히 울려 퍼지는 음악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음악에 집중하든 하지 않든 배경음악으로서 베키오 다리 위를, 피렌체를, 이탈리아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너무나 행복했다.

지금 돌아봐도 이 순간은 마법 같다. 여행이라는 마법의 순간.


SAM_1541.JPG 이탈리아 피렌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
SAM_1531.JPG 이탈리아 피렌체, 내가 좋아하는 오후의 빛을 받은 두오모
SAM_1540.JPG 이탈리아 피렌체, 베키오 다리에서 바라보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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