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추억 가득 로마의 휴일

이탈리아 로마

by 여행작가 Q

고대와 현재가 연결되어있는 아름다운 도시 로마 여행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한여름 로마는 타들어가는 뜨거운 무더위로 우리를 맞이했다. 기차역에서 내려 숙소를 찾는 동안 땀을 비 오듯 흘려 옷을 갈아입고 오후 여행을 시작했을 정도로 무더웠다. 로마의 더위는 뜨거운 용광로 속에 있는 것 같았는데, 여름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런 더위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하며 견뎌냈다. 첫날 여행은 로마의 북쪽 관문이라 불리는 포폴라 광장에서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운 뙤약볕 광장에서 한 여자가 자신의 휴대폰을 마이크 삼아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남자 한 명은 앉아서 기타 반주를 넣고 있고 또 다른 남자는 서서 박자를 맞춰주고 있던 한낮의 녹음 장면을 보았다. 고개를 돌려 높이 솟아있는 오벨리스크까지 본 뒤 산타 마리아 인 몬테산토 성당 쪽으로 나 있는 한 길을 따라 걸어서 판테온까지 향했다.


판테온을 보니 시공간이 고대로 바뀌어버렸다. 118~128년 경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지은 신전인 이 곳은 무려 1800여 년을 지나온 건물이다. 8개의 튼튼한 둥근기둥이 장엄하게 서 있는 거대한 판테온 안에 들어가 보니 천장이 동그랗게 뚫려있다.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지만 한없이 튼튼히 서 있는 판테온을 보면서 시간과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로마 여행에서 이 주제는 다닐수록 깊어지는 주제였다. 판테온을 둘러본 후 우리는 예술의 향기가 느껴지는 나보나 광장으로 향했다. 이 곳도 역사는 고대 로마에서 시작한다. 지금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그림을 팔고 있고 바닥에 앉아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피우미 분수, 넵튠 분수, 모로 분수 앞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져서 엄마와 앉아있던 작은 꼬마 여행자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가 싱긋 웃어주니 우리에게로 왔고 아이 어머니는 우리 셋을 보며 평화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나보나 광장은 마지막 날 다시 찾을 만큼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해가 지기 전 조금 더 둘러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하얀 대리석 건물이 인상적인 엠마누엘라 2세 기념관을 보고, 현재 진행형으로 발굴하고 있는 고대 로마 유적지를 지나갔다. 로마는 조금만 걷다 보면 고대에 지어진 건물 터와 기둥, 돌 등을 만날 수 있어 아주 신기했다.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게 되면 잠시 서서 그곳을 바라보며 어떤 곳이었을까, 생각해보고 표지판의 도움을 받으며 상상해보았다. 꼭 보고 싶었던 트레비 분수는 공사 중이어서 아쉬웠지만 미래의 어느 날 다시 방문하게 되면 더 반가울 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도착한 스페인 광장. 많은 곳을 둘러보며 왔기에 이 곳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유럽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봤던 영화가 <로마의 휴일>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영화 속 흔적을 찾으러 다니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조각피자를 테이크아웃했다. 길거리에서 사 먹는 이탈리아 조각피자는 언제나 성공이다. 후식으로 티라미수까지 사 먹은 후 한참을 그곳 계단 어딘가에 자리 잡아 이 곳을 바라보며 첫째 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은 고대 로마의 날이라고 이름 정했다. 오전부터 콜로세움에 들어가 보았다. 고대 로마에 지어진 건물 안에 들어가 계단을 직접 올라가 보고 관중석에 서서 중앙을 바라보니 오래된 시간의 힘이 느껴졌다. 그 당시 5만 명 정도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었던 곳이라는 말이 수긍이 되었다. 나와선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보고, 근처 가까운 야외 식당에서 이탈리안 요리로 점심을 먹은 후, 조금 걸어 그 당시의 마을을 가늠할 수 있는 포로 로마노로 향했다. 고대 로마 시대 유적지인 이 곳에는 터와, 기둥과, 외벽 정도가 남아 있었지만 공부를 한다면 그 위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하며 과거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서양사 공부를 그때 충분히 하고 갔더라면 이때 느꼈던 감탄에 감동을 두 배로 더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 풍경의 인상 자체가 내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깊이 새겨주었다. 더 많이 알고 바라보자는 마음을. 평면에서 바라보던 우리에게 조금 더 상상하기 쉬운 명소가 나타났다. 바로, 팔라티노 언덕.


조금 높은 곳에서 아래로 포로 로마노를 바라보니 조금 더 고대에 존재했던 마을을 상상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이 건물의 흔적은 무엇이었을 거야, 하면서. 그런데 포로 로마노를 다 보고 진실의 입으로 향하는 길에 샌들 끈이 툭 떨어졌다. 뮌헨을 떠날 때부터 아슬아슬했던 샌들이었지만 이렇게 로마 길 한복판에서 떨어질 줄이야. 급하게 핀 침으로 꼽아서 고정시키며 걸었다. 새 신발을 사러 쇼핑거리를 걷고, 다시 한번 밤의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조각피자를 먹고 이번엔 젤라토를 후식으로 먹었다. 스페인 광장 앞 바르카치아 분수도 보고 거리 상점도 조금 더 돌아다니며 로마를 느껴보았다. 어제 왔다고 조금은 익숙해진 스페인 광장에서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여유롭게 마무리했다. 어제처럼 지하철 외벽과 내부에 거칠게 낙서가 되어 있는 막차 A라인을 타고 숙소로 도착했다. 우리가 여행하던 때 지하철 공사 중이라 우리 숙소로 이동하는 A라인의 막차시간이 밤 9시 30분이어서 갈 때마다 아쉬운 마음에 툴툴거리며 탔던 기억이 난다. 공사의 이유는 고대 로마의 흔적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로마에선 곳곳에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것들을 보고 느꼈다.


SAM_1599.JPG 이탈리아 로마, 좋아했던 나보나 광장
SAM_1667.JPG 이탈리아 로마, 오후에 걸었던 팔라티노 언덕


이 도시를 여행하며 좋았던 곳을 한 번 더 가보는 여행


5일 간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했다. 그중 하루는 로마 속에 위치한 바티칸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를 다녀왔으니, 온전히 로마를 여행하는 날은 나흘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로마 여행 때 하루 날을 잡아 남부 이탈리아 투어를 많이 가는 듯했지만, 우리는 마지막 날 이 곳에서의 하루를 과감하게 '로마 다시 둘러보기'로 택했다. 우리가 좋아했던 곳을 한 번 더 가보고, 스쳐 지나왔던 곳을 깊숙이 들어가 보고, 미처 놓쳤던 곳을 다시 한번 더 방문해보는 하루를 보내기로. 우리에게 선택된 곳은 앞으로도 우리와 로마를 연결해줄 공간들이었다.


길가다 신발끈이 떨어지느라 걸음이 느려져 가보지 못했던 '진실의 입'을 아침부터 가보았다. 줄 서서 황급히 사진 찍고 나와야 하지만 <로마의 휴일> 속 한 장면을 해보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비토리오 에마누엘 2세 기념관 근처에 베네치아 광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좋아했던 젤라토를 다른 맛으로 사 먹으며 거리를 걸었고, 남은 컵 아이스크림을 판테온 입구 쪽에 여러 여행객들 옆에 걸터앉아 다 먹었다. 이탈리아에는 다른 도시보다 유난히 교육 목적의 가족 단위나 학교 단위의 여행객이 많이 보였는데, 이 곳에서 견학 온 한 무리의 외국학생들과 함께 쉬었다.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니 로마 쇼핑거리로 왔고, 홀로 키보드를 연주하는 빨간 운동화의 청년 버스킹을 앉아 한참을 들었다. 로마의 법원을 지나가고 천사의 다리를 걸었다. 그곳에서 웨딩 촬영하는 커플을 보았고 하얀 웨딩카도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나보나 광장 가는 길 가게 처마 밑에서 잠시 몸을 숨겨 빗방울을 구경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조각피자만 먹고 다녔지만 마지막 로마에서의 저녁은 괜찮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정식 이탈리안 요리를 먹었다. 애피타이저가 너무 멋져서 정작 사진은 그것만 찍었지만, 한국에서도 즐겨먹었던 이탈리안 요리를 본국에서 먹는다는 새로움이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가장 좋아했던 나보나 광장으로 향했고 그곳의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 소나기가 와서 조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부지런한 화상들은 그 사이에 또 그림들을 전부 광장에 전시해두어 비가 그친 후 밤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첫째 날 보았던 그 북적북적함이 밤이라고 사라지지 않았다. 분수대를 빙 둘러앉아 있는 여행객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좋아했던 곳에 다시 와서 여행을 마무리하면 충분하다, 하면서 로마의 마지막 날 밤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여기에서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굿바이, 나보나. 굿바이, 로마. 하면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에 앉아 창밖으로 콜로세움이 보이는 순간 버스를 잘못 탄 걸 알았다. 숙소 가는 길에 콜로세움은 없어야 했다. 당장 콜로세움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나마 일찍 알아내서 콜로세움에서 내린 게 다행이라 생각했고, 낙천적인 여행자로서 여기에 온 김에 콜로세움 야경이 너무 멋져 사진도 찍었다. 그렇지만 더 늦기 전에 숙소에 돌아가야 하는 법. 콜로세움에 가까운 지하철 B노선은 우리 숙소의 A노선과 달랐고 환승도 불가했다. 이 곳에 보이는 모든 버스정류장을 샅샅이 살펴 우리 숙소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내었다. 결국 자정이 다 되어가는 무렵에 로마의 심야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이 시간에 다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거야, 라며 걱정했지만 로마 사람들은 야행성인가 버스도 만원이었고 도착한 숙소 동네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더운 날이라 밤에 산책을 하고 있거나 거리에 동네 주민들이 많아 신기해하며 숙소로 걸어갔다. 마지막까지 우리 여행은 다사다난하다고 이야기하며 숙소로 도착했다. 긴 하루를 보낸 후 숙소에서 씻고 자는 밤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었다. 조금은 우여곡절이지만, 진정한 로마의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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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우연히 보게 된 콜로세움 야경, 그러나 숙소 가는 길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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