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로마 속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여행
로마 여행 중 셋째 날은 온종일 바티칸 여행을 하기로 했다. 바티칸 시국은 로마 안에 위치해있다. 바티칸에 들어갈 때 여권을 따로 찍지 않지만,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 불린다. 가톨릭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바티칸 시국. 오전에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린 투어 없이 여행을 할 예정이어서 전날 숙소에서 휴대폰에 바티칸 박물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다운로드했다. 바티칸 내 예술작품만큼 방대한 오디오 정보는 이곳에서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주었다. 헬레니즘 시대 고대 조각 <라오콘>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을 보며 생동감 있는 정교함에 깜짝 놀랐고, 이곳에 온 목적 중 하나인 미칼렌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에는 정교함과 치밀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다들 숨죽이면서 조금씩 앞으로 걸어갔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도 인상을 느꼈다. 특히 라파엘로의 그림에선 설명을 들으며 학교에서 배우거나 책 읽으면서 만났던 역사 속 인물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았다. 여기에 모여있는 예술작품들의 무게와 깊이를 느꼈던 시간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바티칸 밖으로 나왔다. 바티칸과 로마는 입구를 통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적당한 두께로 썬 치즈와 토마토가 번갈아 있거나 작게 썬 연어를 올리고 방울토마토와 치커리로 보조를 한 네모난 조각피자를 시켜 창밖을 보며 서서 맛있게 먹었다. 배를 채운 후 다시 바티칸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가볼 곳은 로마를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쿠폴라 전망대. 이탈리아는 특히 위에서 바라봤을 때 이 공간의 색깔과 분위기를 더 인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위에서 바라본 로마는 낮은 건물들과 같은 색의 지붕이 시야를 시원하게 트이게 해 주었다. 피렌체의 적갈색 지붕이 아니라, 이곳은 연주황색의 오묘한 색깔의 지붕이었다. 사진을 보면서도 이 색깔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이 지붕 색은 오묘했다. 중간중간 푸른 나무들 사이로 사람들이 지은 건물들의 색깔이 펼쳐져있었다. 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 바람을 맞으며 로마와 바티칸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갔다. 베드로 성인 동상의 발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서일까 동상의 발 한쪽이 반질반질 윤이 나 있었다. 우리도 행운을 바라면서 각각 그 위에 살포시 손을 얹어 보았다. 바티칸에서 가상의 텍스트와 오디오 가이드의 도움을 받은 여행은 여기에서 마무리. 가보고 싶었던 박물관, 쿠폴라, 대성당 등을 만족스럽게 다녀온 후, 저녁 먹으러 다시 한번 바티칸을 나와 로마로 향했다. 아까 조각피자를 먹었지만 또 한 번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다. 이번엔 테라스에 앉았고 주인아저씨가 바삭바삭하게 맛있게 구워준 피자를 먹으며 이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마침 또 바람이 불어왔다. 그 사이 밤이 찾아오고, 우리는 밤의 바티칸을 보러 마지막으로 다시 그곳을 향했다. 밤의 바티칸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무엇보다 이 곳을 밝히는 불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낮에 본 분수도, 대성당도, 오벨리스크도 모두 다 평온하게 있었다. 한낮의 뜨거움이 가신 후 이 곳에서의 밤은 차분하고 평온했다. 오늘 하루 잘 보냈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멋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