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3막, 반짝반짝 빛나는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by 여행작가 Q

유럽여행 3막을 향해 달려가는 여행


이탈리아 로마에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로 이동하는 날. 전날 뜻하지 않게 콜로세움 야경을 보게 되면서 심야버스를 타고 숙소로 오게 되어, 거의 새벽에 하루를 마무리했다. 눈이 저절로 감길 정도로 피곤했지만 우리는 다음날 떠나는 비행기 편을 꼼꼼하게 확인하고서야 침대로 들어갔다. 내일 비행기가 오전 11시 30분이니 평소처럼 일어나 조식을 먹고 출발하자며 2층 침대 위에서 자는 친구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굿나잇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쏟아지듯 잠이 들었다.


"어라! 우리 비행기 10시 5분이야!"


꿀맛 같은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 나를 깨웠다.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 기분으로 일어났지만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러곤 친구가 보여주는 티켓을 확인하는데 정말이지 정신만큼 또렷한 글씨로 비행기 시간이 10시 5분이었다. 그때가 아침 7시 30분이었다. 당장 일어나서 빠르게 씻고 짐 챙겨서 숙소를 나왔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30분. 처음으로 숙소 조식을 스킵하고 숙소를 나와 8시에 부랴부랴 기차역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숙소 근처 기차역이 있어 한 번에 공항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가장 빨리 오는 기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국제선이라 적어도 1시간 전에는 가야 할 테니 마음이 급했다. 약 50분쯤 달려 공항에 도착했는데, 하필 유럽에서 가장 이동이 많은 공항 중 하나인 로마 FCO,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이었다. 공항 안에서 달리고 달려 순식간에 체크인을 하고 출국심사대를 거쳐 탑승까지 마쳤다. 휴, 노란색 부엘링 저가항공 자리에 앉으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아슬아슬하더라도 끝내 우린 해낸다. 이 여행 기적에 감사. (음, 우리는 도착 시간을 출발 시간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1시간가량 아드리아해를 건너는 짧은 비행. 형광색 꽃무늬 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친 외국인 남자, 하늘하늘 원피스를 입은 여자,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할아버지 등을 보니 비행기의 분위기로도 우리의 여행지의 색깔을 물씬 느꼈다. 실제로 도착한 두브로브니크는, 정말이지 휴양 도시였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도착해 이탈리아에서 썼던 유로를 잠시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여기에서 쓸 돈 단위 쿠나를 공부했다. 크로아티아에서 머무를 동안 쓸 쿠나를 계산해서 인출을 하는데 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말해 공항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버스 타고 우리 숙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숙소까지 갈 때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지만, 미처 몰라 그 거리를 계단으로 올라갔다. 끝이 없다 싶었는데 언덕 꼭대기에 있던 우리의 숙소.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펜션이었다. 우리를 기다리는 펜션 주인아주머니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부탁한 후, 잔금을 치르고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우리는 처음으로 여행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올라갈 때 보았던 아름다운 동네 여행만을 하기로 했다. 야트막한 계단을 내려오는 길에 보라색과 분홍색 사이에 있는 꽃 군락을 보고, 초록색 담장나무도 보며, 이 공간의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이 곳의 집을 구경하고, 놀이터에서 앉아 놀다가, 가장 아래 바닷물과 연결되어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정박해있는 배 뒤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보았다. 이 동네 가장 큰 슈퍼마켓에서 쿠나로 시원하게 장을 보고 양손 가득 즐겁게 올라왔다. 푸짐한 재료로 맛있게 요리해먹고 숙소 우리 방 바깥 베란다 테라스에서 멋진 야경을 보았다. 언덕 위에 위치한 집의 장점을 맘껏 느꼈다. 반짝반짝 빛나는 빛을 바라보며 이곳에서의 여행을 마음 가득 기대해보았다.


SAM_1836.JPG 크로아티아 두르보르니크, 숙소에서 내려오는 길
SAM_1852.JPG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첫날 슈퍼에서 장보는 길에 본 노을




휴양의, 휴양에 의한, 휴양을 위한 도시 두브로브니크 여행


"지상에서 천국을 찾으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 - 조지 버나드 쇼"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린다. 실제로 여행해보니 진주처럼 은은한 빛이 나는 도시였다. 봐도 봐도 새롭고 걸어도 걸어도 즐거운 신기한 여행지였다. 우리가 계획한 두브로브니크의 여행은 올드 시티에서 시작해서 올드 시티에서 끝난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곳만 여행해도 하루가 꽉 찬 기분이 든다. 골목길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여행자인 우리를 깜짝 기분 좋게 놀라게 했고, 투명한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 게 그렇게 편안할 수 없었다. 실제로 마지막 날 조용한 오후 바닷가에서 바다에 살짝 발을 담가 보았다. 발등 위로 물이 쏴아 쏴아 왔다 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근처에 보이는 아들과 아버지는 물속에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이 곳에서 먹는 음식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지나가면서 들리는 음악도 우리의 마음을 이완시켰고, 오전이든 밤이든 사람들이 많은 진정한 휴양도시였다. 이틀 내내 올드시티만 다녀도 우리에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어느 골목에선 공예 장인이 만드는 예쁜 마그넷을 구입할 수 있고, 또 어느 골목에선 귀여운 해적 모양의 젤리를 양조통 위에 전시해두고 파는 곳을 만난다. 또 어느 골목에 가면 개성 있는 인형 가게를 만날 수도 있고, 귀여운 도자기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하루 종일 이 곳에선 기분 좋은 음악의 선율이 라이브 음악으로 펼쳐진다. 지상 최고의 부드러운 오징어 스테이크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테라스에 앉아 음악과 공기와 분위기 속에서 만찬을 맛볼 수 있다. 치킨랩을 테이크 아웃해서 아이보리색 건물 사이 골목길에 앉아 먹는 맛도 일품이다. 시도 때도 없이 달콤한 아이스크림 맛이 생각나 종류별로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는데, 먹을수록 더 깊어지는 맛을 내는 아이스크림이라 하면 믿을 수 있을까. 평소에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곳에서의 사르르 입에서 녹는 아이스크림을 잊을 수 없다. 그 아이스크림을 걸으면서도, 계단에 앉아서도, 벤치에 앉아서도 달콤하게 맛보았다.


올드시티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두브로브니크는 7세기 무렵에 형성되었고, 이곳을 보호하는 성벽은 13세기 무렵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이 공간을 보호한 성벽 덕분에 구시가지가 지금까지도 보존이 되어 있는 아름다운 곳.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림막 없는 이 공간을 한낮에 걸었다. 꽤 긴 성벽을 따라 걸으면 두브로브니크의 크기와 지형과 성격을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푸르른 수심의 바다를 시원하게 내려다보고, 그 뒤로 보이는 주황색의 지붕들을 살짝 낮은 시야에서 바라본다. 돌 적벽 사이사이에 위치한 집들은 두브로브니크의 특징을 보여준다. 과거 이 곳을 지켰던 좁은 초소에 들어가 아주 작은 창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두브로브니크를 두 발과 마음에 담았다. 성벽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절벽에 위치한 카페 '부자카페'에 갔다. 이 카페는 아주 특별했다.


돌 절벽에 위치한 카페. 조금 평평한 돌 위에 테이블을 두고 손님을 받는 이 곳. 자리에 앉으면 헐렁한 흰 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직원에 서빙을 한다. 반바지가 아니라 수영복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 곳은 바다와 가깝고 마음먹으면 돌에 걸쳐둔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 바다수영을 할 수 있다. 저 아래에선 막 수영을 마친 커플이 올라와 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돌 위에는 오후에 수영을 마친 후 남자는 수영복 바지만 입고 앉아 책을 읽고 있고, 그와 기대앉아 있는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 친구는 그의 등에 기대 책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수영을 마친 사람들과 이 곳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음악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시원한 바다에 눈이 덩달아 시원해진다. 그러다 우리가 주문한 무알콜 탄산음료가 커다란 얼음이 들어있는 유리잔에 나온다. 한 컵에는 슬라이스 된 오렌지가 얼음 사이에 톡 끼여있다.


해질 무렵에 전망 좋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후 어둑어둑해질 때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낮에는 테이블이 없던 거리에 야외 테라스석이 생긴다. 이 곳 바다에서 잡아 올린 그릴 오징어 스테이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밤이어도 사람들이 많고 북적북적하다. 거리에 예쁜 가로등 조명이 들어오니 더 운치 있는 길로 바뀐다. 중심가에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 곳의 밤은 하루 종일 해 뜰 때까지 이어질 것 같다.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중 하나라던데 정말 서양인이 많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마침 시기도 여름휴가철이라, 사람들의 여행과 맞아떨어졌다. 우리도 여기에서 여행 중 작은 휴양을 보냈다. 두브로브니크를 떠올리며 했던 한 줄 인상, 휴양의, 휴양에 의한, 휴양을 위한 도시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SAM_1884.JPG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말을 눈으로 실감했던 때
SAM_1901.JPG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부자카페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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