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마법처럼 이끌리는 도시 부다페스트 여행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버스 안에서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밤 10시 넘어 도착했을 때 헝가리 버스터미널은 조용했고 ATM기는 전부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헝가리 '포린트'를 인출해야 하는데. 우리처럼 당황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다 같이 지하철 기계에서 카드로 1회 교통권을 샀다. 혹시라도 안 되면 어떡하나, 혹시라도 기계가 돈을 많이 가져가면 어떡하나, 별별 생각을 다했는데 기계는 정확하게 350 포린트를 인출하여 우리에게 각각 지하철권을 하나씩 톡 톡 떨어뜨려주었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시내에 있는 숙소였는데 가는 길이 안전해서 좋았다. 사정을 말하며 아직 헝가리 돈이 없다고 하자 숙소 직원이 쿨하게 웃으며 숙박비는 체크아웃하기 전에만 내라고 한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방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밤에 만난 부다페스트,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느낌이 괜찮다.
부다페스트가 궁금하여 아침 일찍 여행을 나섰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자그레브에서 한 번 경험한 비라 익숙하게 우산을 꺼내 들었다. 숙소 주변에 하늘 높이 솟아있는 거대한 대성당,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 있었다. 도나우강 주변의 건물들은 96미터에 달하는 이 건축물보다 높게 지을 수 없게 한다고 한다. 한 길로 쭉 따라 걸어 영웅광장에 가보았다. 이때 비가 서서히 그쳤다. 헝가리 천 년 역사 속 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탁 트인 광장을 사방으로 둘러본 후엔 헝가리에서의 첫 한 끼를 먹으러 갔다. 우리가 정한 메뉴는 일찌감치 굴라쉬였다. 헝가리 전통음식 굴라쉬는 수프와 스튜 중간 사이의 느낌으로 따뜻한 국물 맛이 났다. 거기다 빵을 찍어먹었는데 입맛에 잘 맞았다. 먹고 나서 좀 더 힘차게 헝가리를 구경했다. 헝가리 건축물은 지나가면서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큰 편이었고, 그 건물을 장식하는 부분들도 큼직큼직했다. 거리를 자유롭게 걸으면서 우체통, 전화부스, 기둥 등 나만이 인상적으로 바라보는 것들을 더 담을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는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이 도나우강을 중심으로 나뉘어있다. 지금까지 페스트 지역을 여행했고, 이제부터는 부다 지역을 여행할 차례! 도나우 강 위 세체니 다리를 건너 부다 지역으로 향했다. 부다 지역에서 부다왕궁, 마차시 교회, 어부의 요새를 차례로 보았다. 세 건물 모두 정신을 집중할 정도로 멋진 건축물이었다. 높은 곳에 있는 부다왕궁에선 아래로 도나우강과 페스트 지역을 시원하게 바라보았고, 반대로 등을 돌려 부다 지역도 훤하게 바라보았다. 우연히 교대식을 보는 등 이 공간의 색깔을 눈에 담았다. 마차시 교회는 건물의 정교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부다페스트를 상징하는 '어부의 요새'라는 건축물에선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여행에서 본 건축물과는 다른 양식이 펼쳐졌다. 어부의 요새는 밝은 회색빛을 띄고 있었는데, 건축물 자체도 멋지고 이 곳에서 바라보는 페스트 지역의 풍경도 참 멋졌다. 이따 저녁에 야경으로도 볼 예정이지만 그전에 눈에 가득 담아두었다.
저녁 먹으러 잠시 다시 세체니 다리를 건넜다가 해가 질 무렵에 헝가리 유람선을 타러 갔다. 우리는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유람선을 선택했다. 이 유람선은 한 티켓으로 두 번까지 탈 수 있어서, 우리는 해 질 무렵에 한 번 타고 내리자마자 다시 올라 완전히 까만 밤 아래에서 두 번 탔다. 천천히 도나우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에서 보는 헝가리 풍경은 그림 같았다. 세체니 다리가 보이고 또 어느 다리엔 녹색 불빛이 들어왔다. 헝가리 시청사를 지나고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잇는 거대한 다리를 아주 많이 지나갔다. 도나우강은 넓었다. 넓은 만큼 다리도 길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보이는 헝가리 풍경 속 건물들도 참 컸다. 두 번째 탔을 땐 깜깜한 밤이어서 둥근달 아래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밤이 되며 급격하게 추워졌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첫 번째 탔을 때처럼 갑판대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았다. 유럽의 밤은 담을수록 새롭다. 부다페스트의 밤은 아름다웠다. 부다페스트의 낮도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