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살기에 좋은 도시란 첫인상을 받으며, 비엔나 여행
헝가리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했다. 오스트리아로 향할수록 창밖으로 펼쳐지는 날씨가 어찌나 화창하던지 어서 빨리 그 청명한 공기를 한가득 마시고 싶었다. 다시 유로를 꺼내며 두 번째 오스트리아 만남을 준비했다. 이번 여행에서 오스트리아는 두 번째 방문이다. 독일 뮌헨에서 당일치기로 잘츠부르크를 보았고 이번에 비엔나를 여행하러 왔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래 슈테판 성당에서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슈테판 성당의 내부는 거대하고 웅장한 외부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외부와 내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성당을 나와선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차르트 가발을 쓴 관광상품 판매원들을 지나치면서 중심가 케른트너 거리를 쭉 따라 걸었다. 그 거리 끝에 오페라하우스를 만났다.
오페라는 다음을 기약하고, 그 옆 왕궁 공원 안에 있는 모차르트 동상을 만나러 갔다. 높은 음자리표 모양을 한 자주색 꽃 뒤로 모차르트가 서 있었다. 진녹색 벤치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고 잔디밭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리고 건물 앞 광장에는 남녀 짝을 지어 중간 박자로 왈츠를 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 우리도 한참을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평화롭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조금 더 걸어 호프부르크 왕궁을 보았고 커다란 기마동상을 보았다. 아담하고 곡선이 예쁜 분수와 잘 관리된 정원을 바라보았다. 왕궁을 나와선 본격적인 도시 거리 구경. 오스트리아만의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건물을 보며 즐겁게 거리를 걸었다. 오스트리아의 신호등은 꼭 사람 두 명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는데, 빨간불일 때는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고 초록불일 때는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손 잡고 걸어갈 때 두 사람 사이에 귀여운 하트 모양도 빠뜨리지 않았다.
걷는 동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48시간 교통권을 적극 활용해보기로 했다. 노선도를 꼼꼼하게 본 후 여행지를 많이 지나는 알짜배기 노선을 가진 트램을 타고 셀프 야경투어를 나섰다. 트램 안 창가 자리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심 속 오늘 다녀온 곳과, 내일 다녀올 곳과, 밤의 풍경들을 자유롭게 바라보았다. 편리한 교통, 깔끔한 도시, 다양한 먹거리들, 첫날만 마쳤을 뿐인데 도시의 인상이 즐거워 이 곳에서 살아보는 상상을 일기장에다 끄적여보았다. 내일 만나는 비엔나는 어떨까? 참, 이 글을 쓰며 발견했는데 2018년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1위로 꼽혔다고 한다. 이 여행을 한 2015년에 그렇게 느꼈고, 이 글을 쓰는 2020년에도 그 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가 축제 같았던 날 여행
바람이 좀 불었지만 맑은 하늘 아래 청명한 여름날이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보러 곧장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백색의 외벽과 에메랄드 색 지붕이 잘 어울리는 벨베데레 궁전에 도착했다. 밝은 궁전 안에 들어가면 클림트 그림을 전시해둔 공간은 어둡다. 그림에 집중하기 위해서인데, 그 공간에선 그림을 숨죽여 볼 수밖에 없다. 밖으로 나오면 다시 밝아지는 빛이 마치 영화관 같다. 잘 정돈되어 펼쳐진 정원은 바로크풍 건물과 잘 어울렸다. 잘츠부르크에서도 느꼈고 어제 잠시 둘러본 왕궁에서도 느꼈는데, 오스트리아의 정원은 정말 정성 들여 가꾸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매일매일 손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둘러보게 된다. 오전 일찍 도착한 방문객 중 한 사람으로서 적당히 여유롭고 편안하게 잘 여행했다. 그 덕에 생각보다 빨리 벨베데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오후엔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기로 했다. 정말이지 크로아티아 이후부턴 거의 여행이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 일단 지금까지 가장 좋아했던 모차르트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다시 향했다. 근처 푸드트럭에서 오스트리아식 커틀릿 슈니첼과 음료를 사서 양손에 들며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는 청명한 날씨 아래 먹으니 소풍 온 것 같았다. 다 먹은 후 버스를 타고 도나우강 근처로 갔다. 헝가리에서 도나우강을 보았기 때문에 이 곳에서도 흐르는 같은 강을 보고 싶었다. 여기서 본 강은 그저께 본 헝가리에서 강과 달리 좁은 냇가에 불과해서 우리가 잘 찾아온 건지 조금 의심스러웠다. 강을 본 후 조금 걸어 주변을 여행하려고 길을 나섰는데, 갑자기 길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알고 보니 여기는 프라터 공원(현지인들 이름으론 부르스텔 프라터) 놀이공원이었다!
지금에야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본 후라 비엔나에 멋진 놀이공원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정말 뜻밖이었다. 갑작스럽게 우리는 놀이공원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여기는 입장료 없이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선택해 탑승권을 구입하면 되는 구조라 우리는 자연스럽게 놀이공원에 놀러 온 셈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신나는 이벤트를 맞이했다! 고심하고 고심해 비엔나를 하늘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놀이기구를 탔고, 짜릿한 롤러코스터로 마무리했다. 그 사이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 먹는 반달 모양 랑고스를 사 먹었다. 그런데 맛을 갈릭 맛으로 해서 아주 힘들게 먹었다. 곧바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밖에 없었다. 놀이공원에 오니 덩달아 기분이 방방 뛰었다. 사람들의 표정도 전부 즐거워 보이고 그들이 봤을 때 우리 표정도 아주 즐거웠을 거다. 오랜만에 온 놀이공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놀았다.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나와선 해질 때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를 구경했다. 야경은 비엔나 시청에서 보기로 하고 그곳으로 갔는데 예상외로 시끌벅적한 분위기, 붐비는 사람들... 어라, 여기는 축제 중이었다. 비엔나 필름 페스티벌!
시청 앞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 음식 부스가 펼쳐져 있고, 그 공간을 거쳐서 시청 가까이 가면 외벽에 스크린이 걸쳐져 있었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시끌벅적했고, 화기애애한 그야말로 진짜 축제 분위기였다. 우린 코를 찌르는 맛있는 냄새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30바퀴 정도를 돈 뒤 동양 음식과 서양 음식으로 두 요리를 선택했다. 고민한 보람이 있는 맛이었다. 곧 영화가 시작하기에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영화를 보았는데 1시간 가까이 봐도 역시, 언어가 다르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다가 결국 목이 말라 음료를 사러 갔다. 망고 스무디를 사 먹고 이번엔 축제 외곽을 둘러보았다. 스크린 앞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그 공간 구석구석에 사람들이 음식을 먹거나 이야기를 하면서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우리도 어느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축제 분위기의 한 부분이 되었다.
오늘 하루 참 즐거웠다. 오늘 여행에선 그저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퍼져 나왔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많았고 극적으로 즐거운 순간들을 맞이했다. 이러니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행에선 이런 뜻밖의 이벤트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루가 축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