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맛과 시냇물 소리, 반나절 사모보르

크로아티아 사모보르

by 여행작가 Q

졸졸졸 시냇물 소리의 작은 마을 사모보르 여행


자그레브 여행 중 반나절 날을 잡아 근교 도시 사모보르에 다녀왔다. 자그레브 여행에서 잠깐 어느 곳에 쏙 다녀오고 싶어 여행 책자를 폈을 때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사모보르에서 판다는 '크림 조각 케이크' 때문이었다. 우리는 다른 이유 없이, 오직 그 달콤한 크림 조각 케이크 사진에 이끌려 자그레브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노란 버스를 타고 40분쯤 달리는 풍경에는 사모보르와 가까워질수록 자연이 많이 보였다. 도착해선 생각보다 크고 쾌적한 버스터미널에 놀랐지만, 그곳을 벗어나니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이 바로 보였다. 우리는 사모보르의 중심가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걷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조각 케이크 집도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사는 집을 따라 걸어갔는데, 애매해 보이면 지나가는 동네 주민에게 이 방향이 맞냐고 물어보고 그 손짓에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면 큰 도심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웬걸, 이곳의 도심가 근처에 졸졸졸-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무 사이에 벤치가 연이어 있고,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는 조용한 거리. 차도 별로 안 다니고 기껏해야 이층 집들과 건물들만 이어져있다. 크로아티아의 붉은 지붕은 이곳 사모보르도 여전하지만 건물 색은 연노랑색, 연파랑 색, 흰색 등 채도가 낮은 색이었다. 사모보르라는 도시의 진짜 색깔을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인 크림 조각 케이크를 찾으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그 크림 조각 케이크의 진짜 이름은 '크렘슈니테'라고 한다. 가게가 두 개 있었는데 둘 중 사람들이 더 많이 앉아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에게 서빙을 하러 온 직원에게 이 카페의 맛있는 크렘슈니테를 물어보았을 때 그녀는 방긋 웃으며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 그들의 맛을 소개했다. 그녀의 주문대로 두 가지 맛을 시켰다. 크렘슈니테의 맛은 촉촉하고 폭신한 푸딩 맛이었다. 위에 사르르 뿌려진 슈가파우더가 달달했고 그 아래 크림이 가득한 커스터드 케이크 맛이 입에서 스르르 녹았다. 궁금했던 크렘슈니테를 먹으며 사모보르를 경험해봐서 좋았다. 먹고 나서 우리는 동네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여전히 이어지는 졸졸졸 시냇물 소리 -


버스 타고 온 여행의 시작은 크렘슈니테였는데 미각 못지않게 청각의 즐거움도 무척 컸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청아하게 맴돌았다. 이야기하는 목소리보다 물이 흘러가는 자연 소리가 더 크게 들렸던 이 순간이 새로웠다. 여름의 선명한 초록색 잎의 나무가 펼쳐져있고 그 사이에 시냇물이 경쾌하게 흐르고 있다. 시냇물 위를 잇는 다리가 있고 가는 길에 나무 밑동을 툭 자른 통나무 의자 세 개가 사이좋게 모여있다. 이 곳 주민들이 공원 길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지나가다 본 집주인은 자기의 집 앞마당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모양으로 꾸며두었다. 그런 소소한 재미와 웃음거리가 있는 동네였다. 평화롭고 한적한 조용한 마을. 크로아티아부터 시작되는 유럽여행 3막에 들어서며 여행이 발길 닿는 대로 구경하는 걸로 바뀌고 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이동하고 향했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이완시켜 주었다.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해도 재미있는 마을, 사모보르. 우리와 함께 한 시냇물 소리가 오래 기억나는 곳이다.


SAM_2005.jpg 크로아티아 사모보르, 크렘슈니테를 먹으러 가보자 -
SAM_2013.JPG 크로아티아 사모보르, 지나가다가 본 어느 작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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