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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Oct 23. 2020

여행하듯 살았던 부산, 이제는 추억 속에

한국, 부산 (1) 

언제나 그 자리에, 부산 바다를 마음에


바다가 좋아서 부산으로 갔다. 그렇게 20대의 시작을 부산과 함께 했다. 부산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은 단연코 바닷가였다. 어떤 바다든 좋았지만 특히 내게 익숙한 공간은 광안리 바다였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바다의 이미지가 10대부터 어렴풋하게 생각한 부산이었던 것 같다. 타지에서 온 친구와 둘이서 처음으로 캠퍼스 밖 부산을 신나게 여행했던 날, 하루의 마무리가 광안리였다. 광안대교를 떠올리는 마음에서 둘 다 취향이 꼭 맞았다. 이후 바닷가 모래사장에 다 같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하철 막차를 타기 전까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광안대교 불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외치거나, 이곳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또 그 속에 한 사람이 되어 걸을 때... 광안대교는 그렇게 점점 편안해졌다. 


혼자서 밥을 먹는 걸 처음 해 본 곳이 광안리였다. 공부로 인한 슬럼프에 오춘기가 올 뻔한 스물한 살 봄, 수업 마치고 혼자서 찾은 광안리 바닷가에서 하염없이 걷고 앉아서 생각에 빠지고 사진을 찍고 파도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다. 밝은 해가 여러 색깔을 뽐내며 저 편으로 지기 시작했을 때까지 걸어 다녔던 나. 그렇게 걷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내 고민들도 파도에 쓸려 가고 있었다. 마음의 고민을 덜어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졌다. 어느새 배가 고팠고 홀로 식당을 찾았다. 부산에서 유명한 밀면. 비워진 내 마음에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처음으로 혼자 무언가를 했다는 경험, 그리고 그곳에서 좋은 에너지를 안고 가 슬럼프를 바로 극복했던 경험은 내게 꽤나 든든한 경험이었다. 광안리는 내게 힐링의 장소였다.


부산은 여행하듯 살았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을 때, 공부가 힘들 때, 새로운 곳을 보고 싶을 때, 추억을 쌓고 싶을 때마다 짐을 가볍게 챙겨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당일치기 부산 여행을 떠났다. 남포동, 감천문화마을, 송도 바다, 이기대공원, 해동용궁사, 광안리, 해운대, 태종대 등을 여행할 때면 새롭게 부산을 방문한 여행자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부지런히 다녔지만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나의 추억 속에 부산은 일상에 한 번씩 기름칠을 해주었던, 파도의 쓸림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여행의 시간. 이제 부산은 나의 추억을 따라가는 도시. 한 번씩 친구들과 지인들을 보러 가는 도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가고 싶은 도시. "어디론가 여행 갈까?" 하면 떠오르는 도시. 아직까지 내 마음의 두 번째 고향, 부산. 이제는 여행으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도시, 부산. 


2012, 부산 광안리, 파도의 쓸림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추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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