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에
휴일 예식장에서 만난 9년 선배
“잘 살고 있나? 반갑다~”
“형님 소식은 매스컴을 통해 종종 듣고 있습니다.”
“이사람아! 좋은 자리에 있을 때 많이 베푸시게나~
인생 뭐 별거 있나? 내 인생도 새 봄이 열 번쯤 오면 끝나는데...”
“형님 ~ 무슨 말씀을요? 지금도 청년이시고,
앞으로도 관리만 잘하시면 아무 이상 없는데요...”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가만가만 되새겨보니
아하! 틀린 말씀 아니구나
그분이 지금 일흔 둘이시니
열 번의 새 봄이 오면
간단하게 여든 둘
- 오후에
마당 담벼락 옆에 다육이 집을 지은 아내
산에서 옮겨온 둥굴레며 천남성이
새싹을 밀어 올리고 있는데
그 위에다 새로 지은 무거운 집 때문에
쟤들이 숨 막혀 죽는 게 아닐까?
한 소쿠리 구출해서 처마 밑으로 옮겨 심는다
둥굴레나 천남성의 새봄은 몇 번이나 될까?
내 인생의 새봄은 스무 번쯤이나 될까?
다육이 개수가 많기도 하다
세어보니 무려 이백 여개
내렸다, 올렸다 왕복 사백여회
눈 시린 새싹들의 새봄을 위해
차오르는 숨을 참으면서
입안에서 뱅뱅 도는
그래
“내 인생의 새봄
아릿아릿 새봄은
몇 번이나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