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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Apr 03. 2023

돌아올 새 봄의 횟수

- 오전에


휴일 예식장에서 만난 9년 선배 

“잘 살고 있나? 반갑다~”

“형님 소식은 매스컴을 통해 종종 듣고 있습니다.”

“이사람아! 좋은 자리에 있을 때 많이 베푸시게나~

 인생 뭐 별거 있나? 내 인생도 새 봄이 열 번쯤 오면 끝나는데...”

“형님 ~ 무슨 말씀을요? 지금도 청년이시고, 

 앞으로도 관리만 잘하시면 아무 이상 없는데요...”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가만가만 되새겨보니

 아하! 틀린 말씀 아니구나

 그분이 지금 일흔 둘이시니

 열 번의 새 봄이 오면

 간단하게 여든 둘



- 오후에


마당 담벼락 옆에 다육이 집을 지은 아내

산에서 옮겨온 둥굴레며 천남성이

새싹을 밀어 올리고 있는데

그 위에다 새로 지은 무거운 집 때문에 

쟤들이 숨 막혀 죽는 게 아닐까?

한 소쿠리 구출해서 처마 밑으로 옮겨 심는다


둥굴레나 천남성의 새봄은 몇 번이나 될까?

내 인생의 새봄은 스무 번쯤이나 될까?


다육이 개수가 많기도 하다

세어보니 무려 이백 여개

내렸다, 올렸다 왕복 사백여회

눈 시린 새싹들의 새봄을 위해

차오르는 숨을 참으면서

입안에서 뱅뱅 도는 


그래

“내 인생의 새봄

아릿아릿 새봄은

몇 번이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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