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날이 오긴 오네
한 시간여를 잤는데 마치 긴 밤을 잔거처럼
도무지 잠이 오질 않네
생시와 꿈이 구분되지 않고
글자가 이중으로 겹치듯이
마치 결전의 순간처럼
평온하리라 생각했던
혼인의 시간이 이토록 크게
나의 정신 줄을 흔드는구나
스무일곱살 피 끓던 청년의 가을 날
내가 올렸던 혼례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서른여섯 딸
결혼 하루 전 밤
얼굴 부을 수 있다는 남들 조언에
저녁대신 먹은 삶은 계란 두 개가
좌로 누워도 우로 누워도
또르르르, 또르르르 구른다
도무지 소화될 생각이 없나보다
아홉 살 코코
사람으로 치면 중년의 남자
내 속맘을 알기라도 하는 듯
오늘 산책은 서둘러 끝내고
온몸을 내 등줄기에 바짝 붙여
낑낑대며 잠을 청한다
너도 맛있는 간식 사주던
미라 누나 시집 가는 게
서운하긴 서운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