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뿌리가 닿는 곳에는 어떤 느낌일까?
산에서 잘 살다가 졸지에 옮겨온 땅
도심 속 내 마당의 흙맛은 어떨까?
급한 마음에 충분히 땅을 파지 못하고 심은
조금은 구겨졌을 너의 뿌리가 자꾸 신경 쓰인다
미안하구나 대충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해
어쩌면 밤새 앓았을지도 모를 너에게
심심한 사과를 건넨다
참한 꽃이 피길 기다리는 황망한 욕심에
굳이 변명이라면 내가 노인이 되어 간다는 사실로
비록 주인 없는 몸이지만 몰래 업어온 죄로
몸보다 마음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치부하기엔 제법 많이 머쓱하네
아내 닮은 꽃이 보고 싶지만
금년 봄은 싱싱한 잎이라도 보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