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희길 Apr 30. 2024

나를 놓아주렵니다

어느 한순간 섬광처럼

눈썹위로 콧등으로 쏟아져 내려온 빛

그는 혼자서도 참 잘 발광(發光)하고 있구나

     

돌이켜보면 그리 아픈데 없는데

나 혼자 너무 아파하며 사월을 보내고 있구나

     

이제는 힘들게 붙잡고 있던 밧줄 그만 놓으렵니다

그 밧줄이 내 허약한 자존심이었든

부질없는 삶을 지탱했던 밥줄이었던

눈 감고 그만 놓으렵니다

     

그래도 될 것 같아요

그 숱한 이무기들과 수수깡들이 

깡통소리 내며 하늘에서 들판에서

쏟아져내리고 돌아다녀도

밧줄 놓고 검은 숲에서 걸어 나오는 

장한 그대를 맞아 주렵니다

     

오오이 한밤 영원히 잠들어 깨어나지 못할지라도

오늘은 그만 돌아서서 나를 놓아주렵니다

그만 용서하라고 조용히 말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쉬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