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밋밋한 땅 속에 분명 무시무시한 힘줄이 숨어 있다
불 뿜는 용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음이 틀림없다
저렇게 무성하게 뻗어 나오는 나뭇가지를 보라
스무살 청년의 팔뚝처럼 솟아오르는 대궁이를 보라
도심 속 가로변에 있는 개가죽나무순, 온종일 매연 맡으며
수없이 쓸려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푸르게 검푸르게
손 내밀고 있다
소낙비 내리는 이 땅은 경계가 없다
물 위에 뜬 것처럼 사방이 뻥 뚫린 도심의 사막에 서 있다
들새 한마리 날지 않고 날 짐승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고요 속에 뜨거운 소낙비 모래 알갱이 때리는 소리만
환청처럼 들려온다 나는 살아 있기나 한건가?
아픈 건 분명한 거 같다 AI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뚜, 뚜우 가슴을 파고드는 몇 개의 음절
사랑, 세월, 이별, 그리움....
폭염 속에 묻혀 소낙비 맞으며
어줍잖게도 여름 나무 무섭게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