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하늘에 뜨는 창백한 달
허기진 달에는 박목월의 푸른 하늘과 비음의 바람만 불었다
천년 전의 슬기로운 조상의 말씀은 이른 아침부터
이슥한 밤이 되도록 그렁그렁 계림 숲에서 온종일 들려 왔다
양어깨며 가슴을 짓누르는, 큰 뜻을 품은 사람이 되거라
말탄 장군처럼 되거라 거룩하신 하늘님의 말씀 잘 키워 나가는데
눈 뜨면 안개처럼 스며드는 불끈불끈 가늠 안 되는 청춘의 끓는 피
망했어 뜨거운 피 때문에 다 망했어 그날 국어시간에
몽둥이로 엉덩이를 내리치던 그 선생님은 지금 뭐하시나
바람결에 들려오는 아이쿠 뜬금없이 목사님이 되셨다고?
보고 싶구나 정말 한번쯤이라도 제대로 손잡아 주는 이 있었더라면
남천에서 돌개바람처럼 용 났을 텐데 안타깝구나, 많이 아프구나
어린 소년이여 하늘 훨훨 날으는 서라벌의 용이 될 뻔한 총명한
눈망울 초롱초롱한 신동이여~